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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24일 오전 서울시청 신청사 브리핑룸에서 취임 1주년 합동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4일 오전 서울시청 신청사 브리핑룸에서 취임 1주년 합동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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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뒤로 3430명의 서울시민의 이름이 등장했다. 박 시장의 배경이 된 그림에는 1일 시민시장, 명예부시장, 정책 워크숍 참여시민, 희망씨앗 참여시민 등의 이름이 적혀 있다. 이 위로 '시민 덕분에'라는 문구가 자리 잡았다.

오는 27일 취임 1주년을 맞아 박원순 시장이 24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장에는 김형주 정무부시장, 김상범 행정1부시장이 배석했다. 박 시장은 '후한서 황보규전'에 나오는 '수가재주 역가복주(水可載舟 亦可覆舟)'를 소개하면서 "서울이라는 큰 배의 선장은 시민 여러분"이라며 "'시민중심', '현장과 소통'이 박원순호 서울시정을 특징짓는 최고의 브랜드고 화두"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오는 11월 1일, 박 시장은 은평 뉴타운으로 시장실을 임시 이동하겠다는 것이다. 취임 후부터 현장을 중시했던 박 시장이 더 적극적인 현장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미분양된 SH공사 아파트를 어떻게 정리할 수 있는지, 입주자들이 겪는 많은 고통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러 민생 현안들, 전통시장, 청년실업, 노인좌절과 보육현장을 누비며 해안과 대안을 찾기 위해 시장실이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1주년을 맞아 박 시장은 자신의 정책을 성공적으로 평가하며 친환경 무상급식,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내세웠다. 박 시장은 "'먼저 우리의 삶을 보살피라'는 시민의 명령이 있었기 때문이었다"며 "보편적 복지를 향한 시민 여러분의 열망이 시대의 전면으로 불러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시장은 "좌절하고 절망하는 일도 없지 않았다"며 "무려 20조에 달하는 채무액 앞에서 내 지혜의 한계를 탓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깊어지는 불경기와 세수감축, 제한적인 지방분권으로 인한 한계와 그로 인한 안타까움이 일상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진 기자들의 질문에 박 시장은 요리조리 피했다. 재선 도전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밀어주면 고민해보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고 "시장이 되기 위해 살아오지 않았듯이 재선을 위해서 시정을 운영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대선과 관련해서도 그는 "1년 동안 발전한 것은 유도 질문에 안 넘어간다는 것(웃음)"이라며 선거 끝난 다음에 지금의 생각을 말하겠다"고 피했다. 공공임대주택 8만호 건설과 채무감축 7조가 동시에 달성에는 어려움을 호소하면서도 "달성하지 못해도 이 추세를 가져가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자신이 꼼꼼히 메모한 10여 권의 수첩을 가져와 "직원에게는 공포의 수첩"이라며 웃어 보이기도 했다. 다음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시민의 삶 바꾸는 첫 번째 시장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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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이 되고 나서 '내가 시장이 되길 잘했구나'하는 보람을 느꼈던 경우, 막상 시작을 하고 나니까 괜히 시장이 됐다는 생각을 갖게 했던 일은 없나.
"마치 면접을 보는 느낌이다.(웃음) 보람은 순간순간 느끼고 있다. 내가 내린 결정 때문에 시민의 삶을 바꾸거나 힘들어하는 시민들에게 좋은 변화를 가져다주는 정책을 결정할 때 보람을 느낀다. 가장 고민스러웠던 것은 뉴타운 문제였다. 서울시민 중에 뉴타운으로 자신의 삶에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이 많았다. 내게 많은 민원과 호소가 터져 나왔다. 그래서 출구전략을 1월에 발표했다. 하루아침에 해소되는 문제는 아니지만 분열과 갈등의 진원지였던 이 문제를 부분적으로 해결했다는 데에 보람이 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시민이 있다면.
"언제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노숙자 한 분이 기억에 남는다. 어느 날 아침, 사건사고 팩스에서 노숙자 한 명이 사망해서 병원에 안치됐다는 정보를 받았다. 나이가 내 또래였지만 가족도 찾을 수 없는 분이었다. 정말 수많은 형태의 삶이 있지만 그분처럼 이름 없이 죽어가는 사람도 있구나를 생각했다. 누군가 같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마지막 남은 한 사람까지도 돌봐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병원에) 갔다 왔다."

- 버릇처럼 '아무것도 안 한 시장이 되고 싶다'고 계속 말했는데 1년 후에 생각이 바뀌지 않았나? 어떤 시장으로 기억에 남고 싶은지 궁금하다.
"사실은 '시민의 삶을 바꾸는 첫 번째 시장'이 되고 싶고, 그러기 위해선 많은 일을 해야 한다. 과거 시민들이 시장에게 바랐던 것은 큰 이벤트를 하는 시장이었다. 내가 일부러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 그러나 한두 개의 큰 프로젝트에 욕심을 내다보면 재정과 행정에서 균형을 잃게 된다. 큰 사업도 필요하다고 본다.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박원순은 인프라, SOC를 등한시한다고 보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 서울의 미래를 위해 많이 고민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민의 삶을 바꾸는 것은 작은 일이다. 돈도 많이 안 들어간다. 일례로 잡상인이라는 말이 있다. 그분들도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 남편일 텐데 그런 분께 잡상인이라고 불러서 모멸감을 주는 것보다 '이동상인'이라고 말 한마디 바꿔 부르는 이런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이런 작은 것에서부터의 변화가 시민들 삶 속에 스며드는 시정이고 서울시를 품격있는 도시로 변화시킬 것이라 생각한다."

- 은평 뉴타운으로 시장실이 이동한다고 했는데.
"지난번에 은평 뉴타운에 가서 정책워크숍을 했다. 주민들의 요구가 수십 개가 되는 등 문제가 많더라. 새로운 일을 벌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마무리하는 것도 소중하다. 은평뉴타운은 이미 공사는 다 돼서 주민 몇만 명이 살고 있다. 하지만 자족도시로서의 부족함이 있다. 1주일 있을 생각인데, 그 기간 동안에 공무원들이 문제점들을 찾아 보지 않을까? 주민들의 의견을 들으며 오며가며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 생각한다.

임대주택도 3일을 들여 여러 유형의 주택도 돌아보고 잠도 잤다. 잠을 잤던 주인아주머니로부터 충격적인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분이 어떤 사회복지학자보다도 임대주택의 복지와 개선에 대한 좋은 정책을 갖고 있더라. 현장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거기 말고도 재래시장이든지 더 집중적으로 현장을 살펴보기 위해서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 외부에서 들어온 마을 활동가들이 주민들에게 반발을 사고 있다고 한다. 마을 사업이 100% 주민주도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있는데 시장의 생각은?
"처음 시작은 늘 갈등과 작은 혼란이 있을 수 있다. 처음 자원봉사제도가 시행될 때 한 대학교가 자원봉사를 하나의 과목으로 선정하면서 학점을 주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강제로 시작한 것이다. 물론 이것이 적절한 예는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마을공동체 사업은 주민들의 자발성이 중요하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풀뿌리 활동가들의 역할도 상당히 중요하다.

중간지원과정으로서 마을공동체 지원센터를 출범시킴으로써 서울시의 역할은 이미 끝났다. 나머지는 인센티브도 주고 공모 과정도 지원하겠지만 일선에서 해야 할 것은 활동가들이다. 일부 지역의 혼선은 있을 수 있지만 대세에는 문제가 없다. 이미 세상이 그렇게 움직여 왔다. 지역의 공동체가 스스로 자율적인 힘을 가지고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할 때 비로소 우리사회가 향상·개선될 것이라 믿는다."

재선? "밀어주면 고민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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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선에 도전하나?

"밀어주면 고민해보겠다.(웃음) 많은 고민이 있다. 사실 임기 2년 8개월은 충분하지 않다. 물론 이 기간도 우리가 활용하기 따라 짧은 기간이 아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시민들의 판단에 따르는 것이다. 시장이 되기 위해 살아오지 않았듯이 재선을 위해서 시정을 운영하지 않겠다. 다만 서울시장 직책에 최선을 다하겠다."

- 뉴타운 매몰비용과 관련해 중앙정부의 법개정, 국회 설득을 하고 있는데 중앙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시는 별도의 방책을 준비하고 있나.
"정부가 매몰비용지원이 없어 시에서 부담해야 한다면 쉽지 않은 문제다. 그렇다고 서울시가 전부 보장해줄 수도 없다. 그렇지만 주거재생지원센터를 만드는 등 다양한 창조적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재개발이 해제될 경우에 새로운 도시정비가 가능한 방식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가 지원할 거라 믿는다. 이미 총선 때 양대 정당이 매몰비용 지원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부는 현재 가중되고 있는 압력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 믿고 있다."

- 수도권의 전세난 해결을 위한 대책은 뭔가.
"전세금이 오르거나 그러지 않도록 서울시도 엄밀히 모니터링 하고 있다. 본질적으로 임대주택을 짓는게 공급이나 가격 안정에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재정적 한계로 충분히 공급하지 못한다. 다행히 소형평수로 지어서 물량은 늘어나고 있는데 한 가지 고려할 것은 세종시 탄생이다. 이로 인해 서울의 인구가 어떻게 변할지, 교통체계와의 연계성 등을 통찰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본다."

- 대선에서 시장의 역할이 어떤 게 있을까. 박 시장이 정치권에 부각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내 역할은 아무것도 없다.(웃음) 선거법상 후보를 지원할 수 없게 돼 있고, 대선까지 행정적인 제약이 많다. 선거법을 지켜야 한다."

- 대통령선거 후보가 한 달 앞이다. 본선 후보보다는 야권단일화에 관심이 많다. 대통령은 국회권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 무소속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괜찮나? 민주당 당원의 입장으로 밝혀 달라.
"1년 동안 상당히 발전을 한 것은 유도 질문에 안 넘어간다는 것이다.(웃음) 선거 끝난 다음에 지금의 생각을 말하겠다."

- 대표공약인 공공주택 8만호 건설과 채무 7조원 감축이 동시에 가능할까.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야말로 두 마리 토끼다. 공약은 기본적으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그렇지만 공약이 전부는 아니다. 서울시가 어떻게 시민들의 이익으로, 미래 서울을 위해서 제대로 만들 것인가 하는 게 더 중요하다. 현재 직원들이 공공주택 8만호를 짓는 것은 가능하지만 7조 감축은 쉽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어린이집 설치를 초과 달성한 것처럼 7조 감축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이다. 7조를 달성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 추세를 확실히 가져가는 게 중요하다. 이런 기조를 유지하면 서울시 예산이나 재정규모로 봤을 때 7조가 아니라 10조의 부채를 갚을 수 있다고 본다."

- 소통시장이라고 불린다. SNS를 통해서 소통을 이룬 인상적인 예가 있는지 말해 달라. 한편으로 시의회나 공무원들 사이에서 시장의 SNS 소통이 시정에 혼선을 준다는 지적이 있다.
"처음에는 혼선 있었지만 지금은 가려서 답하고 있다. 트위터를 통해 추석명절을 앞두고 체불로 고민하는 버스 기사 한 분의 사연을 올린 적이 있다. 일주일 뒤에 '아빠 노릇하게 됐다. 감사하다'는 답글이 왔다. 트위터 글을 보고 시 직원들이 버스사업자측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 것 것이다. 사실 직원들에게 미안하다. 주로 밤 시간에 트위터에 글을 올리는데 아침에 트위터 글 보고 직원들에게 큰 스트레스 준 것 잘 안다. 하지만 이렇게 시민들과 실시간으로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좋은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앞으로 소셜미디어센터가 만들어지는데 이를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런 사례는 처음일 것이다."


태그:#박원순 시장, #뉴타운, #공공주택, #취임 1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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