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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밴던> 겉표지
<어밴던>겉표지 ⓒ 에르디아
'죽으면 나는 어디로 가게 될까?'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본다. 죽고나면 육신은 땅 속에 묻힌 채 천천히 썩어 갈 것이다. 하지만 정신과 의식, 소위 '영혼'이라고 말하는 존재는 답답했던 육체를 벗어나서 어디론가 떠나갈 수도 있다.

많은 종교와 신화에서 '죽음 이후의 세상'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종교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천국이나 지옥으로 향하고, 아니면 다음 세상에서 다른 존재로 태어난다고 말한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죽음을 관장하고 지하세계를 다스리는 신 하데스, 망자들을 저승으로 데려다주는 뱃사공 카론을 만들어냈다. 이 모두가 죽음 이후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에서 비롯된 이야기일 것이다.

아무리 이후의 세상이 궁금하더라도 죽고나면 정말로 어떻게 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죽고나서 살아 돌아온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부상이나 수술 등으로 죽음에 가까이 다가간 사람들이 '임사체험'을 했다고 종종 이야기한다. 이들의 말을 사실이라고 믿더라도 이들은 죽음에 가까이 다가간 것이지 죽고나서 살아 돌아온 것은 아니다.

죽음을 체험한 17세 소녀

멕 캐봇의 2011년 작품 <어밴던>의 주인공인 17세 소녀 피어스는 자신이 죽고나서 살아 돌아왔다고 믿는다. 그녀는 2년 전에 임사체험 비슷한 것을 했다. 자신의 집 수영장에 빠졌는데 한 시간이 넘게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나중에 사람들이 아드레날린을 주사하고 심장에 전기충격을 가한 덕분에 의식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 시간 동안 피어스는 기묘한 경험을 한다. 정신을 잃고나서 바람 부는 호수가 끝없이 펼쳐진 거대한 지하동굴에 도착한 것이다. 그곳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대부분 노인들이었지만 가끔 피어스 또래 혹은 그보다 더 어린 아이들도 보였다.

검은 옷을 입은 저승사자 같은 남자들이 사람들을 두 줄로 세우고 있다. 그 두 줄은 호수 선착장까지 길게 이어져 있다. 저승으로 가는 배를 타려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처럼. 그렇다면 한쪽 줄은 좋은 곳으로 향하는 배를 탈 테고, 다른 쪽 줄은 그보다 훨씬 더 안좋은 곳으로 가는 배에 오를 것이다.

이 경험 이후에 피어스의 삶은 많이 바뀌었다. 부모는 이혼했고 피어스는 엄마를 따라서 플로리다 남쪽 해안 '우에소스'라는 이름의 섬으로 이사했다. 이 섬이라면 피어스에게 남아있는 죽음의 공포를 물리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녀는 문제아들을 위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고등학교로 전학하게 된다. 그곳은 죽었다 살아난 이후에 정신이 약간 이상해진 여자아이를 위한 학교이기도 하다. 그렇게 섬생활에 적응해가려는 피어스 앞에, 임사체험에서 보았던 검은 옷을 입은 젊은 남자가 나타난다. 저승에 있어야 할 남자가 왜 피어스 앞에 나타났을까?

작가가 상상하는 사후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한다. 그 이유는 그것이 운명이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피할 방법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니면 죽음 이후에 무엇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죽음이 의미하는 것은 여러가지다. 그중 하나는 생전에 자신과 관련되었던 모든 것과의 '단절'이다. 죽고나면 자신과 가까웠던 사람들, 자신이 좋아했던 모든 것들과 단절된다. 죽음이 두려운 또다른 이유는 그 단절 때문일 것이다.

작품의 제목인 '어밴던'을 직역하면 '포기하다', '단념하다'가 된다. 저승으로 떠나기 위해서는 이승에 남겨둔 모든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그 영혼은 저 세상으로 가지 못하고 한을 품은 채 구천을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사람이 죽으면 육신은 썩어 없어지고 대신 영혼은 어디론가 떠날 것만 같다. 그 영혼이 살아있을 때와 같은 의식과 정신을 가지고 있을지는 의문이다. 어쩌면 이것은 생각이 아니라 바람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죽은 다음의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지만, 그걸 지금 알게 되더라도 별로 좋을 것 같지는 않다.

덧붙이는 글 | <어밴던> 멕 캐봇 지음 / 이주혜 옮김. 에르디아 펴냄.



어밴던

멕 캐봇 지음, 이주혜 옮김, 에르디아(2012)


#어밴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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