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회 의원들의 의정비를 결정하는 '대전시의회 의정비심의위원회'가 2.9%의 인상안을 결정했지만, 6.5%로 올려달라는 대전시의회의 요구에 따라 스스로 결정을 번복해 논란이 예상된다.
대전시 의정비심의위원회는 지난 16일 '2013년 대전시의회 의정비심의위원회'를 개최해 2.9%인상안을 의결했다. 당초 대전시의회는 '지난 4년 동안 의정비 동결'과 '공무원 임금 인상률',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6.5%의 인상안을 제시했다.
학계와 언론계,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10명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는 의회의 안을 놓고 토론을 거쳐 6.5% 인상에 대한 시민여론을 의식해 2.9%만 인상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대전시의회는 이러한 심의위원회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재심의를 요청했고, 대전시는 23일 오후 다시 심의위원회를 열어 6.5% 인상안으로 수정, 결정했다.
이 같은 인상안은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해 시민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심의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되게 된다. 6.5% 인상안이 이대로 확정될 경우, 대전시의회 의원들은 현재 5508만 원의 의정비에서 330만 원가량이 오른 5868만 원의 의정비를 받게 된다.
문제는 대전시의원들이 받게 되는 의정비의 많고 적음에 있는 게 아니라, 시민을 대표해서 의정비를 결정하는 심의위원회가 대전시의회의 요구에 의해 스스로 결정한 사안을 1주일 만에 번복했다는 데 있다. 심의위원들이 갑자기 자신들의 소신을 바꾼 데에는 대전시의회는 물론, 대전시의회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전시 관계자의 일정한 설득작업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들기 때문.
실제, 한 심의위원에게 대전시 직원이 회의 재소집을 통보하는 과정에서 "대전시의회의 요구가 있어 재소집한다"며 "시의회안을 들어주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져 이 같은 의혹을 더욱 짙게 하고 있다. 시민을 대표해서 의원들의 의정비를 결정하는 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여기에 의정비 결정 권한을 주었으면 설사 의정비 인상률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이를 수용해야지, 재검토를 요구해 마음에 들 때까지 회의를 다시 하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결국, 이런 방식으로 위원회가 운영될 경우, 올바른 시민의견 수렴 보다는 이해당사자들의 요구에 따라 위원회가 '거수기'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대전시는 시의회의 재검토 요구는 충분히 가능한 절차이며 시민여론조사를 통해 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다시 한 번 시민들의 의견을 묻기 때문에 이번 결정과정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 각계의 의견을 들어서 주요 정책을 결정하기 위해 구성된 '위원회'가 이 번 처럼 집행부나 이해 당사자의 의견에 따라 결정된 안을 다시 번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문창기 국장은 "의정비 심의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하지 않고, 맘에 들지 않는다고 다시 회의를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시의회 스스로 민주적인 절차를 무시하는 것이며, 심의위원회의 권한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무책임한 태도"라고 말했다.
문 국장은 또 "심의위원회 역시, 자신들이 결정한 내용을 이해 당사자의 의견에 따라 번복하는 것은 스스로 심의위원회의 권한을 무력화시키고, 의정비 심의의 객관성을 떨어트리는 것"이라며 "이런 방식으로 결정된 의정비에 대해 어느 시민이 '합리적으로 결정됐다'고 인정하겠느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