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대통령선거 난타전이 시작되었습니다. 대선 후보와 참모들이 하루에도 수십 건의 공약과 주장을 쏟아냅니다. 이에 오마이뉴스 사실검증팀은 유권자들의 선택을 돕기 위해 날마다 후보와 핵심 참모들의 발언을 모니터해 신뢰할 만한 각종 데이터를 통해 검증할 것입니다. 사안에 따라 누리꾼이 직접 참여하는 '함께 검증하는 뉴스'도 운영할 것입니다. 대선후보 사실검증에 누리꾼 여러분의 적극적 참여(이메일 politic@ohmynews.com, 트위터 @ohmy_fact)를 기대합니다. [편집자말] |
[취재 : 사실검증팀] 구영식 김도균 홍현진 박소희 기자 / 그래픽 고정미
이정현 박근혜 후보 캠프 공보단장 "지구상 230여개 나라 중에서 공휴일로 투표일을 정해서 투표율을 높이는 그런 나라가 대한민국 하나밖에 없다는 걸 국민들이 아셔야 된다."(10월 30일 오전, KBS 라디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투표일을) 공휴일로 지정한 데가 (우리나라) 한 곳밖에 없다고 하더라."(10월 30일 오후, '100만 정보방송통신인과 함께 하는 박근혜 후보 초청 간담회') 이정현 공보단장 "전세계에서 투표일이 공휴일로 지정된 나라는 대한민국 하나밖에 없는 게 맞다. 거짓말로 호도하면 안 된다."(10월 31일, 비공식 브리핑)새누리당이 연일 "투표일을 공휴일로 지정해 놓은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필리핀도 투표일을 공휴일로 지정했다는 중앙선관위 자료('주요국가 투표시간')가 공개된 이후에도 이러한 주장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가 일부 주한 외국 대사관을 통해 확인한 결과, 총선만 치르는 이스라엘도 투표일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선관위 "투표일을 공휴일로 지정한 나라는 한국·필리핀"
중앙선관위 자료에 따르면, 평일인 월요일에 투표를 실시하는 필리핀은 투표일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다. 투표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8시간. 필리핀의 지난 2010년 총선 투표율은 73.42%였다.
박현도 중앙선거관리위 공보과 주무관은 "필리핀은 선거 때마다 선거일 2개월 전에 대통령령으로 '이번에 실시하는 선거는 특별공휴일로 선언한다'고 지정·공고한다"고 말했다.
"전세계에서 투표일이 공휴일로 지정된 나라는 대한민국 하나밖에 없다"는 박 후보와 새누리당의 주장은 사실과 달랐던 것이다.
오랫동안 '박근혜 후보'의 입을 자임해온 이정현 공보단장은 지난 10월 30일 YTN 라디오에 나와 "우리처럼 평일 날임에도 불구하고 공휴일로 지정해서 (투표)하는 나라는 이 지구상에서 대한민국밖에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중앙선관위 자료 공개 이후에도 이정현 단장은 자신의 주장을 수정하지 않았다. 지난 10월 31일 "필리핀은 공휴일로 정하지 않고 그때 그때 각의(내각회의)에서 공휴일로 정한다"고 애매하게 말하더니 1일에는 "법으로 공휴일로 투표일이 보장되는 나라는 대한민국 하나밖에 없다. 230여개 나라 중에서"라고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한국도 지난 2006년 9월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을 개정하면서 투표일('공직선거법 제34조에 따른 임기만료에 의한 선거일')이 공휴일로 지정됐다. 대통령령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개정된다는 점에서 필리핀과 비슷하다.
투표의무제 도입한 호주는 '토요일' 선거그런데 일부 언론들이 박근혜 후보의 발언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중앙선관위의 '주요 국가 투개표 시간' 자료를 인용해 '투표일을 공휴일로 지정한 나라'에 호주도 포함된다고 보도했지만 이것도 사실과 전혀 다르다.
주한 호주대사관 공보과의 한 관계자는 "호주에서는 투표일이 공휴일로 지정돼 있지 않고, 의무투표제여서 투표를 하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한다"고 말했다.
호주의 투표일은 평일이 아닌 토요일(오전 8시부터 오후 6시)이다. 주5일제 시행으로 휴일이 보장되기는 하지만, 공휴일로 정한 것은 아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투표에 불참할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의무투표제'를 도입한 호주는 지난 2010년 총선투표율 93.22%를 기록했다.
또한 "아주 몇 개 나라만 일요일을 골라서 (투표를) 한다(10월 30일, YTN 라디오)"는 이정현 공보단장의 주장과 달리, 전세계 주요국가들이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투표일을 일요일로 정하고 있다. 프랑스, 독일, 멕시코, 스페인, 핀란드, 스웨덴, 일본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탈리아는 일요일과 월요일 양일간에 걸쳐 투표를 실시한다.
이스라엘도 총선 투표일은 '공휴일'한편 일각에서는 '위키피디아' 등에 수록된 내용을 근거로 델라웨어, 하와이, 켄터키, 몬태나, 뉴저지, 뉴욕, 오하이오, 웨스트버지니아 등 미국 8개주와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 터키와 이스라엘 등을 '투표일을 공휴일로 지정한 나라'에 포함시키고 있지만, 이스라엘을 제외하고는 최종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이스라엘은 대선은 없고(대통령은 의회에서 선출) 총선만 있는데 총선 투표일은 법으로 정한 공휴일에 치러진다"며 "의무투표제는 없다"고 전했다. 한국·필리핀에 이어 이스라엘도 투표일을 공휴일로 지정한 나라로 확인된 것이다.
'피노키오 지수'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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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오마이뉴스>에서 트위터를 통해 미국 8개주와 관련한 사실 여부를 조사하자 일부 트위터 이용자들이 "미국의 일부 주에서 투표일을 공휴일(civic hoilday)로 지정하고 있다"는 의견을 보내왔다.
중앙선관위의 '주요국가의 투표시간' 자료가 16개국에 한정돼 있다는 점에서 조사대상을 더 넓힐 경우 투표일을 공휴일로 지정한 나라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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