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친구 집에 갈래?"금요일 밤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안도'란 섬에 갈 계획은 진작부터 있었으나 실행에 옮기지 못하다가 드디어 날을 잡았다 합니다. 일정은 고등학교 친구끼리 여수 금오도 '비렁길', 안도에 사시는 친구 어머니 집, 낚시 등이라 마음이 꽤 쏠렸습니다.
그렇지만 토요일 예정된 일정으로 머뭇거리다 합류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토요일 아침 서둘러 약속 장소에 갔습니다. 등산복 차림의 친구들이 벌써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금오도 행, 배를 탔습니다.
"아침 먹고 왔어? 안 먹었으면 우리 김밥 먹자.""김밥 사 왔어?""아니. 각시한데 싸 달라 했더니 싸 주데."50을 바라보는 나이에 아내에게 김밥 싸 달라는 간 큰 남편이 있을 거라고 생각 못했습니다. 그것도 가족끼리 가는 나들이가 아니라 남편 혼자 따나는 나들이에서 말입니다.
"우리 각시가 새벽부터 일어나 친구들과 먹으라고 김밥 싸고, 달걀 삶고, 냉커피 만들고 했으니 맛있게 먹어."헐. 김밥뿐이 아니었습니다. 친구 다섯 명 중, 아침밥 못 얻어먹고 온 녀석은 네 명. 한 친구는 아내가 밥 차려줬다더군요. 이런 농담 있지요.
"집에서 한 끼도 안 먹는 남편은 영식님. 한 끼 먹는 남편은 일식이. 두 끼 먹는 남편은 두식 놈. 세 끼 다 먹는 남편을 삼식이 새끼." 이런 판에 간식까지 싸 달라고 말할 수 있는, 대접 제대로 받고 사는 친구가 있다니…. 대접 받고 사는 비결이 무척 궁금했습니다.
"김밥 싸 달라 했더니 아내 반응이 어떻든?" "흔쾌히 알았다고 하던데. 우리 각시는 요리하는 걸 좋아하거든."그럼 그렇지 싶었습니다. 그렇더라도 친구 아내의 지극 정성이 몹시 부러웠습니다. 듣고 보니 저도 간 큰 남편이었습니다. 아침에 출발하려니 아내가 자고 있더군요. 그런 아내를 깨워 약속장소까지 태워주길 요구했습니다. 눈을 비비고 일어난 아내 말이 재밌었습니다.
"자는 각시 깨워 태워달라는 걸 보니, 아직도 우리 남편 간이 크네."간이 큰 건지, 사랑의 깊이가 깊은 건지 모를 일입니다. 여하튼 삶의 차이일 것입니다. 아무리 50을 바라보는, 힘없는 남편이라지만 세상사 하기 나름 아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