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교육청이 방학 중에도 학생들의 학습 습관을 유지하겠다며 방학 후 기말고사를 실시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가운데, 지난 여름방학 후 실시한 기말고사에서 그다지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다시 논란이 일 전망이다.
특히 일부 학교는 수학 평균 점수가 30점대로 떨어지는 등 성적 하락이 두드러졌고, 학생·학부모·교사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5% 이상이 방학 후 기말고사 실시에 '반대' 의견을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학교 구성원들의 자율적인 선택에 맡겼고, 여름 방학이 아닌 겨울방학 후를 겨냥해 추진하는 사업이라 문제될 게 없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시교육청은 지난 1월 하계·동계 방학이 끝난 후 정기고사(기말고사) 실시를 일반화하는 '교육지원 확대와 공교육 신뢰 제고를 위한 학사일정 선진화 추진 계획(안)'을 인천지역 모든 초·중·고등학교에 보냈다.
주5일 수업의 전면 실시와 소득 계층별 교육 격차가 심화되는 것을 막고, 방학 중 학습 습관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또한 '인천시 학생의 정규교육과정 외 학습 선택권 보장에 관한 조례'로 방과후학교와 자율학습을 운영하는 학교가 줄거나 운영시간이 감소 중인 것도 이유로 꼽았다.
시교육청의 이 계획(안)이 알려지자,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시교육청은 "모든 학교가 이렇게 하라는 것이 아니고, 학교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정진후(무소속) 국회의원이 19일 공개한 '인천시교육청의 방학 전후 정기고사 분산 실시 현황' 자료를 보면, 인천지역 225개 중·고등학교 중 정기고사를 분산 실시하는 학교는 121개교(중 71개교, 고 50개교)로 53.8%에 달한다.
이중 1학기만 실시하는 학교는 19개교, 2학기만 실시하는 학교는 98개교이다. 4개 학교는 1·2학기 모두 실시한다. 하지만 이 학교들 가운데 학생·학부모·교사 모두에게 의견조사를 한 학교는 27개교에 불과하다.
문제는 지난 8월 여름방학 후 기말고사를 실시한 학교들에서 성적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분산 실시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는 데 있다.
인천 ㄱ중학교는 수학과 영어시험을 분산 실시한 후 1학기 중간고사 성적에 비해 기말고사 성적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수학 평균 점수를 보면, 1학년이 중간고사 때 48.1점이었으나 기말고사 때는 35.7점으로 떨어졌고, 2학년은 54.2점에서 46.9점으로 떨어졌다. 영어 평균 점수의 경우 1학년은 59.9점에서 60.0점으로 거의 변화가 없었으나, 2학년은 52.9점에서 47.7점으로 5점 이상 떨어졌다.
이에 ㄱ중학교는 9월 말에 학생·학부모·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의견조사 결과, 학생 97.7%, 학부모 97.9%, 교사 94.3%가 '분산 실시'를 희망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학교 구성원 95% 이상이 분산 실시를 하지 말자는 것이다. 다른 학교도 비슷한 상황이라는 증언이 잇따랐다.
ㄴ중학교 운영위원은 "1학기 기말고사 분산 실시 후, 특히 수학 평균 점수가 30점대로 크게 떨어졌다고 교사에게 들었다"며 "분산 실시 후 학교에서 학생 설문조사를 했는데, 반에서 2~3명만 빼고는 모두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 방학 끝나고 시험을 치르면 (아이들이) 공부할 것이라는 시교육청의 생각은 정말 바보 같은 것이라는 것을 여실히 증명해준 것 같다"고 비판했다.
ㄷ고교 교사는 "여름방학이 끝나기 전 2~3일 동안 학교에 학생들을 불러서 자율학습을 시켰지만, 영어 평균 점수가 중간고사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며 "공부하는 분위기가 안 된다. 시험 범위조차 모르는 학생도 있었다. 부정적인 의견이 많아 교사들이 분산 실시를 하지 말자고 학교에 건의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교육과정기획과 담당 장학관은 <부평신문>과 한 전화통화에서 "시험 평균 점수가 잘 안 나오는 것은 난이도의 문제일 수 있는 것 아닌가? 시험 점수가 잘 안 나왔다고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분산 실시는 학교 자체적으로 결정할 문제라 교육청에서 뭐라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특정 교원단체 소속 교사들이 많은 한 학교에서 교사들의 건의로 2학기 때부터 실시하지 않기로 한 것은 알고 있다. 애초에 교육청은 여름방학보다는 겨울방학 후 분산 실시에 무게를 두고 추진했던 것이라,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