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 '우리집'이 새 보금자리로 옮긴다. 한국교회희망봉사단(한교봉, 김삼환 상임대표)에서 할머니들이 살 집을 새로 구해 내부 단장을 마쳤다. 엘리베이터 설치만 하면 공사는 마무리된다. 기존 쉼터에 있는 할머니 세 분과 따로 살던 한 분 등 총 네 분이 10월 22일 입주할 예정이다. 한교봉은 할머니들이 셋방살이를 벗어나 여생을 편안히 보내도록 하기 위해 새 쉼터 마련을 지원했다.2003년 12월부터 지금까지 할머니 세 분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윤미향 상임대표)가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전세로 얻은 2층 건물(방 6개)에서 살아왔다. 1978년에 지은 낡은 건물이어서 여름철 천장에서 비가 새는 등 상태가 좋지 않았다. 게다가 쉼터가 있는 지역이 재개발 대상으로 지정되면서 지난해 초에는 건물을 비워달라는 통지까지 받았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어려운 사정을 알게 된 한교봉은 쉼터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교봉은 지난해 12월 21일과 올해 7월 25일 두 번 매주 수요일 정오에 여는 수요 시위에 참여하면서 할머니들의 쉼터를 지원할 것을 밝혔다.
한교봉은 명성교회(김삼환 목사)의 후원을 받아 지난 2월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있는 건물을 구해 6월 1일부터 내부 공사를 하기 시작했다. 새 우리집은 대지 313.5㎡(95평)에 건축 면적 214.5㎡(64평) 규모의 지상 2층(방 5개), 지하 1층(방 2개)짜리 단독주택이다.새 쉼터는 명성교회 소유이긴 하지만 정대협이 운영하면서 할머니들이 살아 있는 동안 계속 지낼 수 있도록 무상으로 제공된다.
위안부 할머니 지원을 제안해온 한교봉 김종생 사무총장은 2010년 열린 '한국교회 8.15 대성회'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한국교회가 함께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한 것이 지원 활동을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김 사무처장은 "전세가 아닌 자기 집처럼 여기며 여생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쉼터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말했다.새 쉼터 마련을 같이 협의해온 정대협 김동희 사무처장은 "(1990년대 초반) 위안부 문제를 처음 세상에 알리는 데 한국교회여성연합회가 많은 도움을 줬다"며 "한국교회가 지난 20년간 관심을 지속해서 보이지 않았는데 다시 위안부 할머니 문제에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 다행이다"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한국교회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과거사 청산에 대해서도 함께 활동하고 연대하면 좋겠다"며 한국교회에 바람을 이야기했다.한교봉은 그동안 서해안 원유 유출 복구, 용산 재개발 참사 중재 및 화해, 노숙인 실태 조사 등을 하면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다. 김종생 사무총장은 한국교회가 구제·자선뿐만 아니라 사회 현안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것을 강조했다. 김 목사는 "1950년대 이후 교회 성장이 한국교회의 화두가 되면서 우리가 이웃들을 놓치고 있지 않았나 싶다"며 "지엽적인 것을 넘어서 사회 전체의 큰 아픔을 치유하고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일회적인 행사가 아닌 지속적인 참여, 혼자 하는 것이 아닌 연대하는 활동을 제안하며 "봉사와 사회참여로 교회가 하나 되면 좋겠다"는 했다.현재 위안부 할머니들은 국내외 합쳐서 예순 분이 생존해 있다. 불교계에서 1992년 만든 경기 광주 '나눔의 집'에는 할머니 일곱 분이 함께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