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한국과학기술원(KAIST)와 한국연구재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카이스트 연구실적 미흡과 논문표절 의혹, 특혜 임용 의혹 등을 집중 거론하며 '안철수 때리기'에 나섰다.
18일 오전 카이스트에서 열린 국감에서 새누리당 민병주(비례대표) 의원은 이승종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제가 보내드린 두 논문 보셨죠? 두 논문은 일반인이 봐도 논란이 불필요할 만큼 복사 수준이다"라면서 "그런데 안철수 후보 측은 어떻게 이름이 올라갔는지 모르며 연구실적으로 쓴 적이 없다고 해명을 내놨다, 이사장님은 자신도 모르게 논문에 이름이 올라간 사례를 본 적이 있느냐"고 따졌다.
이어 "만일 안 후보의 논문이 표절로 판명되면 관련 연구자들에게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렇게 하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이사장은 "저희는 현재 주어진 규정에 따라서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그러자 민 의원은 "표절인지 아닌지 정확하게 재확인 하시고, 그 결과에 따라 연구비 전액을 환수하도록 하라"고 요구했다.
"재직 시절 논문 겨우 6편, 이래도 세계적 석학?"민 의원은 또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에 대해서도 "안 교수의 논문이 표절인가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에 서 총장은 "해당 논문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민 의원은 "안 교수는 외부강연을 다닐 때 세계적인 석학이라고 하고 다녔다, 그런데 (재직 시절) 겨우 6편의 논문을 썼다, 이래도 세계적인 석학이라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서 총장은 "논문의 질에 따라 다르다"고 답했고, 민 의원은 "카이스트가 제출한 자료를 보면 안 후보의 연구업적평가에서 '논문실적은 미흡하나 다수의 업적이 있다'고 기술하고 있는데, 다수의 업적이라는 게 대체 무엇이냐"고 따졌다.
민 의원은 또 "다수의 업적 중에는 저술활동이 있다, 안 후보는 재직 시절 5권의 저술이 실적으로 되어 있는데, 한 권은 자서전이고, 한 권은 강연내용 녹음한 CD이고, 나머지 3권은 공동집필이다, 보통 대학에서는 이 정도를 석좌교수의 실적이라고 보느냐"고 물었다.
이에 서 총장은 "보통은 그렇게 안 본다"고 답했고, 민 의원은 "규정에 보면 학술연구실적이 극히 부진한 자는 해임할 수도 있다, 당시 안 교수를 해임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다른 교수들에게도 그렇게 관대한가, 특별한 사람에게는 관대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대기 때문에 학생과 교수들이 지금 사퇴하라고 하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이번에는 같은 당 이에리사(비례대표) 의원이 안철수 후보의 교수임용 특혜를 따지고 나섰다.
이 의원은 "카이스트에 300억 원을 기부한 정문술 미래산업회장이 안철수 교수를 추천했다, 그러자 카이스트는 바로 그 다음날 석좌교수 임용 및 처우 지침을 개정했다, 이는 특정인을 지정해 놓고 의도적으로 개정한 것 아닌가"라면서 "실제로 카이스트는 안철수 교수를 곧바로 영년직 정교수로 임용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고 따졌다.
이 의원은 또 "정문술 회장의 추천과 지침 개정, 안철수 교수 임용,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며 "그렇게 임용된 안 교수는 연구실적도 부족하면서 '세계적인 석학'이라는 타이틀로 전국을 다니며 강연을 했다, 이 모든 것에 대해 총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강은희(비례대표) 의원은 안철수 후보의 부인 김미경 교수의 특혜 임용에 대한 의혹을 따지고 나섰다.
강 의원은 "정문술 회장의 추천으로 안 교수를 석좌교수로 임용한 카이스트가 이번에는 그의 부인인 김미경 교수를 의과학대학원 교수로 임용했다, 또 카이스트는 김 교수를 기술경영전문대학원으로 소속을 변경했고, 1년 동안 김 교수는 강의가 전혀 없었다"며 "그리고는
다시 1년 만에 지식재산전공 부교수로 발령했다, 강의도 없는 교수를 발령하는 것은 학사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강 의원은 또 "김 교수가 서울대학교에 임용되면서 낸 서류를 보면 카이스트에서 낸 단행본 저서를 연구실적으로 적었다, 그런데 이 책은 '성공벤처를 꿈꾸는 창업자를 위한 창업 가이드북'이다, 카이스트가 원하는 연구가 바로 이런 정도 수준이었느냐"며 "훌륭한 분을 모시기 위해서 부인까지 패키지로 임용하고 특혜를 주시느라 참 고생 많으셨다"고 비꼬았다.
같은 당 박인숙(서울 송파갑) 의원도 김미경 교수 임용과정을 질타했다. 박 의원은 서 총장에게 "2008년 카이스트에 임용된 김미경 교수의 원서를 보니 성균관대 의대에서 7년 11개월 동안 부교수로 재직했다고 적혀있다"며 "그런데 제가 조사를 해 보니 2년 6개월 동안은 그냥 의사로, 3년 6개월 동안은 조 교수로 일했다, 부교수로 재직한 것은 겨우 1년 7개월 이었다, 이는 명백한 경력 허위기재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서 총장은 "말씀하신 게 맞는다면 허위기재라고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안철수 교수 키운 건 MB 정부인데, 왜..."이 같은 새누리당 의원들의 '안철수 때리기'에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새누리당이 정략국감으로 변질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통합당 유은혜(경기 고양일산동구) 의원은 "오늘의 국정감사가 특정 정치인에 대한 정치공세가 된 같아 씁쓸하다"면서 유감을 표했다. 같은 당 이용섭(광주 광산을)의원도 "피감기관에 대한 감사가 아닌 특정후보에 대한 공세가 이어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상희 의원은 "저는 지금 얼떨떨하다, 말 그대로 포지션이 잡히지 않는다"며 "서남표 총장은 그 어느 누구보다도 이명박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분이다, 자율과 경쟁원리를 교육에 접합시켜 세계 최고의 학교로 만들려고 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서 총장은 안철수 교수도 특별히 임용했고, 오늘 새누리당 의원들의 지적에 따르면 이명박 정권 아래서 엄청난 특혜를 주어서 키운 교수다, 아이러니 한 것은 왜 이 정권이 안철수 교수를 이렇게 키웠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그런데 지금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까 새누리당 의원들이 안 교수를 공격하는데, 참 애매한 상황"이라면서 "안 교수도 그렇고 김 교수도 그렇고 교수임용은 인사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서 총장은 "학과의 추천에 의해서 인사위원회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