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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계 할인점 코스트코 홀세일 영업매장 모습.
미국계 할인점 코스트코 홀세일 영업매장 모습. ⓒ 연합뉴스

최근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은 '경제민주화'이다. 이는 지금 대한민국이 경제적인 민주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좀 더 구체적으로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민주적 권리가 보장받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특히 중소상인들은 거대자본의 골목상권 침투로 자신들의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으며 특히 대형할인점, SSM은 그 중심에 서 있다.

코스트코와의 특별한 만남

어린 시절, 식자재를 구매하기 위해 어머니의 손을 잡고 동네 시장이나 슈퍼마켓 또는 5일마다 들어서는 시장을 돌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대도시로 이사를 오면서 이러한 소비행태는 사라지고 그전에는 볼 수 없었던 거대한 슈퍼마켓을 자주 가게 되었다. 그곳에는 식자재뿐만 아니라 옷, 전자기기 등 우리에게 필요한 대부분의 물건들을 팔고 있었다.

소위 '대형할인점'이라 불리는 이곳은 기본적으로 물건값이 싸고 특히 대량으로 물건을 구매할 때 할인의 폭이 더 큰 특징이 있다. 주차하기도 편하고 깨끗하고 물건값도 싼데 굳이 마다할 이유가 있는가? 나와 우리 가족에게 있어서도 거의 생활에 필요한 그 무엇을 구매하는 행위는 대부분 이곳에서 이루어졌다.

대형할인점은 대부분 분위기가 비슷하다. 회사의 상호만 다르지 그 속에 팔고 있는 상품은 대동소이(大同小異)하며 심지어 할인의 폭도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고등학교 시절, 학교 옆에 있던 대형할인점은 다른 곳과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우선 이곳은 독특한 냄새가 났다. 적어도 내겐 그렇게 느껴진다.  물건도 우선 다른 할인점보다 수입물품이 많았으며 특히 묶음의 크기가 더욱 컸다. 바로 이곳이 미국계 대형할인점 '코스트코'다. 특히 우리 가족 중 어머니는 코스트코를 무척 좋아하셨는데 그 이유는 물건의 질도 괜찮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코스트코와의 만남은 시작되었다.

그곳의 4가지 특징

앞에서도 가볍게 언급했지만, 코스트코는 다른 대형할인점과는 다르게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크게 4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듯하다. 첫째, 물건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 예를 들어 일반 대형할인점에 가면 어묵 하나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데 코스트코는 한 가지 종류만 있다. 다른 품목들도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대부분 소비자가 동의하는 점이 있는데 물건의 질은 분명 좋다는 것이다. 둘째, 코스트코에서 물건을 사면 분명 다른 대형할인점보다 싸다고 생각을 하고 샀는데 결제할 때는 더 큰 비용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지만 이는 당연한 결과이다. 왜냐하면, 코스트코는 낱개로 물건을 거의 팔지 않는다. 옷이나 전자기기 등은 어쩔 수 없지만, 식자재나 생필품은 거의 대량으로 구매할 수밖에 없도록 되어있다. 셋째, 회원만이 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 다른 대형할인점과 다르게 코스트코는 회원들만 들어갈 수 있고 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

그래서 가끔 보면 회원이 아닌 우리 어머니 지인 분들이 같이 장을 보러 가자고 전화가 오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것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느낀 적도 있지만 물건값이 회원비를 충분히 상쇄한다는 인식이 생기면서부터 별로 개의치 않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코스트코는 오로지 '삼성카드' 또는 '현금'으로만 결제할 수 있다. 이것을 모르는 사람은 가끔 계산대에서 왜 삼성카드만 되느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기분이 상해 그냥 가버리거나 어쩔 수 없이 현금으로 결제하기도 한다. 우리 가족도 언젠가 깜빡 잊고 삼성카드를 가지고 가지 않아 옆 ATM에서 현금을 뽑아 결제한 경험이 있다.

대한민국의 한 가정에 어느 순간부터 냉장고의 개수가 2개씩 되는 시발점이 있었다. 바로 김치냉장고의 등장이었다. 그런데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냉장고가 3개 되는 집도 비일비재하다. 그 시작은 아마도 대형할인점이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오면서부터가 아닐까 한다. 대량구매를 하면 당연히 다 먹지 못한다.

그럼 자연스럽게 냉장고에 보관할 수밖에 없고 특히 얼려놓은 식자재들이 많아지면서 어쩔 수 없이 새로운 냉장고를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한다. 또다른 측면에서 보면  코스트코를 비롯한 대형할인점이 들어서면서부터 재래시장의 수는 자꾸 줄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그 수의 감소 속도는 더욱 빨리질 것이다. 이처럼 대형할인점은 개인적 삶, 사회적 모습을 바꿀 만큼 그 영향력이 강력하다.

코스트코와 헤어지며

의무휴업 준수하라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코스트코 양평점 앞에서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의무휴업 준수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의무휴업 준수하라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코스트코 양평점 앞에서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의무휴업 준수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개인적으로 코스트코 피자를 좋아했다. 그리고 가끔 저렴한 옷이나 가방을 사는 재미를 즐기기도 했다. 하지만 대형할인점이 우리 사회를 좀먹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특히 코스트코가 지방정부의 조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요일 영업을 강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코스트코와 이별할 것을 다짐했다.

특히 국내법을 철저히 무시하고 나아가 한미FTA의 독소조항인 ISD(투자자 국가소송) 제소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들었을 땐 과거 나름 코스트코를 좋아했던 구매자로서 부끄럽기까지 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큰 것이 아니며 한국 땅을 떠나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지역 중소상인들과의 공생(共生)을 위해 월 2회 정도의 의무휴업을 지켜달라고 하는 것이다. 서울시의 위법행위 단속을 보면서, 그들의 단속조차 아랑곳 하지 않는 그들의 행태, 과연 어떻게해야 할까?


#코스트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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