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올가을 최고의 단풍과 함께 “기백, 금원, 현 성산” 종주 산행 올가을 최고의 단풍과 함께한 “기백, 금원, 현 성산” 종주 산행에 참여하며 겪은 힘든 산행길 이야기를 사진과 동영상에 담아 소개를 합니다.
|
ⓒ 윤도균 |
관련영상보기
|
며칠 전, '우리산내음' 카페 산초스 아우에게 전화가 왔다. 요는 "매월·수 원정 산행을 토요일로 일정 변경" 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기백, 금원, 현 성산" 3개 산을 종주하는 것이다. 섣불리 따라붙었다 큰 코 다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망설였지만, 얼떨결에 승낙했다.
더 큰 문제가 생겼다. 산행 떠나기 이틀 전, 작은아들 내외가 아내에게 '어머니 육순'이냐는 전화 소리를 들었다. '이걸 어쩐다,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다.' 어영부영 40여 평생을 함께 살아온 아내의 '육순'에도 산행을 약속했으니... 그야말로 대책없는 남편이다. 에라! 모르겠다. 이럴 땐 굳세게 '모르쇠' 작전으로 일관하는 게 상책이다.
다음날 외출에서 늦게 돌아오니, 어! '이런 낭패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작은아들 회사 '사장님께서 올해도 잊지 않으시고 아내에게 큼직한 생신축하 꽃다발과 케이크 선물'을 보내 주셨다. 그러니 모르쇠 작전도 보기 좋게 부도가 났다. 어쩔 수 없이 아내에게 사실대로 말할 수 밖에...
그리하여 20일(토) '육순'인 아내를 집에 두고, 새벽 5시에 산행을 떠났다.
새벽 5시, 현관문을 나서는 남편에게 "조심해서 잘 다녀와요"라며 생전 안하던 인사를 아는 아내. 그 소리를 들으니 아내에게 더욱 미안해서 뭐라 말을 해야 할 지... 그저 죄인 심정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뜻 있으면 길' 있어... 올 가을 최고의 단풍 산행 인천에선 무려 500리도 넘는 길을 달려 경남 함양에 있는 기백산 들머리인 "덕유산 장 수사" 일주문 앞 주차장에 도착하니, 10시 50분이다. 일행과 잠시 산행 준비를 하며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11시부터 기백산 산행을 시작한다.
이곳 경남 함양군 안의면 상원리 일대의 농촌 풍경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그림처럼 우아하고 아름답다. 이런 줄도 모르고 늘 멀다는 핑계만 대며 남도 산행의 진수를 멀리했었으니…. '수도권 촌닭' 산꾼은 연방 '우와! 우와~!' 감탄사만 남발하며 갈 수밖에 없다.
기백산(1,332m), 금원산(1,353m)은 경상남도 거창군 상천리와 함양군 안의면 상원리의 경계를 이루며 두산이 능선으로 연결돼, 한번 산행으로 "기백, 금원산" 두 산을 함께 탈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날, 이 두산에 하나를 더 보태 "현 성산(960m)" 한 곳을 더 연계 산행을 하기로 하였으니, 웬만한 준족 아니면 3개 산을 연계 종주 산행을 하는 것이 요즘 늦가을 날씨 짧은 해에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해보지도 않고 겁낼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안되면 되게 하여라!' 찾아낸 방법은 A팀과 B팀으로 나누어 A팀은 3개 산 종주를 하고 B팀은 기백, 금원 2개 산만 타고 하산키로 했다. 기백산 들머리 이정표 지나 "도수 골" 오름길부터 '1030 안부'에 이르기까지 올가을 들어 최고의 단풍 산행 진수를 만끽하며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산행이 시작된다.
기상청 단풍 뉴스에 따르면 설악에서 시작한 단풍이 지리산까지 시차를 두고 내려온다는데, 지난봄 꽃소식처럼 아무래도 올가을 단풍도 예년처럼 그렇게 시차 간격을 두고 남으로 남으로 내려오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왜냐면 벌써 기백산, 금원산, 현 성산 정상 7부 능선 일대는 나뭇잎이 완전히 떨어져 수목으로 가렸던 조망이 확 트였으니 말이다.
500리길 달려가 "기백, 금원, 현 성산" 3개산 게릴라식 종주 산행금원산의 무산은 남덕유산이라 한다. 남덕유산에서 남동쪽으로 가지를 쳐 내린 월봉산 능선은 두 가닥으로 갈라지는데 오른쪽 '수 망령 쪽 능선 최고봉이 금원산'이다. 금원산 정상에서 남동으로 뻗어내린 능선을 타면 기백산과 만난다. 금원산의 이름은 옛날에 산에 살고 있던 금빛 원숭이를 원암(猿岩)이라는 바위에 잡아 가두었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한국의 산하 참조>금원산에는 유안청폭포, 좌운 폭포, 한 수동 계곡을 비롯하여 크고 작은 소와 담이 있으며, 마애불 등의 문화 유적이 많다고 해 가보고 싶은 맘 굴뚝 같지만, 나에게 이렇게 좋은 3개 산 종주 산행 기회가 쉽지 않을 것 같아 다소 힘이 들더라도 나는 A팀을 따라 갔다. 그러다 보니 혹시 만에 하나 늙은 산꾼인 나 때문에 함께 하는 젊은이들에게 누가 되지 않으려고 될 수 있으면 쉬지 않고 꾸준히 선두그룹을 바짝 따라붙어 간다.
산행을 시작할 땐 다소 흐린 날씨가 되어 이날 산행 조망이 쉽지 않으리라 예측했는데 '1030 안부'를 지나 기백산 오름길에 들어서니 예상을 깨고 하늘이 온통 쪽빛으로 물들었다. 여름내 시야를 가리던 울창한 수목이 모두 낙엽 져 '바스락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를 들으며 걷는 기백산 금원산 산행길이 마치 내가 "구르몽"의 시 그 "낙엽" 길을 걷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어 나 홀로 구르몽의 시 "낙엽"을 읊으며 간다.
낙엽 밟는 소리에 내가 시인된듯 착각에 빠져 "시몬 '나뭇잎이 저버린 숲으로 가자 /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 낙엽은 너무나도 부드러운 빛깔 너무나도 나직한 목소리 / 낙엽은 너무나도 연약한 땅 위에 흐트져 있다. /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 황혼 무렵의 모습은 너무나 서글프다. / 바람이 불면 낙엽이 속삭인다 /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 낙엽은 날개 소리, 여인의 옷자락 소리 /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 되리라 / 오라. 벌써 밤이 되고 바람이 우리를 휩쓴다. /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나도 언젠가는 저 낙엽처럼 되겠지….' 이번 3개 산 종주 산행 중 기백, 금원산을 잇는 "하늘금"길을 걷노라면 멀리 덕유산, 거망산, 황석산, 가야산, 지리산, 노고단까지 조망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렇다고 이날 산행이 한가롭게 가을 감상을 즐기는 '가을 낭만'산행이 쉽지가 않아 사진 한 컷 찍고 뛰고 뛰는 '게릴라' 산행을 하며 이날 무려 350여 장 사진을 찍으며 산행을 했으니 내가 생각해도 난 '미친 늙은 산꾼'이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