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에서 먹는 음식같은 맛이 나는 식당에 들러 외식하겠다는 건 대부분 사람의 바람이다. 거기다 값까지 싸다면 금상첨화다.
여수시 신기동 삼거리에서 시청 방향으로 1㎞쯤 가다보면 또다시 삼거리가 나온다. 그곳에서 쌍봉사거리 쪽으로 10미터쯤 가면 왼쪽에 보이는 건물이 좌수영약국이다. 그곳 인근은 먹거리 골목이라 불릴 정도로 식당이 많다. 원하는 맛집은 다 여기 모였다.
수많은 식당 간판 속에서 '손맛짱' 식당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근처를 헤매다가 "맛있다!"고 추천하며 기다리고 있던 지인을 식당 앞에서 만났다. 이런 곳에 숨어 있으니 못 찾을 수밖에.
지인이 부르지 않았으면 찾기 힘들었다. 이곳이 식당 '손맛짱'이다. 십여 평쯤 돼 보이는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은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 전에 호프집을 운영했던 자리라서 여느 식당 의자와 조금 다른 푹신한 소파형 의자와 테이블이다.
백반을 주문한 후, 담소를 나누는 중에 반찬이 나오기 시작했다. 넓은 대접에 맛깔스러운 반찬이 푸짐하다. 싱싱해 보이는 배추 김치, 알타리 김치, 윤기 나는 콩나물, 고구마순, 시금치, 유채나물, 쪽파무침, 소고기전, 오징어콩나물찜에 서대까지 나왔다.
모든 음식이 집에서 만든 것처럼 깔끔하다. 세 명이 먹기 시작했다. 땀을 뻘뻘 흘린다. 국산 고춧가루를 써서 만든 김치와 맛깔스런 식물성 반찬으로만 놓인 반찬이 밥도둑이다. 아주머니는 "더 드세요!"하며 밥 한 공기를 더 내민다.
깔끔하고 감칠맛 나는 된장국은 일품! 된장국을 추가한다. 아주머니한테 맛있는 된장국 끓이는 비법을 들었다. 아주머니는 껍질을 벗긴 들깨가루 한 봉지를 냉장고에서 꺼내 보여주며, 된장국에 들어가는 양념이라고 설명해 준다.
"된장에 들깨가루를 섞어 주물러 풀고, 다시마와 마늘을 넣은 후 시래기를 잘게 썰어서 넣죠. 쌀뜨물을 받아 밑에 가라앉은 건더기는 버리고 웃물만 붓고 처음에 센불로 끓여요. 그러면 된장의 떫은 맛이 없어집니다. 그후 중불에서 은근하게 끓여서 상에 내놓습니다." 양념은 국산만 쓰고 될 수 있으면 조미료는 적게 넣는다는 아주머니는 자주색 갓도 광주에서 주문해 갓김치를 담근다고 한다. 여수는 돌산갓이 유명하지만, 톡쏘는 맛이 더한 자주색 갓을 찾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란다.
작년 7월 18일에 문을 연 식당은 맛도 좋고, 값이 싼 식당으로 소문이 나 여수시에서 모범식당으로 지정됐다. "여수시장님이 직접 전화해서 그 맛과 그 가격을 꼭 유지해달라"고 전화하셨다며 자랑하는 아주머니가 자신의 식당 경영 철학을 얘기했다.
"아이들도 다 키우고 집에 있기 뭐해서 시작했죠. 종업원을 두면 가격을 올려야하기 때문에 혼자서 합니다. 욕심 안 내고 하니 할 만해요. 겨울에는 거북공원에 나오는 노인에게 한 달에 두 번쯤 잔치국수를 무료로 제공할까 해요."잔치국수, 비빔국수, 가락국수, 동치미국수, 해물칼국수, 야채비빔밥, 떡국, 떡만두국, 콩국수가 메뉴인 '손맛짱' 식당은 그야말로 손맛이 짱이다. 가격도 싸서 호주머니가 넉넉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안성맞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