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9일 오후 6시 3분]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고심 끝에 '김무성 카드'를 9일 제시했다. 그러나 깊어가는 당 내홍 상황을 정리할 묘수인지는 불투명하다.
쇄신 논란에 휩싸인 지도부가 2선으로 후퇴했다고 단언하기도 어렵거니와, 경제민주화 문제를 놓고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대립 중인 이한구 원내대표도 여전히 원내사령탑을 유지한다. 안대희 정치쇄신특위원장이 반대하고 있는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 영입 기조 역시 유효하다.
박 후보는 전날(8일) 저녁 황우여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 등 중앙선대위 의장단과 긴급 회동을 갖고 인적쇄신 논란에 휩싸인 당내 상황을 논의한 끝에 '김무성 카드'를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시 수정안 정국 당시 '탈박(脫朴)'했다가 4·11 총선 공천 당시 탈당 도미노를 멈춰세우며 복귀한 김무성 전 원내대표에게 선대위를 총괄토록 하는 방안이다. 이에 맞춰, 총괄선대본부장이란 직책을 신설할 가능성도 유력하다.
이 경우, 비서실장직을 내려놓은 최경환 의원에 이어 당연직으로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서병수 사무총장의 역할이 선거실무 지원으로 축소된다. 김 전 원내대표가 지난 8일 쇄신파 전·현직 의원들을 만나 가교 역할을 하는 등 '화합형 인사'로 꼽히는 만큼 어느 정도 '친박 2선 후퇴론'에 절충안을 제시한 셈이다. 다만, 황우여 대표는 공동선대위원장에 그대로 임명될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가 한 발 물러선 셈이다. 당초 그는 지난 8일 충북 언론사 보도·편집국장과의 비공개 오찬에서 인적쇄신 논란에 대해 '권력싸움'으로 평가한 바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위기 상황 때는 항상 당이 시끄러웠다, 권력과 자리싸움이 있는 것이 정치권의 특징"이라며 "남을 손가락질하기 앞서 '나는 수수방관하지 않았나', '대선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나' 자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전 카이스트에서 열린 과학인들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에도 "선거가 1, 2달 밖에 안 남았는데 다 뒤엎어 새로 시작하자고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선거를 포기하자는 얘기나 같다"며 '지도부 사퇴론'을 일축했다.
하지만 자신과 함께 4·11 총선을 이끌었던 전직 비상대책위원들이 같은 날 성명서까지 발표하며 이한구 원내대표 및 비서진의 2선 후퇴를 주장하고 나서면서 상황을 바뀌었다. 결국 박 후보는 입장을 일부 선회하고 수습에 들어갔다. '지도부 총사퇴' 대신 김무성 전 원내대표의 역할을 강화시키며 '역할 재조정'에 들어간 것이다.
'당무 거부' 김종인, 10일까지 '이한구 경질' 요구... 박근혜의 선택은?
그러나 몇 가지 갈등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한구 원내대표의 경질을 요구하며 당무를 거부하고 있는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지난 8일 박 후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오는 10일까지 입장을 결정해달라고 '마지노선'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자택 앞에서 <문화일보> 기자와 만나서도 "이 원내대표의 2선 후퇴는 의미가 없다, 원내대표(직)에 그대로 남아있는 것 아니냐"며 이 원내대표의 경질을 주장했다.
이상돈 정치쇄신특위 위원도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원내대표직을 유지하되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는) 그 정도 수준으로서 이런 문제가 다 봉합될 수 있을지 좀 회의적"이라고 평했다. 또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한 인터뷰에서도 "원내대표직까지 사퇴하지 않으면 김종인 위원장이 다시 위원장직을 계속 하기 어렵다고 본다"며 "김종인, 안대희 두 분을 버리면 대선을 포기하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가 직에서 물러나지 않더라도 유보시킨 경제민주화 당론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원내대표 퇴진으로 가능성을 한정하면 안 된다"며 "더 이상 경제민주화에 대한 개념 논쟁이 되지 않도록 정리하고 (당론으로 해서)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원내대표는 사퇴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감대책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자신이 선대위에서 빠지기로 했다는 보도에 대해 "소설을 써놓고 뭐가 맞나"라며 불쾌감을 표하기도 했다.
일단, 박 후보는 경제민주화 추진 의지를 계속 피력하면서 김 위원장의 복귀를 설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오전 MBN·매일경제 주최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하여 "경제발전의 최종목표는 모든 국민의 행복 증진이어야 한다, 정부는 시장실패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특히 공동체에서 소외된 경제적 약자들도 각자의 소질을 바탕으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해야한다"며 경제민주화를 재차 강조했다.
특히 그는 "경제민주화를 확실하게 추진해서 누구나 기여한 만큼 보상받는 그러한 공정한 시장경제를 만들어서 모든 경제주체들이 조화롭게 성장하고 서민과 비정규직 근로자 그리고 중소기업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기회와 희망을 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안대희-한광옥 충돌 계속... "영입했다 다시 내칠 수도 없고 방법이 없다"
쟁점의 또 다른 축은 김 위원장과 투톱을 이루고 있는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이다.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의 국민대통합위원장 임명을 반대하며 배수진을 친 안 위원장은 이날 오전 열린 '정치쇄신 심포지엄'에서 "진정성있는 쇄신, 행동하는 쇄신을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이 보여줄 것이라 확신한다"며 박 후보를 재차 압박했다.
한 전 상임고문도 강하게 맞서고 있다. 그는 이날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 "(안 위원장의 주장) 그게 옳은 주장이 될까, 마음대로 사퇴한다고 하는 것은 자의이기 때문에 신경쓰고 싶지 않다"며 "매우 정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국민대통합위원장직 사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 박 후보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원칙을 갖고 있고 안 위원장의 얘기나 주장에 대해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외부 영입 인사가 서로 양보 없이 맞부딪히는 상황인 셈이다. 박 후보가 안 위원장과 대화하며 설득작업이긴 하지만 결과가 어떻게 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선대위의 한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한 전 상임고문을 영입했다가 다시 내치는 건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양쪽에서 조금이라도 양보해주면 좋을텐데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정현 "이만큼 마음으로 하고 있으면 그 분들도 진정성 보여줄 차례" 한편, 박 후보는 10일 중앙선대위 인선 마무리 전까지 김종인·안대희 위원장을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날 오후 시내 모처에서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 경제민주화 관련 전권 위임을 제시하면서 당무 복귀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정현 공보단장은 이날 오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들이 요구한 100이 관철 안 된다고 돕지 않겠다고 한다면 요구의 진정성을 또 달리 볼 수 있다"며 "(박 후보가) 이만큼 마음으로 하고 있으면 그런 분들도 진정으로 대선승리를 위한 진정성을 보여줄 차례"라고 강조했다.
그는 "박 후보가 최경환 의원의 비서실장직 사퇴를 수용했고 여러 우려에 대한 보완책으로 김무성 전 원내대표에게 중책을 맡겼다, 이 두 가지는 상징적으로 (박 후보가) 굉장히 많은 노력을 기울인 의미로 볼 수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박 후보가 "쇄신하는 사람이 따로 있고 통합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고 한 것에 대해선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의미도 있지만 당내 문제를 더 이상 오래 끌고 갈 수 없다는 현실도 얘기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