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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장애등급제 폐지' '활동보조지원제 확대' 등을 요구하며 70일째 천막 농성 중이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장애등급제 폐지' '활동보조지원제 확대' 등을 요구하며 70일째 천막 농성 중이다. ⓒ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시행 1년을 맞은 '장애인 활동보조지원제'를 두고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뇌병변 1급 장애인 김주영(33)씨가 화재 현장에서 빠져나가지 못해 질식사한 사건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활동보조지원 시간을 24시간으로 늘려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급 중증 장애인'만 지원하는 현행 규정 역시 개선 과제로 꼽힌다. 

이미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은 2011년 10월 활동보조 지원제가 본격 시행된 이후, 이러한 문제를 지속해서 제기해왔다. 특히 활동보조 지원의 기준이 되는 장애등급제 또한 부작용이 많다는 이유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8월 21일부터는 서울 종로구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내부에 천막을 세우고 장애등급제 폐지·활동보조지원제 확대 등을 촉구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29일 오후 광화문역 9번 출구 옆에 세워진 천막에는 '농성 70일째'라는 문패와 함께, '차별의 장벽인 장애등급제 폐지하라' '일상생활 돕는 활동보조지원제 확대 필요'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전동휠체어를 탄 중증 장애인과 비장애인 활동가 9명은 삼삼오오 모여 위의 내용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었다. 평소에는 더 많은 인원이 참여하지만, 이날은 대부분 김주영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한양대병원 장례식장에 조문을 간 상황이었다.

배우자도 장애인인데... 동거한다는 이유로 활동지원 '하루 약 15분'

이날 농성장에서 만난 채고동(52)씨는 활동보조 지원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했다. 채씨는 고 김주영씨와 같은 뇌병변 1급 장애인이다. 그의 활동보조 지원 시간은 한 달에 8시간. 하루에 약 15분 활동지원을 받는 셈이다.

거주지역인 경기도 일산 동구청에 가서 활동보조 지원 시간을 늘려달라고 요구도 해봤다. 구청은 채씨가 배우자와 동거한다는 이유로 추가 지원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채씨의 부인은 지적장애 3급, 같은 장애인이다. 그의 부인은 '1급'이 아니라는 이유로 활동보조 지원조차 받지 못한다.

채씨는 "보조인이 반찬을 만들러 집에 오면 2시간이 훌쩍 지나가기 때문에, 새벽이나 야간에 활동지원을 요청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햇빛촌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정성진 대표는 활동지원 시간이 채씨보다 많다. 한 달에  240시간, 하루 9시간이다. 그런데도 지원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다. 정씨는 "경추를 다쳐 양쪽 손을 못 쓰기 때문에 하루 24시간 보조인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털어놨다.

정씨의 활동보조인인 이동호(49)씨는 "보통 아침에 만나서 오후 5시께 헤어지는데, 그 이후 시간에도 활동지원이 필요한 장애인들이 많다"며 "활동보조 지원 시간과 대상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2의 김주영씨 막으려면... 24시간 활동보조지원제·장애등급제 폐지 필요"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장애등급제 폐지' '활동보조지원제 확대' 등을 요구하며 70일째 천막 농성 중인 가운데, 지하철역 벽면에 관련 내용의 글이 붙어 있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장애등급제 폐지' '활동보조지원제 확대' 등을 요구하며 70일째 천막 농성 중인 가운데, 지하철역 벽면에 관련 내용의 글이 붙어 있다. ⓒ 이주영

정민구 노들장애인야학 활동가는 24시간 활동보조지원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원 시간을 제약하는 현행 규정으로는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돕는다'는 제도의 취지가 실현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자립을 택한 김주영씨도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지 3시간 만에 변을 당했다. 장애인들에게 복지시설과 부모의 돌봄이 아닌 '자립'이라는 기회를 제공하려면, 그들이 안전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수도관 파열로 방에 흘러든 물 못 피해 동사한 사례도

실제로 스웨덴에서는 활동보조지원제를 정부 차원에서 전부 지원하고, 필요에 따라 24시간 활동보조지원을 받을 수 있다. 활동보조인이 2교대로 근무하기도 한다. 영국과 일본도 활동보조지원제의 상한 시간이 없다.

궁극적으로는 활동보조 지원의 기준인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 장애 특성에 따라 복지를 지원해야 한다고 정씨는 강조했다. 1급 이외의 장애인 중에도 활동보조 지원이 필요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정씨에 따르면, 식사와 배변 활동 등을 혼자서 할 수 있는 지적장애 3급 장애인의 경우에도 영화감상이나 대인 활동 등의 사회생활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2005년에는 지체장애 5급 장애인이 수도관 파열로 방에 흘러들어온 물이 얼어붙었는데도, 이를 피하지 못해 동사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장애 특성에 따라 개별적으로 활동보조를 지원할 경우 비용과 시간이 과도하게 든다고 우려한다. 이에 정씨는 "복지는 받는 사람을 위한 것이지 제공하는 사람의 편의를 위해 시행하는 것이 아니다"며 "'마이너스'의 삶을 사는 장애인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는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 김주영씨의 장례식은 30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주체로 치러진다. 


#활동보조지원제#장애등급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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