어느덧 자전거 라이딩을 한 지 2시간이 지났다. 산악을 오른 후 이곳 마을까지 내려오면서 보는 마을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참 전망 좋은 마을이다. 이곳 마을에도 추석을 보내기 위해 객지에서 고향을 찾은 자식들이 많을 테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고향. 고향에는 어릴적 추억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이 묻어 있다.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날, 한 어촌마을에 투망질이 한창이다. 고기잡이에 신난 아이들은 뜰채로 물고기를 잡느라 정신이 팔렸다.
그곳은 바로 여수시 화양면 이천마을 앞바다. 한폭의 그림처럼 펼쳐진 풍경은 잰 걸음을 멈추게 한다.
원뿔형으로 생긴 투망은 위에 있는 벼리를 잡고 던지면 추가 달린 아랫부분이 좍 펴지면서 물고기를 가두어 잡는 어구다. 던진 사람의 실력이 그날의 조과를 결정한다.
장화를 신고 물이 새지 않는 우의를 갖춰 입은 한 남성의 손길이 마냥 바쁘다. 한쪽 어깨에 그물이 엉클리지 않도록 잘 두른 다음 고기떼가 모여 있는 곳을 향해 살금살금 접근한 그는 투망을 힘껏 던졌다.
이내 투망은 부챗살이 펴지듯 동그란 원을 그리면서 고기떼를 덮친다. 철퍼덕 소리에 놀란 물고기가 수면 위로 고개를 쳐든다. 뛰락나락하던 고기떼가 촘촘한 그물코에 포위되어 걸려든다. 곁에서 이를 지켜본 아이들과 아낙네들의 응원소리에 뭍으로 올라온 물고기가 움찔 놀란다. 투망에 잡힌 고기는 바로 숭어다. 제법 씨알도 굵다.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추억이 깃든 투망. 20여 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눈에 선하다. 참 그때가 좋았는데 그땐 왜 몰랐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