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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소 한산한 분위기의 정라동 제2투표소
다소 한산한 분위기의 정라동 제2투표소 ⓒ 성낙선

[최종신: 31일 오후 8시 50분]

김대수 삼척시장 주민소환투표 결과, 투표율이 25.9%에 그쳐 주민소환이 부결됐다. 삼척시 유권자 6만705명 중 1만5698명이 투표했다. 삼척시민들은 결국 김 시장을 탄핵하는 데 실패했다. 김대수 삼척시장을 주민소환하는 데는 유권자 1/3 이상인 2만 235명이 투표를 해야만 했다. 시장을 소환하는 데는 4537명이 부족했다. 시장 소환에 찬성했던 시민들은 큰 아쉬움을 남기게 됐다.

주민소환이 부결되면서 김대수 삼척시장은 곧바로 직무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 김대수 시장은 삼척시민들에게 "감사하다"는 소감을 남겼다. 주민소환운동본부 측은 "그동안 관권 선거에 시달려 지금과 같은 투표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대선 주자들에게 핵발전소 건설 부지 지정 고시 해제를 요구하는 등 핵발전소 반대 운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삼척시에서 진행된 삼척시장 주민소환운동은 그동안 여러 난관을 거쳤다. '주민소환투표청구' 서명을 받을 당시에는 주민소환 반대 측의 '서명 철회'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반대 측은 리통반장 등을 동원해 주민소환투표청구서에 서명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서명 철회를 종용했다. 반대 측은 심지어 서명을 철회하는 사람들에게 현금을 지급하겠다고 제안하기까지 했다.

주민소환운동본부에서 삼척시선거관리위원회에 주민소환투표서명부를 제출한 이후에는 주민소환 반대 측에서 서명부를 집단으로 열람하고 서명인을 메모해서 밖으로 가지고 나가는 사태도 벌어졌다. 그 바람에 서명인 중 상당수가 서명을 철회했다. 지역 신문에는 또 삼척시선거관리위원회의 한 위원이 소속돼 있는 단체가 '삼척시장 주민소환 추진 중단 촉구 성명서'를 광고로 실어 물의를 빚기도 했다.

31일 주민소환투표 당일에도 시민들의 투표 참여를 위축시키는 행위는 계속됐다. 공무원 부인들을 비롯해 통장들이 시민들이 투표소로 가는 길목을 지키고 서 있는 광경이 목격됐다. 이런 행위는 투표소로 가는 행위가 사실상 시장 소환에 찬성하는 것을 의미하는 상황에서 투표 참여 의사를 가진 사람들을 상당히 위축시켰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삼척시민들이 25.9%의 투표율을 보여주었다는 것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주민소환투표가 사실상 공개투표나 다름이 없는 방식으로 치러지는 상황에서 투표를 한다는 행위 자체가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009년 제주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제주도에서 치러진 도지사 주민소환투표는 투표율이 11%에 그쳤다. 당시 제주도민들 역시 소환 반대 측의 '투표 불참 종용'에 시달려야만 했다.

제주도에 비하면 삼척시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큰 성과를 거둔 셈이지만, 삼척시에서 치러지는 주민소환투표 역시 어쩔 수 없는 문제를 드러냈다. 근본적으로 주민소환투표가 갖고 있는 한계다. 투표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치러지는 한, '유권자 1/3 이상의 투표율'이라는 장애물을 뛰어넘는 일이 쉽지 않다. 무엇보다 지역에서 서로 안면이 익은 사람들 사이에서, 특정 사안에 대해 찬반 의사를 밝혀야 하는 일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삼척시와 같은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투표에 참여하는 일 자체가 간단하지 않다. 일반 선거에서는 주민들에게 차량을 제공한다. 하지만 주민소환투표에서는 주민소환 대상자가 동의를 해주어야만 차량을 제공할 수 있다. 이 문제 역시 투표율을 떨어뜨리는 요소 중 하나다. 앞으로 주민소환투표가 정상적으로 치러지기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점들은 충분히 보완되어야 한다. 삼척시에서 벌어진 주민소환투표가 여러 가지 숙제를 남겼다.

[1신: 31일 오후 1시]

강원도 삼척시에 핵발전소를 유치한 김대수 삼척시장을 대상으로 한 주민소환투표가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투표는 오전 6시부터 시작돼, 오후 7시 현재 24.3%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 투표는 전체적으로 큰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 그렇지만 투표소 주변으로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걸 피할 수 없다.

주민소환투표는 시민들에게 '찬성'과 '반대' 의사를 묻는 투표다. 따라서 찬성 측과 반대 측 사이에 언제든 갈등이 표면화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소환에 찬성하는 시민과 반대하는 시민 사이에는 항상 긴장이 내재돼 있다.

현재까지 직접적인 투표 방해 사례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 하지만 투표에 간접적인 영향을 주려는 행위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오전 11시경, 남양동 투표소인 삼척시보건소 앞에 삼척시청 ○○과장 부인을 비롯해 ○○동장 부인과 ○○통장 등이 진을 치고 있다. 이들은 이날 투표가 시작될 무렵부터 투표소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눈여겨보고 있다. 이들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 법에 저촉되는 일이 없다"고 말했지만, 이 자리에 나와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주민소환투표는 일단 유권자 1/3이상이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투표율이 1/3을 넘지 못하면, 주민소환은 투표함도 열지 못한 채 부결된다. 그래서 소환 찬성 측은 시민들이 투표에 참여할 것을 호소하고 있고, 소환 반대 측은 투표에 참여하지 말 것을 원하고 있다. 따라서 투표 참여는 통상 '찬성'을 뜻하고, 투표 불참은 '반대'를 뜻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어 있다. 투표소 근처에 주민소환에 반대하는 시청의 공무원 가족을 비롯해, 동장이나 통장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 나와 있다는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선관위 "직접적인 투표 방해 행위 않는 이상 제지 어렵다"

 삼척시 정라동 제2투표소(정라초등학교)
삼척시 정라동 제2투표소(정라초등학교) ⓒ 성낙선

투표소 주변에 주민소환 반대 측 사람들이 나와 있는 걸 발견한 시민들이 선관위에 항의하고 있다. 정라동 투표소에 투표를 하러 나온 한 주민은 "오늘 투표를 하러 온 사람들은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투표소 주변에 공무원 가족들이 나와 있는 것에는 "공무원 가족은 공무원이나 마찬가지이니까, 제재를 가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공무원 가족들이 투표 방해 목적을 가졌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선관위에는 같은 사례들이 계속 신고가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선관위는 이들이 "직접적인 투표 방해 행위를 하지 않는 이상 제지가 어렵다"는 반응이다. "너무 오랜 시간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면 한 번쯤 '철수'를 요구할 수도 있지만, 그 행위 자체를 그만두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현재 투표소 주변에는 전국공무원노조 해직공무원들이 감시단을 구성해 감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투표소 주변에서 '투표 참여 저지' 등 주민소환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저지를지도 모를 불법 행위를 감시하고 있다.

한편, 삼척시 선관위에서는 30일 오후 2시경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주민소환반대 측 관계자 2명이 선관위 단속반에서 조사받던 도중, 10여 분 동안 폭언과 함께 폭행을 행사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들은 "단속 직원의 목을 힘주어 잡고 여러 차례 흔들다가 강하게 밀며 바닥으로 팽개쳐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선과위는 이들을 '공직선거법 제244조(선거사무관리 관계자나 시설 등에 대한 폭행-교란죄)', '형법 제136조(공무집행방해)'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에 고발했다. 선관위는 이 사건을 '중대 선거범죄'로 규정하고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투표는 오후 8시까지다. 삼척시 총 유권자 수는 6만705명이다. 그 중 1/3 이상인 2만235명이 투표해야 개표가 가능해지고, 개표 후에는 투표한 사람 중 1/2 이상이 찬성해야 주민소환에 성공한다. 김대수 삼척 시장 주민소환은 삼척시 핵발전소 건설 문제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주민소환 여부에 따라 정부의 핵발전소 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이 미치게 된다.


#김대수#주민소환#삼척시장#반핵#탈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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