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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조는 임금 몇 푼 받아내려고 하는 게 아니다. 그 자체가 목숨이다. 이전에는 현장 노동자들이 관리직한테 이유 없이 따귀를 맞은 적도 있었다. 하소연할 때가 없었다. 그래서 만든 게 민주노조다. 그 때부터 관리자들이 존댓말을 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포기하나. 민주노조를 포기하는 순간 이전의 노예생활로 다시 돌아간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민주노조 사수'를 외쳤다. 김 지도위원은 17일 저녁 창원대에서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로 '시민언론학교'에서 강연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17일 저녁 창원대에서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이 연 '언론시민학교'에서 "노동자가 바라본 언론"이란 제목으로 강연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17일 저녁 창원대에서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이 연 '언론시민학교'에서 "노동자가 바라본 언론"이란 제목으로 강연했다. ⓒ 윤성효

최근 독일을 다녀온 이야기부터 했다. 경찰이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때려잡는 동영상을 독일 사람들한테 보였더니 "맞는 사람들은 테러범이냐"거나 "경찰이 노동자를 그렇게 팰 수 있느냐"고 묻더란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집회를 하는데 경찰이 왔는데, 그 경험을 소개했다.

"경찰이 와서 제일 먼저 우리한테 물었던 말이 '무엇이 불편하십니까'였다. '경찰이 불편하다'고 했더니, '신고된 집회인데, 시위를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니 지켜주는 게 우리의 임무다'고 하더라. '그래도 불편하다'고 했더니 횡단보도 건너편으로 가더라. 집회를 마치고 나니 경찰이 차를 타고 가면서 손을 흔들어 주더라. 집회 인생 30년만에 경찰과 그렇게 헤어진 것은 처음이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비행기 12시간 타고 가서 그런 체험을 하고 왔다. 대한민국도 집회는 신고제다. 우리는 집회를 하면 경찰이 먼저 와서 서 있고 따라다니고, 가로막고 연행하는 게 일상처럼 돼 있다"고 말했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철회 문화제를 하는데 경찰이 따라다니면서 차량방송으로 '가정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우리가 불륜이냐. 자기들이 가정을 다 파괴시켜 놓았지 않느냐. 이명박씨가 얼마전 독일에 갔는데, 교민들이 반대 집회를 했다고 한다. 먼저 경호원들이 왔더란다. 그러자 독일 경찰이 와서 경호원들을 끌어내더란다. 집회신고를 한 사람들을 경찰이 보호해 주었던 것이다."

"노동시간, 우리는 부끄러울만큼 길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우리는 노동자가 결핵에 걸리면 자르기부터 한다. 그런데 서구유럽은 노동시간을 줄인다. 그 나라가 선진국이냐 아니냐 하는 것은 노동시간을 보면 된다"며 "우리는 부끄러울만큼 길다. 산업재해도 제일 높다. 주5일제가 그냥 된 게 아니다. 수백명이 징역가고 해고되고 하면서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자동차 이야기를 했다.

"대한민국 대표적인 노동현장이다. 주야 맞교대를 한다. 젊어서는 그럭저럭 한다고 하지만 나이 들면 과로사가 된다. 맞교대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잔업에다 특근도 한다. 기본급은 월 180만원 정도인데 잔업․특근 등 해서 연봉이 몇 천만원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노조에서 매주 수요일은 '잔업 없는 날'로 정했다. 오죽했으면 그랬겠나. 처음에는 조합원들이 '왜 잔업을 못하게 하느냐'고 했다. 그래서 말을 바꾸어 '가정의 날'이라고 했다. 집에 일찍 가서 쉬고, 가족들과 지내자는 취지였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17일 저녁 창원대에서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이 연 '언론시민학교'에서 "노동자가 바라본 언론"이란 제목으로 강연한 뒤 사인해 주고 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17일 저녁 창원대에서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이 연 '언론시민학교'에서 "노동자가 바라본 언론"이란 제목으로 강연한 뒤 사인해 주고 있다. ⓒ 윤성효
김 지도위원은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서 했던 고공농성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2011년 1월 6일 새벽에 크레인에 올라가 309일만에 내려왔다.

"제가 크레인에 올라간 첫날 엄청나게 추웠다. 어찌나 떨었든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사람들이 올라가는데 무슨 생각을 했느냐고 묻는데, 사실 '내일 올라올 걸' 하는 생각을 했다. 309일만에 내려와서야 실감이 났다. 올라가기 전 결혼했던 젊은 친구가 있었는데, 내려와 보니 아이를 낳았더라. 땅을 밟았는데 멀미를 심하게 했다. 이전에는 버스를 타도 책을 읽을 정도였는데 지금도 버스를 타면 멀미를 한다. 징역 살고 나왔을 때보다 적응하는데 더 힘들었다."

김신 대법관 후보 청문회 때 증인으로 서기도 했던 김 지도위원은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사람들이 노동자의 현실을 하나도 모른다. 진심으로 모른다. 국회의원들이 만든 정리해고, 비정규직법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는지 모른다"면서 "문제는 그 사람들이 우리를 대변한다는 것이다. 진짜 심각하다"고 말했다.

정리해고의 문제점을 언급했다. 그는 "한진중공업, 쌍용자동차, 발레오만도 등 여러 기업들이 그랬다. 정리해고․구조조정은 경영상 불가피한 것이라고 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쌍차도 경영과 상관  없었다는 것이 이번에 드러나지 않았느냐. 지역에서 중심적인 노동운동 현장에서 민주노조를 파괴하는 수단으로 정리해고를 악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9년 전 오늘(10월 17일) 김주익 한진중공업지회장이 85호 크레인에 129일간 매달려 있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내려오면 교섭하겠다고 했던 자본은 김 지회장이 죽었는데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2주일만에 곽재규 노동자가 도크 바닥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두 명이 죽고 나서야 한진은 정리해고 철회를 했다. 그 때 대자보를 붙이고 있으니 지나가던 학생이 보고 '다른 회사 들어가면 되지 않느냐'고 하더라. 민주노조는 임금 몇 푼 받아내려고 하는 게 아니다. 그 자체가 목숨이다.

이전에는 현장 노동자들이 관리직한테 이유 없이 따귀를 맞은 적도 있었다. 하소연할 때가 없었다. 그래서 만든 게 민주노조다. 그 때부터 관리자들이 우리한테 존댓말을 하기 시작했다. 김씨․박씨가 아니라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런 민주노조를 어떻게 포기하나. 민주노조를 포기하는 순간 이전의 노예생활로 다시 돌아간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쌍차와 한진의 정리해고는 노동자한테 절박했다. 대부분 사원아파트에 살았는데, 정리해고가 되면 그야말로 아무런 대책이 없다. 아파트에서도 쫓겨나는 것"이라며 "그렇다보니 사측이 하는 온갖 회유와 압박에 넘어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자 복귀? ... 선별복귀 우려"

그는 "한진은 수주가 되지 않아서 구조조정을 한다고 했다. 영도조선소는 4년간 수주 한 척 하지 않았다. 수주 담당 상무가 조남호 회장의 아들이다. 수주를 못해서 경영이 어려우면 수주 담당자를 잘라야 하지 않나. 우리는 용접한 죄밖에 없다"고 말했다.

85호 크레인 농성이 계속되고 있을 때 김여진과 '날라리'들이 찾아왔던 일과 희망버스 등에 대해 설명한 그는, "그 나라가 민주주의인지 아닌지를 알려면 여성과 노동자, 장애인 등 약자들의 삶을 보면 된다"며 "국민소득 2만, 3만 달러면 뭐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진중공업은 정리해고자 94명에 대해 11월 10일 복귀시키겠다고 했다. 마치 축제인 것처럼 하는데, 아니다. 사측은 민주노조를 깨는 게 우선이다. 재교육을 보내든지 휴업을 보낼 것이라 본다"며 "아니면 민주노총 탈퇴 조건으로 선별복귀할 것이다. 이것을 넘어서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잠시도 긴장을 놓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17일 저녁 창원대에서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이 연 '언론시민학교'에서 "노동자가 바라본 언론"이란 제목으로 강연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17일 저녁 창원대에서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이 연 '언론시민학교'에서 "노동자가 바라본 언론"이란 제목으로 강연했다. ⓒ 윤성효

용역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투쟁해 보면 경찰 위에 용역이 있는 것 같다. 용역이 고위공무원 같다. 폭력을 조장하고 사주한다"면서 "요즘 젊은 친구들은 한번 비정규직이면 계속 비정규직이고, 한번 용역에 발을 디뎌 놓으면 못 버린다고 한다"고 말했다.

"용역 중에 집회 보면서 마음이 변한 아이들도 많다. 신변 보호를 위해 공개를 못하겠는데, 희망버스를 탄 용역도 있었다. 올해초 롯데백화점 창원점 비정규직들이 해고되어 천막농성을 하고 있어 찾아갔던 적이 있다. 거기도 용역이 지키고 있었다. 그랬더니 용역 한 명이 다가와서 '안녕하십니까'라고 묻더라. 자기는 한진에도 있었다고 했다. 한진은 용역에 60억원 정도를 썼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자한테 관심 가져 달라"

쌍용자동차 해고자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김 지도위원은 "그 엄청난 폭력에 대해 누구도 사죄한 적이 없다. 경찰은 사죄는 커녕 잘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한테는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아빠가 경찰차에 실려가는 것을 본 아이는 지금도 버스를 타지 못한다고 한다. 헬기 소리 때문에 화장실 물 내리는 것조차 못한다고 한다. 외출할 때는 아이가 장난감 칼을 차면서 '아빠 지켜줄게'라고 한단다. 정리해고는 살인이다. 실제로 평범했던 가정이 파괴된다. 정리해고가 되면 평범한 가정이나 평화는 하루 아침에 사라진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쌍차 해고자·가족 22명이 사망한 뒤에 더 이상은 막자고 해서 서울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차렸는데 23번째 죽음이 발생했다"며 "서울 가는 일이 있으면 분향소에 꼭 들러 보고, 편지라도 보내달라. 그것이 힘들어도 버텨주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꼭 투표해 달라. 진심이다. 이 암울한 현실을 끝장내는 것은 우리다. 비정규직법을 만들 때 반대하면서 부산역에서 천막농성을 했던 적이 있다. 지금은 그 때 크레인에 올라갔어야 하는 거 아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부산역 천막농성을 하면서 유인물을 나눠주었는데, 유인물 한 장 받아가지 않던 젊은이들이 야속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후회하지 않기를 바란다. 웃으면서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


#김진숙 지도위원#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언론시민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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