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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당신께 하늘님께 편지를 보냅니다.

청주를 들어올 때 처음으로 만나는 이미지는 가지런히 뻗어있는 가로수길인 것은 아시지요. 청주에 도착하자마자 빗줄기는 굵어지는데도 수많은 시민사회단체, 종교계, 민주노총, 농민회, 전교조와 일반 시민들이 반갑게 맞이해주어서 참 고마웠습니다. 하지만 쏟아지는 비와 차가운 바람을 가르며 걸어가는 걸음 하나 하나에는 간절함이 배어 있습니다.

생명평화대행진 길위에서 보내는 편지 청주 가로수길에서 나무를 껴안고 생명을 느끼는 2012생명평화행진단
생명평화대행진 길위에서 보내는 편지청주 가로수길에서 나무를 껴안고 생명을 느끼는 2012생명평화행진단 ⓒ 이우기

죽음의 망루가 있었던 용산 남일당에 덩그러니 있는 주차장에 내리는 비를 애잔한 눈으로 바라볼 어머니들과 쌍용자동차 대한문 농성장에서 비를 맞으며 단식 농성을 하고 있을 김정우 지부장님과 고공 철망위에서 흐르는 빗줄기를 온 몸으로 받아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강정마을 해군기지사업단 정문 비 속에서 고착을 당하고 있을 평화지킴이들과 주민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더욱 애타기만 합니다. 또 강원도청에 있는 강원도 골프장 반대 텐트 농성장과 밀양송전탑 텐트 속에서 비를 맞으며 덩그러니 서 있을 할머니들을 생각하니 걸음은 더욱 갈지자가 되어갑니다.    

생명평화대행진 길위에서 보내는 편지...청주에서 청주 가로수길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알기위해 나무 껴안기를 하고 있는 행진단
생명평화대행진 길위에서 보내는 편지...청주에서청주 가로수길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알기위해 나무 껴안기를 하고 있는 행진단 ⓒ 이우기
걸음 중간에 행진단 전원은 가로수를 껴안고 나무의 향기를 맡습니다. 나무결마다 끼어있는 까만 매연과 흘러내리는 빗물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생명력이 느껴집니다. 작은 것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나무 한그루를 껴 안으면서 환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처음으로 이 길에 가로수를 심었던 동네 면장님의 아름다운 마음, 공사로 인해 없어질 위험에 빠진 가로수를 지켜냈던 시민사회단체들의 노력, 그럼에도 도로 확장으로 아스팔트 한가운데 서서 자동차의 매연을 온몸으로 견디고 있는 가로수를 껴안으니 삶에 대한 소중함과 펄펄뛰는 생명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간 당신도 집 안에 있는 화분과 마당에 서 있는 나무 한그루 아니면 들에 피어있는 풀 숲의 향기를 깊게 한번 호흡해보세요. 느껴지십니까 생명령이. 이렇게 나무 한 그루에도 생명의 소중함과 사람들의 무수한 노력이 깃들어 있는데 하물며 4대강, 강원도골프장, 송전탑 등 한국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무수한 개발은 어쩌란 말인지요.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과 정치를 하는 사람에게는 사회의 경제적 파이를 키워 국민들 골고루에게 많은 혜택을 주어야할 목표도 있어야겠지만, 그것보다 앞서 수많은 사람들이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보존해야 할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국민들은 단순한 개발과 발전을 위해 살아왔던 낡은 과거의 유물에 갇혀있지 않는데 단지 기존의 낡은 정치와 후진적인 자본들은 진정한 행복의 가치인 생명과 평화를 거스르는 행동을 강원도 골프장과 밀양 송전탑과 4대강보수공사 현장 등 전 국토에서 지금도 버젓이 하고 있습니다. 안타깝지 않나요.

내리는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걸어온 생명평화행진단은 주민자치센터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시민사회에서 만들어낸 카페에서 차를 대접받고 시민들이 자유롭게 활용하는 동아리 모임공간에서 저녁식사를 대접 받으면서 새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북카페 청춘을 통해 시민사회단체의 공동체비즈니스의 비전을 보았고 강서동주민자치센터에서의 식사를 통해 새로운 공공기관과의 연대를 경험하고 청주NGO센터 이야기를 통해 교육과정에서의 장기적인 비전을 만들어내는 신선한 모습을 만납니다. 생명평화행진단의 가뿐 걸음 중에도 풍부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곁가지 배움의 시간이기도 하지요. 이렇게 생명평화행진단은 간절함은 있지만 결코 무겁지만은 않습니다.

늦은 밤까지 숙소에서 머무르며 생명평화순례단에게 고구마랑 옥수수를 쪄주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많은 청주 가족들의 애정이 참 고맙습니다. 청계천처럼 망가졌을지 모를 무심천을 생태적으로 지켜냈던 시민들! 사라질 위험에 처해진 두꺼비방죽을 끝내 지키며 생명의 공간으로 만들어낸 시민들! 이들과 함께 비를 맞아가며 오늘 하루 가로수길에서 생명평화의 소중함을 느끼며 쌍차, 강정, 용산의 아픔과 4대강, 골프장, 원전의 상처를 나눌 수 있어서 참 고마운 시간들입니다. 이렇게 생명에 대한 애정과 풍부한 상상력을 가진 청주 하늘님들과 11월 3일 서울시청에서 스스로 만들어낼 국민들의 생명평화광장이 기다려집니다.

그 자리에서 당신과 그들을 즐겁게 기다리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2012생명평화대행진을 걷고 있는 생명평화결사 제주순례단 박용성 등불은 길 위에서 쌍차해고자,용산유가족,강정주민들,강원도골프장주민들,밀양송전탑할머니들과 국민들과 함께 걸으며 편지를 보내주고 있습니다.



#2012생명평화대행진#함께걷자 강정에서 서울까지#함께 살자 모두가 하늘이다#생명평화결사 제주순례단#박용성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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