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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어떻게 하고 싶어?"

엄마가 물었다. 엄마 품 속 다섯 살 아이의 손에는 국화가 꼭 쥐어져 있었다. 아이는 "아빠, 꽃"이라며 국화를 아빠 영정 앞에 놓았다. 천진난만한 웃음을 짓던 아이는 다시 엄마 품에 안겼다. 영정 사진 속 김영균 기자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아이는 앞서 발인식에서 "아빠, 안녕", "아빠 꿈에서 만나"라고 작별인사를 한 터였다.

3일 오전 5시 30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이 있는 누리꿈스퀘어 1층 광장에서 김영균 기자의 노제가 치러졌다. 고인의 유해가 화장터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그가 30대를 바쳤던 일터이자 삶터였던 <오마이뉴스>에 들렀다. 고인은 1일 새벽 지병으로 세상과 이별했다.

고인의 영정은 사무실에 올라 그의 자리 앞에 잠시 섰다. '영균아… 잘 가라!'라는 글이 영정을 맞이했다. 책상 위에는 2000년 2월 그가 <오마이뉴스>에 쓴 첫 기사와, 취재수첩과, 펜과, 국화 한 송이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고인의 부인은 아이에게 "아빠가 일하던 자리"라고 말했다. 이내 부인은 눈물을 짓고 "감사합니다"라며 직원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고 김영균 <오마이뉴스>기자 발인식에서 고인의 영정과 운구 행렬이 노제가 열리는 상암동 회사로 향하고 있다.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고 김영균 <오마이뉴스>기자 발인식에서 고인의 영정과 운구 행렬이 노제가 열리는 상암동 회사로 향하고 있다. ⓒ 유성호

 3일 오전 서울 상암동에서 <오마이뉴스> 회사장으로 치러진 김영균 기자 노제에서 유가족들이 영정을 모시고 고인이 근무한 사무실을 마지막으로 둘러보고 있다.
3일 오전 서울 상암동에서 <오마이뉴스> 회사장으로 치러진 김영균 기자 노제에서 유가족들이 영정을 모시고 고인이 근무한 사무실을 마지막으로 둘러보고 있다. ⓒ 유성호

노제는 전·현직 직원 6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시작됐다. 직원들은 미소를 머금은 고인의 영정 앞에서 마지막 인사를 올렸다. 오연호 대표기자, 정운현·서명숙·이한기·김병기·김당 전현직 뉴스게릴라본부장 등이 절을 했다.

이승훈 <오마이뉴스> 노조 위원장은 약력보고를 통해 "김영균 기자는 사회부에서 기자의 전형을 보여줬다"며 "후배 누구나가 인정하는 본받아야 할 훌륭한 기자이면서도, 선후배들의 고민을 자기의 일처럼 챙겼던 선배였다"고 전했다.

"2000년대 후반 당시 유행했던 영화 제목 <홍반장>을 패러디한 선배의 별명, '김반장'…. 선후배 누구의 일을 막론하고 귀 기울였던 김 선배가 너무나 좋아했던 별명입니다. 우리 후배들은 언제나 영원히 선배를 '김반장' 김영균으로 기억할 것입니다."

"기자정신과 참 언론 향한 열정, 우리와 계속 함께할 것"

 3일 오전 서울 상암동에서 <오마이뉴스> 회사장으로 치러진 김영균 기자 노제에서 오연호 대표가 추모사를 하고 있다.
3일 오전 서울 상암동에서 <오마이뉴스> 회사장으로 치러진 김영균 기자 노제에서 오연호 대표가 추모사를 하고 있다. ⓒ 남소연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는 추도사에서 "참 슬픈 새벽"이라고 흐느꼈다. 오 대표기자는 김영균 기자와 <오마이뉴스>의 인연을 소개한 뒤 "한없이 밝고 정이 많고 남을 잘 챙기는 한 사내를 알았다, 그때 이 세상을 좀 더 바르게 만들어보려는 사명감을 가진 한 청년과 정을 쌓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인은) 개인보다는 팀과 조직을 먼저 생각했다, 회사 전체 상황을 늘 걱정했다, 더 나은 <오마이뉴스>를 위해 발전적인 대안을 계속 만들어냈다"며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단란한 가정을 이끈 가장이었다"고 고인을 추억했다.

오연호 대표기자는 "그래서 오늘의 작별은 우리를 더 슬프게 한다"면서 "편집국의 중견기자로 왕성하게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려는 이때에, 가정에서 좋은 아빠와 남편으로 기쁨을 함께하는 이때에, 몹쓸 병을 얻어 투병생활을 하고 급기야 우리의 곁을 떠나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비록 김영균 기자의 육신은 우리보다 먼저 저 하늘나라로 갔지만, 그가 추구했던 기자정신과 참 언론을 향한 열정은 우리와 계속 함께할 것"이라며 "그가 썼던 혼이 담긴 기사들은 독자의 가슴 속에, 역사 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진 고인의 친구 최경준 기자의 추도사를 마지막으로, 회사장으로 치러진 장례 절차는 모두 마무리됐다.

고인의 유해는 이후 서울시립승화원(벽제화장터)으로 옮겨져 화장됐다. 고인은 경북 경주시 기림사 수목원에서 영원히 잠든다.

한편,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울성모병원에 차려진 고인의 빈소에는 <오마이뉴스> 전·현직 직원과 친구·지인들의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정동영 전 의원, 유인태·이석현·정두언·유은혜·진선미 의원 등 고인이 정치팀장 시절 인연을 맺었던 정치인들도 빈소를 찾았다. 정연주 전 KBS 사장도 방명록에 직접 이름을 올렸다.

 3일 오전 서울 상암동에서 <오마이뉴스> 회사장으로 치러진 김영균 기자 노제에서 오연호 대표와 김당 뉴스게릴라본부장 등 임원진이 고인의 넋을 기리고 있다.
3일 오전 서울 상암동에서 <오마이뉴스> 회사장으로 치러진 김영균 기자 노제에서 오연호 대표와 김당 뉴스게릴라본부장 등 임원진이 고인의 넋을 기리고 있다. ⓒ 남소연

 3일 오전 서울 상암동에서 <오마이뉴스> 회사장으로 치러진 김영균 기자 노제에서 최경준 기자가 추모사를 하고 있다.
3일 오전 서울 상암동에서 <오마이뉴스> 회사장으로 치러진 김영균 기자 노제에서 최경준 기자가 추모사를 하고 있다. ⓒ 남소연

 3일 오전 서울 상암동에서 <오마이뉴스> 회사장으로 치러진 김영균 기자 노제에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 전현직 동료들이 오열하고 있다.
3일 오전 서울 상암동에서 <오마이뉴스> 회사장으로 치러진 김영균 기자 노제에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 전현직 동료들이 오열하고 있다. ⓒ 남소연



#김영균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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