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대통령 후보에게 물병이 날아든 것이 간단한 일일까? 아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그런 일이 일어났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14일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제30회 대통령기 이북도민체육대회'에 참석해 인사를 하는 가운데 관중석에서 물병이 날아들었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일부 사람들은 문 후보를 "빨갱이는 물러나라, 문재인은 대통령 꿈 포기하라"고 했다. 또 문 후보를 따라다니며 '친북종북세력 물러가라', '6·15 망령 사라져라', '햇볕정책 폐기하라', '영토포기 매국행위' 등이라 적힌 손팻말을 흔들었고, 심지어 의자를 던지려다 경호원들이 제지하기까지했다. 문 후보는 물병을 맞지 않았지만 기자가 맞아 이마를 다쳤다.
KBS·MBC·SBS,문재인 '물병봉변'...한 문장 보도대통령 후보자가 위해를 당한 일이다.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 물병을 던진 사람을 찾아내 엄격하게 법을 적용해야 한다. 그런데 KBS·MBC·SBS은 한 문장으로 짧게보도햇다.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일부 참석자들의 야유를 받았고 문 후보는 특히 물병 투척을 받기도 했습니다.-KBS<뉴스9>朴 "투철한 안보" 文 "무상 보육" 安 "재벌 개혁"대선후보 3명이 시간차를 두고 참석한 이북 5도민 체육대회에서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는 일부 참가자들로부터 대북관과 관련해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습니다-MBC<뉴스데스크>朴·文·安 휴일 표심잡기‥경제정책 경쟁적 발표문재인, 안철수 후보도 이북 5도민 체육대회에 참석했지만 야유가 나오거나 물병이 날아들어 환영을 받은 박근혜 후보와 대조를 이뤘습니다.-SBS<8시뉴스>쉴 틈 없는 대선 후보 3인, 휴일 표심 잡기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어떻게 대통령 후보자가 위해를 당했는 데도 짧은 한 문장으로 넘어갈 수 있는가? 특히 MBC는 '물병'이라는 단어조차 없었다. 만약 박근혜 후보가 진보세력 집회 갔다가 물병세례를 받았다면 한 문장으로 보도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지난 2006년 6월 제4회 지방선거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칼날피습'을 당했을 때 방송3사 보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06년 박근혜 '칼날피습', 3일 연속 집중 보도지난 2006년 5월 20일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후보는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 도중 한 시민이 휘두른 '면도칼'에 큰 상처를 입었다. 언론들은 이를 일제히 '테러'라고 집중 보도했었다. 그래도 불리했던 노무현 정부에게는 직격탄이 되었고, 특히 "대전은 요"라는 말 한 마디는 대전에서 불리했던 한나라당에게 압승을 가져다 주었다.
당시 방송3사(KBS·MBC·SBS)는 주말인데도 크게 보도했다. KBS<뉴스9>는 20일 <박근혜 대표, 유세 도중 괴한에 피습>, <누가, 왜? ....정치권 '우려'> 기사를 내보냈고, 21일에는 <박근혜 대표, 60바늘 봉합 수술>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일주일정도 입원이 필요하다고 세브란스 병원은 밝혔다"며 "길이 11센티미터에 깊이 1-3 센티미터 자상으로 60바늘을 꿰맸다고 병원측은 밝혔다"고 보도했다. <계획적 범행인 듯>, <주요, 외신 박 대표 피습 관심있게 보도> 등 10꼭지를 보도했다. 22일에도 <박 대표, 토요일 퇴원여부 결정> 등을 연이어 보도했고, 23일에도 보도했다.
MBC<뉴스데스크>도 5월 20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긴급 후송 신촌 세브란스병원서 수술중>, <서대문경찰서, 박근혜 대표에게 흉기 휘두른 2명 범인 조사중>등 4꼭지를, 21일에는 <박근혜 대표 피습사건 당시 난동자 1명 박씨 열린우리당 당원>, <병원측 0.5mm만 깊었으면 큰일 날뻔했다고>, <노 대통령, 박근혜 대표 피습사건 한점 의혹없이 진상규명> 등 박 전 대표 관련 뉴스를 집중 보도했다. 22일에도 <박근혜 대표 수술이후 빠른 회복과 안정 되찾고 당업무 관심>을 연이어 보도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문재인 후 물병 봉변에 대해 어떤 언급을 할지 참 궁금하다.
SBS<8시뉴스>는 21일 <용의자 '단독범행' 주장>에서 "박근혜 대표의 피습 사건으로, 정국이 큰 충격에 빠져있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용의자 지씨는 사회에 대한 불만 때문에 저지른 범행이라고 진술했다"는 기사 등 <박대표 무방비로 당했다>, <"조직적테러">, <박대표 60바늘꿰매> 등을 집중 보도했다. 22일에도 <박 대표 상태 호전…토요일쯤 퇴원 가능>, <지충호, 보호관찰 중 범행>등을 연이어 보도했었다. 박근혜 대표 '칼날피습' 하나는 더 이상 선거운동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파문은 컸다.
칼날은 생명에 직접 위해를 가하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 없는 테러이고, 물병은 맞아도 생명은 위험하지 않기 때문에 단 한 줄로 보도해도 별 문제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방송3사에게 묻고 싶다. 칼날이든, 물병이든 모두가 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당연히 방송3사는 문재인 후보에 대한 물병 투척을 집중보도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방송3사는 별 것 아닌 것으로 넘어갔다. 언론으로서 자기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이다.
노무현 묘역 인분 테러도 어물쩍 넘어갔던 KBS와 MBC지난 2010년 11월 14일 노무현 대통령 묘소에 인분을 투척한 사실에 대해서는 일반 사건 기사와 묶어 보도하거나, 1꼭지만 보도했었다. KBS는 14일 <뉴스9>에서 아시안게임에서 박태환 선수 금메달 획득, 한일정상이 '조선왕실의궤'반환 협정 같은 기사는 자세히 보도하면서 노 대통령 묘소 인분테러는 <노 전 대통령 묘역에 인분 투척 60대 체포> 제목 기사에서 한 전직 외교관이 '블랙머니', 충북 청주에서는 택시가 식당으로 돌진해 택시 운전자 54살 정모 씨와 식당 손님 등 3명이 다친 사건, 경남 함안군에서는 돼지 사육시설에서 불이 나 돼지 560여 마리가 폐사 사건과 한 묶음으로 보도했다.
전직 대통령 묘소가 인분으로 훼손을 당했는데도 일반사건과 묶어 다룬 것이다. 이것이 KBS 현실이었다. MBC<뉴스데스크>도 아시안게임을 집중 보도하고, <60대男, 노무현 前 대통령 묘소에 인분 투척 外> 기사에서 전직 외교관 "블랙머니 수백만 달러 사건과 묶어 보도했다. 전직 대통령 묘역이 훼손 당했는 데도 KBS와 MBC는 거의 단신에 가까운 보도를 한 것이다.그래도
SBS는 한 꼭지를 보도했다. <8시뉴스>는 같은 날 '노 전 대통령 묘소에 인분투척…권양숙 여사 충격' 기사에서 문재인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 인터뷰 "대통령을 모셨던 저희들로서는 참… 정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참 안타깝습니다"를 보도했고, 이어 "권양숙 여사는 보고를 받고 큰 충격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와 네티즌들은 "말도 안되는 일이 일이 일어났다", "피의자 정 씨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는 기사를 자세히 보도했었다.
문재인 후보가 물병 피습을 당할 당시 분위기는 처음부터 심상치 않았다고 한다. 거의 반공집회 수준이었다니, 정말 대한민국 민주주의 시계는 거꾸로 흐른다. 문 후보이든, 박근혜 후보이든, 안철수 후보이든 모두가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자다. 이들 안전을 위해 더 철저한 경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