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 1일 낮 12시 10분]KBS·MBC는 새누리당을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으면 합니다. 거의 대놓고 편파보도를 하고 있는데 마치 객관적인 보도를 하는 것처럼 '폼을 잡는' 게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격식 있는 표현을 사용하기 위해 불편하다고 말은 했지만 솔직히 한심하고 역겹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듯합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10월 31일 새누리당이 투표시간 연장과 함께 논의하자고 한 이른바 '먹튀방지법'(후보 중도사퇴 시 선거보조금 환수법안)을 전격 수용했는데, 이를 전하는 방송3사의 리포트가 정말 가관입니다. 말을 바꾼 새누리당을 비판하는 내용은 전혀 없고, '말 바꾼' 새누리당의 입장만 전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건 기본적인 사실관계마저 왜곡하는 보도행태이자 거의 '새누리당 당보'에 가까운 편파보도에 해당합니다.
'먹튀방지법'·'투표시간 연장' 연계처리, 새누리당 공보단장이 제의 먼저 기본적인 사실관계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방송 3사 뉴스만 보신 분들이라면 문재인 후보가 새누리당이 제안한 이른바 '먹튀방지법'을 수용하면서 '투표시간 연장법'의 연계처리를 조건부로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후보 중도사퇴 시 국고보조금 환수를 위한 '먹튀방지법'과 '투표시간 연장법'의 연계처리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측 이정현 공보단장이 공식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힌 내용입니다. 한번 보시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측 이정현 공보단장은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여야가 투표시간 연장과 먹튀방지법을 동시에 논의해 관련 법을 고치자"고 제의했었다. 문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모두 투표 마감시간을 오후 6시에서 2~3시간 연장하자고 주장한 데 대한 대응이었다.(<중앙일보> 2012년 11월 1일자 1면)
새누리당은 그동안 후보 중도사퇴 시 국고보조금 환수를 위한 '먹튀방지법'과 '투표시간 연장법'의 연계처리를 주장해왔다. 박근혜 후보 선대위 이정현 공보단장은 지난 29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선 후보로 출전도 안 하면서 후보로 등록해 150억 원의 혈세를 먹고 튀는 것을 허용하는 것은 나라도 국가도 아니다'며 '먹튀방지법과 투표시간 연장 관련 법안 개정을 동시에 처리하자'고 밝힌 바 있다.(<오마이뉴스> 2012년 10월 31일 보도)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공보단장인 이정현 최고위원이 '투표시간 연장법안' 처리를 요구하는 야권의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 제시한 이른바 '후보 중도사퇴 시 선거보조금 환수법안' 동시 논의를 문 후보가 전격적으로 수용한 것이다.(<한겨레> 2012년 11월 1일자 1면)
새누리당 측의 제안을 문재인 후보가 수용을 했으니 '공'은 다시 새누리당으로 넘어간 셈입니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자신들의 제안을 문 후보가 수용하자 "이정현 공보단장의 제안은 (새누리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 개인 입장"(박선규 선대위 대변인) "두 사안을 맞교환하자는 건 정략적 접근"(이한구 원내대표)이라며 말을 바꿉니다.
문재인 후보가 이른바 '먹튀방지법'을 수용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제안을 했다가 전격 수용하니까 허를 찔렸고 당 지도부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인 겁니다. 이 말은 새누리당은 애초부터 투표시간 연장법안을 처리할 의사가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말 바꾼 새누리당, 비판하지 않는 방송뉴스 이것이 '먹튀방지법'과 '투표시간 연장법'의 연계처리를 둘러싼 사실관계의 핵심입니다. 그런데 10월 31일 방송3사는 공동회의라도 한 듯이 새누리당이 말을 바꾼 것을 비판하는 리포트가 없습니다. 항상 그랬듯이 민주당의 비판을 소개하면서 새누리당의 반박을 전달만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MBC의 경우 앵커멘트와 기자 리포트가 '엇나가는' 희한한 보도 행태마저 선보입니다. 연계처리를 마치 문재인 후보가 조건부로 제안한 듯한 리포트를 내보낸 방송사도 있습니다. 이건 왜곡보도지요. 특히 KBS와 MBC의 보도행태가 좀 심합니다. 한심하다 못해 어이가 없는 방송3사의 리포트를 일부 소개합니다.
"민주당은 투표시간 연장 법안과 대선후보 중도사퇴시 선거보조금 환수 법안을 동시에 처리하자고 주장했고 새누리당은 두 법안의 동시 처리는 정략적 접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줄임) 민주통합당이 대선후보 중도사퇴시 선거보조금 환수법안, 이른바 먹튀방지법을 추진하자는 새누리당의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투표시간 연장법안과의 동시 처리를 조건으로 달았습니다."(2012년 10월 31일 KBS <뉴스9>)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대선후보를 중도사퇴할 때 선거보조금을 환수하는 법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습니다. 대신에 투표시간 연장 법안을 함께 처리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습니다.(앵커멘트) 문 후보 측의 이 같은 제안은 새누리당 이정현 공보단장이 지난 29일 야권 후보 단일화를 겨냥해 '먹튀 방지법'과 '투표시간 연장법'을 동시에 처리하자고 제안한 데 따른 것입니다."(기자 리포트) (2012년 10월 31일 MBC <뉴스데스크>)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새누리당 이정현 공보단장이 투표시간 연장과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한 이른바 '먹튀 방지법'을 수용하겠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줄임) 민주통합당은 투표시간을 연장하는 법안도 함께 처리하자며 새누리당을 압박했습니다. (줄임) 새누리당은 두 법안을 연계해 처리하자는 것은 이정현 공보단장의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2012년 10월 31일 SBS <8뉴스>)
투표시간 연장 거부하는 새누리당, 언론은 '모른 척'
사실 말을 바꾼 새누리당과 이정현 공보단장도 문제지만 더 심각하게 바라봐야 할 것은 대한민국 제1당이자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선거에서 투표율이 높아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겁니다.
박근혜 후보가 "100억원 정도 예산이 들어가는데 그럴 가치가 있느냐는 논란이 있다", "선거일을 공휴일로 지정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며 투표시간 연장에 반대 의사를 밝히더니 급기야 자신들이 조건부로 제안한 '연계처리'마저 말을 바꾸면서 '없던 일'로 해버립니다. <한겨레>가 사설에서 지적한 것처럼 정말 "선거에서 민의가 충실히 반영되는 것을 걱정하는 정당이 나라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정치발전을 말하는 것부터 난센스"인 그런 상황이라는 얘기죠.
이런 상황인데도 방송3사를 비롯한 대다수 언론은 새누리당을 질타하지 않습니다. 투표율이 오를수록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에 불리하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투표시간 연장에 반대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겁니다. 한마디로 자신들에게 불리하니까 국민참정권까지 '침해'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고, 자신들이 했던 말을 바꾸어가면서 투표시간 연장에 반대하는 '몹쓸 짓'을 하고 있다는 얘기죠.
문제는 일부 언론을 제외하곤 이 모든 상황을 대다수 언론이 모른 척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냥 모른 척 하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사실관계마저 '왜곡하는' 수준의 뉴스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문제점이 확연한 집권여당의 행태를 이렇게 관대하게 바라보는 언론이 세계에서 얼마나 될까요. 투표율 높이는 문제에 언론이 이토록 무관심한 나라는 또 얼마나 될까요. 한심한 집권여당이고 한심한 대한민국 언론입니다.
마지막으로 오늘자(11월 1일) <한겨레> 사설 가운데 일부를 소개하면서 글을 맺을까 합니다.
돈이 아까워 투표율을 높이는 대책을 강구할 수 없다는 발상은 참으로 어이없다. 박 대표의 논리대로라면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대선 대신 그냥 아버지 시절처럼 체육관에서 대통령을 뽑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줄임) 선거일이 공휴일이라는 주장도 엄밀히 말해 틀렸다. 대통령령 규정에 따라 공무원들에게는 선거일이 공휴일의 효력을 갖지만 일반 기업은 단체협약에 선거일이 휴무일로 되어 있지 않으면 정상 출근해야 한다. (줄임)박 후보의 공휴일 타령은 일반 민초들의 삶의 현실을 전혀 모르거나 알면서도 외면하려는 것으로 비칠 뿐이다. (줄임) 선거에서 민의가 충실히 반영되는 것을 걱정하는 정당이 나라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정치발전을 말하는 것부터 난센스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기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홈페이지에도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