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교육과학기술부가 일반계고등학교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대체한다는 명분으로 특성화고등학교에 직업기초능력평가를 도입하여 전국적으로 첫 시행을 하였다. 명분과 취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시운전 과정에서 운영상의 문제점이 예견되었음에도 10월 15일 첫 시험을 강행하였다.

이 시험은 사실상 전국수준의 일제고사로 완벽한 준비가 선행되어야 함에도 교육과학기술부는 시험 시행을 연기하지 않고 예정대로 서둘러서 시행을 했다. 결국 시험시작과 동시에 에러가 발생하여 1교시 의사소통영역 시험을 진행하지 못하고 2, 3교시 시험을 실시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다. 이 시험은 인터넷기반 평가방식(IBT)으로 대한상공회의소가 운영하였는데 오늘 1교시 서버에러로 전국적으로 13만 명에 달하는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이 큰 혼란을 겪었다.

그런데 문제는 사전에 이와 같은 상황이 충분히 예견되어 있었음에도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시험 시행 전 2~3주 전부터 일선학교에서는 시험장 세팅을 매뉴얼대로 하였고 시범운영 과정에서 서버에러가 발생하는 등의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시험을 강행하여 이와 같은 문제가 재연되었다.

13만 여명이 동시에 접속하는 듣기 평가 첫 번째 문제를 클릭하는 순간 바로 시험이 스톱되었고 중앙상황실에서는 아무런 조치를 해 주지 않아 감독교사들과 학생들은 대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중앙상황실에서는 내부 프로그램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상황실에서는 시험장에 아무런 메시지를 보내주지도 않았으며 전화통화도 불가능했다. 이는 시험 운영을 맡은 대한상공회의소의 부실한 위기관리 능력과 기술력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교과부 중견관리라고 하는 사람이 "일부 학교가 패치프로그램을 깔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학교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프로그램을 다시 깔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 주까지 일선학교는 최종 테스트를 전부 마무리 했고, 설사 일부 학교가 패치 프로그램을 깔지 않았다 해도 전국적으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이 정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이 사태를 일부 학교의 문제로 돌리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라고 본다.

이 문제는 패치 프로그램의 문제보다는 동시에 전국적으로 13만 명의 학생이 접속하는 순간 서버가 다운된 것으로 보이며 예견된 사고에 대한 대응이 소홀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만일 이 시험이 일반계 고등학교나 특목고를 포함한 시험이었다면 예정대로 시험을 강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시험의 대상이 학습 수준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민원이 발생하지 않을 것 같은 특성화고 학생이다 보니 시험을 강행하여 실시한 것 같다. 특히 시험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교육과정 파행운영과 시험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일반계고에서 벌어졌다면 9시 뉴스의 메인뉴스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오후 2시 20분 현재 오늘 시험중단으로 실시하지 못했던 1교시 의사소통능력 평가를 재시험 중이다. 매 교시 종료 후 본부 서버로 전송되어야 할 답안파일이 제대로 전송되지 않는 등 서버 불안정 상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또한 시험시간 50분 중 중앙상황실로부터 시험시작 패스워드가 날아오는 시간이 최장 6분 정도까지 소요되는 등 들쭉날쭉하게 운영되고 있어 향후 완벽한 보완책을 수립 후 시행할 것이 요구된다.

덧붙이는 글 | 민정욱 기자는 공업고등학교 현직 교사입니다.



태그:#직업기초능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