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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등축제가 가자고 가자고 조른 아이들 성화에 못이겼습니다. 가장 잘 낫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입니다.
유등축제가 가자고 가자고 조른 아이들 성화에 못이겼습니다. 가장 잘 낫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입니다. ⓒ 김동수

진주유등축제(10월 1일부터 14일)는 이제 진주시민만 아니라 온 나라, 바다건너 다른 나라 사람들도 참여하는 축제가 되었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유등축제가 가자며 조르기에 결국 나섰습니다. 지난 금요일밤 '00원'에서 설렁탕을 먹고 진주성과 남강둔치를 걸어면서 본 유등은 환상 그 자체였습니다.

"아빠 유등이 이렇게 많아요? 진주성 안에 다 불빛이에요!"
"아빠도 진주성 안에서 이렇게 화려한 유등은 처음 본다."
"아빠 우리 말 앞에서 한컷 찍어주세요."

 "아빠 내가 가장 잘 생겼지요."
"아빠 내가 가장 잘 생겼지요." ⓒ 김동수

"아빠! 왜 아 아저씨는 키를 뒤집어 쓰고 있어요?"
"아저씨가 아니라 막둥이처럼 어린아이야?"
"그런데 왜 키는 쓰고 있어요?"
"응 오줌을 쌌어? 옛날에는 오줌을 싸면 키를 뒤집어 쓰고 옆집에 소금을 얻으러 다녔어. 막둥이는 그런 적 없지."
"나는 오줌 안 쌌어요."

12지산상도 있었습니다. 큰 아이는 호랑이띠입니다. 막둥이는 뱀띠입니다. 막둥이는 뱀이 싫고 호랑이가 좋다고 합니다.

"아빠 나 호랑이처럼 무섭죠."
"응 무서워. 막둥이는 뱀띠잖아. 형이 호랑이띠고."
"나는 뱀이 싫어요. 호랑이가 좋아요."
"인헌이는 호랑이가 좋아."
"나는 호랑이가 좋아요."

 "나를 이길 자 누구냐""바로 나다"
"나를 이길 자 누구냐""바로 나다" ⓒ 김동수

"아빠 나는 토기띠예요."
"그렇지 우리 예쁜 아이는 토끼띠지."
"아빠 나 예뻐요?"
"당연한 걸 물으면 어떻게하니."

토끼띠인 둘째 아이는 아빠가 예쁘다는 말 한 마디를 해주면 하늘을 날아가는 것처럼 좋아합니다. 아빠가 해주는 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나는 토끼예요"
"나는 토끼예요" ⓒ 김동수

딸 아이는 남강에 떠 있는 소망등 앞에서도 예쁜척을 합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솔직히 미인은 아닙니다. 하지만 마음이 예쁘고, 학교에서도 동무들에게 '귀엽다'는 소리를 듣고 삽니다. 동무들을 잘 도와주고, 양보해 칭찬을 많이 듣지요. 그러니 안 예쁠 수가 없지요.

 "아빠 나 예쁘죠" "그럼 예쁘지"
"아빠 나 예쁘죠" "그럼 예쁘지" ⓒ 김동수

 소망등 앞에서 찰칵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아이입니다.
소망등 앞에서 찰칵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아이입니다. ⓒ 김동수

유등을 보고, 이제 마지막으로 갈 곳이 하나 있었습니다. 진주에는 개천예술제와 유등축제때문에 생기는 간이 놀이기구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바이킹'과 '번지점프'가 왔습니다. 지난 번에 바이킹을 탔다가 겁을 먹은 막둥이는 다시는 바이킹을 타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형이 번지점프를 타는 모습을 보더니 자기도 타고 싶다고 조릅니다.

"엄마 나도 형처럼 번지점프 타고 싶어요?"
"엄마나도."
"바이킹 탔잖아."
"바이킹은 앞으로 타지 않을 것이니까? 번지점프 태워주세요."
"한 사람이 5천원이야."
"그래도 타고 싶어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갑니다. 번지점프를 하고 있는 딸입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갑니다. 번지점프를 하고 있는 딸입니다. ⓒ 김동수

결국 탔습니다. 그러나 올라가자 마자 막둥이는 무섭다고 난리입니다. 무섭다 말이야. 아아아아 고함을 칩니다. 금방 태워달라고 조르더니 이제 무섭다고 하니. 어이가 없었습니다. 정말 막둥이는 막둥이입니다. 큰 아이와 둘째는 자신들이 태워달라고 했으면 무서워도 무섭지 않다고 할 것인데 막둥이는 무서우면 무섭고, 재미있으면 재미있고, 겁나면 겁나다고 소리를 지릅니다. 온 가족이 유등축제에 푹빠졌던 하루였습니다. 이제 오늘(14일)로 유등축제가 끝났습니다. 다음해에 시간이 되시면 진주에 꼭 들러주세요. 내일(15일)은 진주성 곳곳에 켜진 유등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 막둥이 '번지점프'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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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등축제#막둥이#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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