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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총대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근무시간,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열심히 PC 모니터를 지켜보고 있는데 낯선 단어 하나가 자꾸만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포털 메인 뉴스에서 보이는가 싶더니 곧이어 실시간 검색어에도 등장하기 시작한 바로 그 단어, 케이블채널 tvN <SNL코리아>의 코너에서 방송되는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이하 <여의도 텔레토비>)였다. 도대체 이게 뭔데 출근길 지하철에서 본 유튜브 인기동영상에 오르는 등 난리인 거지?

그렇게 처음 접하게 된 <여의도 텔레토비>. 결론부터 말하자면 프로그램은 시쳇말로 소위 '대박'이었다. 대선을 앞두고 이렇게 까놓고 이야기하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있었다니. 총선 이후 브라운관에서 정치풍자는 사라진 줄 알았건만 케이블에서 이렇게 명맥을 잇고 있었구나. 그 전부터 <SNL코리아>가 꽤 센 풍자를 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케이블 방송이라는 접근성의 문제 때문에 굳이 보지 않고 있었는데 어쩔 수 없었다. 인터넷을 뒤져 모두 볼 수밖에.

이렇게 까놓고 풍자를 하다니...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 그들이 돌아왔다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그들이 돌아왔다 ⓒ tvN

<여의도 텔레토비>의 내용은 간단했다. 청와대 '앰비'(김원해 분), 민주통합당 '문제니'(김민교 분), 새누리당 '또'(김슬기 분), '안쳤어'(이상훈 분), 통합진보당 '구라돌이'(정명옥 분) 등이 등장해 현재 대선정국을 신랄하고 통쾌하게 풍자했다.  서로 못 잡아 먹어 안달인 또와 문제니, 매번 간만 보다가 문제니와 짝을 이룬 안쳤어, 한때 내부의 적과 싸우더니 요즘에는 자기 이야기 좀 들어달라는 구라돌이, 그리고 이젠 있는 듯 없는 듯 잠수타면서 은근슬쩍 또를 도와주는 앰비까지 어쩜 그렇게 맛깔나게 현 정국을 뒤트는지.

지금까지 텔레토비들이 했던 대사들을 한 번 곱씹어 보자.

"구라돌이가 반장선거 나간다는데 아무도 신경을 안 써요."(성우, 1회)
"또는 참 효녀예요. 잘하면 5월16일이 국경일이 될지도 모르겠어요."(성우, 2회)
"어릴 때 가정환경이 안 좋은 건 이해하겠는데....후달리세요?....가서 꼬리나 자르세요."(안쳤어, 3회)
"앰비는 오늘도 레임덕과 함께 재미있게 놀고 있네요."(성우),
"무료로 백신 다운 해주는 거 하더니 다운계약서에, 논문도 다운 받아 베껴쓰고, 지지율도 다운되고, 완전히 넉다운 됐어요."(또, 4회) 
"혹시 내 창 못 봤니? 소나무랑 호랑이 가죽으로 만든 창인데. 어, 안쳤어가 내 창을 훔쳐갔어."(문제니), "난 창이 날아오기에 잡은 것뿐이라고요."(안쳤어, 5회)
"넌 니 친구 정수나 신경 써. 니 아버지가 지원해주던 장학생 정수랑 사귀었잖아."(문제니, 6회)
"반장선거 투표 시간을 연장하라."(문제니), "맞아요. 주번은 투표할 시간도 없어요."(안쳤어, 7회)


정말이지, 이 얼마나 촌철살인의 멘트들인가. 유권자들의 마음을, 심지어 적절한 욕까지 섞어가주며 대변해주는 텔레토비들.

그러나 <여의도 텔레토비> 최고의 백미는 역시 7회였다. 7회는 새누리당 홍지만 의원이 국감에서 박근혜 후보로 등장하는 '또'가 유독 욕을 많이 하고 안철수 후보로 등장하는 '안쳤어'가 그렇지 않다고 지적한 뒤 만들어졌는데, 제작진은 이에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이 상황을 한 번 더 비틂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왜 분량이 없어지냐고, 할 말 많다고 항의하는 '또'에게 "너 때문에 우리가 다 잘리게 생겼거든, 무서워서"라고 말하는 성우라니.

이는 결국 최소한 대선 전까지 <여의도 텔레토비>의 정치풍자가 계속될 것임을 의미하는 말 아닐까? 비록 프로그램은 현재 '방송언어 위반' 및 '후보자 품위손상' 등으로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심의 안건에 올라가 있지만 이는 7회처럼 가볍게 털고 가면 그만이다. 검열과 제재 자체를 하나의 웃음거리로 승화시키는 것이 풍자가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강력한 힘 아니던가.

따라서 지금과 같은 검열 및 제재는 오히려 프로그램의 확산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들의 시비는 케이블이란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던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노이지 마케팅이 될 것이다. 당장 나만 하더라도 새누리당의 발끈 대응에 관한 뉴스 때문에 프로그램을 접하게 되었던 바, 새누리당이 타박하면 타박할수록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왜 새누리당은?

화난 '또' 개인적으로 가장 귀엽고 정감가는 캐릭터다.
화난 '또'개인적으로 가장 귀엽고 정감가는 캐릭터다. ⓒ tvN

때리면 때릴수록 더욱 강해지고, 덮으면 덮을수록 더욱 널리 퍼지는 <여의도 텔레토비>.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새누리당 홍지만 의원이 가만히 놔두면 아무 일 없었을 (혹은 확산되더라도 매우 느리게 퍼졌을) 케이블 방송의 프로그램을 왜 괜히 건드려 더욱 많은 사람들이 보게 만들었을까? 프로그램이 새누리당에게만 불리하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제재하면 오히려 확산되는 상황을 설마 예측하지 못한 걸까?

사실 <여의도 텔레토비>는 내용적으로 새누리당에게 불리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방송의 내용은 어느 후보에게도 유리하지 않다. <SNL코리아>가 <나는 꼼수다>와 같은 편향성을 전제로 한 비방송이 아닌 이상 기계적인 중립은 지켜져야 하기 때문이다. 홍지만 의원이 지적한 '욕'은 풍자의 방법일 뿐, 아마도 작가들은 또를 비꼬면 그만큼 '문제니'와 '안쳤어'를 비꼬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 중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만 유독 <여의도 텔레토비>를 불편해 하는데 그것은 그 내용이 아니라 프로그램 자체의 성격 때문이 아닐까? 정치를 풍자하고 패러디한다는 행위 자체가 새누리당에게는 두려운 현상이다. 패러디를 보고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촌철살인의 정치풍자를 보고 사람들이 정국을 바라보는 자기만의 관점을 갖게 된다면 그만큼 새누리당은 손해를 보게 된다. 결국 투표율이 낮기를 바라는 것도 같은 맥락 아니던가. 어차피 새누리당의 지지층은 정치 풍자나 패러디에 둔감할 가능성이 클 터, 그들의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프로그램이 확산되어 젊은층들의 투표율이 높아지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문제는 애초부터 '그래서 <여의도 텔레토비>의 확산을 어떻게 막을 것이냐' 에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정권 초라면 그까짓 프로그램 하나 없애는 게 무슨 대수겠냐만은, 그게 불가능하다면 그 영향력을 최소화시켜야 하니까. 프로그램이 알아서 기게 만들든, 재미없어지게 만들든. 그러나 결론적으로 새누리당은 악수를 두었다. 프로그램은 더욱 견고해졌고, 사람들의 관심은 높아졌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가 눈여겨 볼 이는 국감장에서 처음 이 문제를 지목하고 나선 홍지만 의원이다. 덕분에 <여의도 텔레토비>가 이슈화 되어버린 이번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하기에는 그의 언론과 관련된 경력이 너무 화려하다. 홍 의원은 SBS 경제부, 사회부, 국제부 기자를 거쳐 SBS 주말 뉴스 앵커까지 한, 소위 '방송밥' 좀 먹은 인물이다. 홍 의원이 그와 같은 언론의 생리를 몰랐던 것일까?


물론 아닐 것이다. 나 같은 범부도 충분히 헤아릴 수 있었던 사실을 홍 의원이 몰랐을 리 없다. 다만 그는 대선이라는 비상상황을 맞아 자신의 힘을 너무 과신한 듯하다. 처음 금배지를 달고 국감장에서 한 마디 하면 프로그램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을 것이고, 그리고 이를 통해 박 후보에게 충성하는 모습을 보이면 자신의 앞날이 탄탄해질 것이라고 기대했을 수도 있다. 대선이란 블랙홀이 언론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절감했을 공중파 뉴스 앵커 출신 의원의 합리적인 추론능력까지 앗아가 버린 것이 아닐까?

무서운 사실은 현재 여의도 도처에서 이와 같은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많은 이들이 미래 권력에 기대어 한 줌도 채 되지 않는 자신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이는 특히 최근까지 대세론을 이어왔던 새누리당이 심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이나 홍사덕, 송영선 전 의원들의 비리 등은 바로 앞서 지적했듯이 당사자들이 권력에 취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들이다. 박근혜 후보는 부디 이를 헤아려 주위를 되돌아 보길 바란다.

그나저나 10일 <여의도 텔레토비> 8화가 하는 날이다. 오늘은 '낡고 구린 여의도 동산'에서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 '문제니'와 '안쳤어'의 단일화(花)는 여전히 싱싱할까? '닥치고 본방 사수'나 해야겠다. '또야' 화이팅! 학자금 대출 갚으려면 열심히 해야지. 


#여의도 텔레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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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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