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피해자 측은 대화를 공식 제안받은 바 없다며 반발했다.
앞서 삼성 고위 관계자는 16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반도체공장 피해자 보상 문제 등을 대화로 풀자는 제안을 피해자 가족의 소송 대리인을 통해 전달했다"며 "백혈병 문제를 대화로 풀겠다는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피해자 가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진행 중인 산재인정 항소심에서 근로복지공단을 지원하는 '피고 보조 참가인' 참여를 중단하고, 보상 대상을 당사자뿐만 아니라 전체 피해자로 확대하는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 관계자는 17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삼성전자가 반올림에 공식적으로 대화를 제안한 적이 없고, 피해자와 유가족들도 오늘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피해자 가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진행하고 있는 산재인정 항소심에서 삼성이 조정해보자고 제안했는데, 이를 '대화'라고 이야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삼성전자의 '피해자와 대화' '보상 대상 확대' 방침이 피해자들의 요구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대화'라는 제목을 뽑으면서 반올림의 요구들이 전반적으로 묻히는 상황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반올림 "여태 주장해온 건 보상 아닌 산업재해 인정"그는 "반올림이 여태 주장해온 건 보상이 아니라 산업재해 인정"이라며 "산재인정이 계속 안 되면 발병 등의 현실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관계자는 이어 "삼성전자는 그동안 우리 쪽에서 제기해온 '직업병 인정' '피해자에 대한 사과' 요구 등은 제외하고, 기준대로 보상하겠다는 식"이라며 "내일(18일) 국정감사를 앞두고 삼성전자가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올림 소속 공유정옥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은 "공식 지위 없는 삼성전자 관계자가 개인적으로 대화하자고 연락한 적이 있다"며 "이를 두고 삼성의 대화 제안이라고 말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에 반올림은 지난 4월 '삼성전자가 대화를 공식화해서 우리의 요구사항에 대해 답해야 한다'는 공문을 보냈는데, 6개월째 아무런 답변이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16일 삼성전자 반도체 및 액정화면(LCD) 공장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가 2명 더 알려졌다. 반올림에 따르면,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다가 질병에 걸려 사망한 인원은 58명이다. 희귀병에 걸렸다는 제보자는 146명이다.
한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오는 18일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 최우수 삼성전자 부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 자리에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6년간 일하다 뇌종양 판정을 받은 한혜경 씨가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