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대선후보가 만나서 악수하고 제비뽑기할 문제가 아니다. 과연 각 후보 캠프가 단일화 두고 산수 계산하면 이기는 것일까."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여론조사나 경선 등의 방식은 정치연합의 기본에 위배된다." (박명림 연세대 지역학대학원 교수)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6일 오후 6시 첫 단일화 회동을 통해 '후보 등록일 전 단일화 하겠다'고 합의한 가운데, 같은 날 오후 2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박명림 연세대 지역학대학원 교수는 <오마이뉴스> 상암동 본사 사무실에서 만나 이같이 지적했다. 단일화 절차가 본격 시작되면서 여론조사 등의 방식에 초점이 맞춰지는 상황을 경계한 것이다.
이들은 대담에서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방점을 정치공학적 '방식'보다 먼저 가치연대를 위한 '합의'에 두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조국 교수는 지지자 이탈을 막기 위해서라도 두 후보가 하나의 세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덜컥 여론조사를 실시해 '원 샷'으로 단일화가 끝나면 떨어진 후보의 지지자가 이탈하게 된다. 문재인·안철수 후보 둘 중 한 명을 100% 지지하던 시민이 두 후보를 60:40 비율로 지지하게끔 변화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지지하는 후보가 떨어져도 남은 후보를 밀어주게 된다. 단일화 단계에서 '우리는 하나'라는 의견을 모아야 한다." "문재인·안철수, TV 토론으로 단일화해야"
이어 문 후보와 안 후보가 여러 차례 TV 토론에서 논쟁을 벌이며 단일화를 이뤄야 한다고 두 교수는 제안했다. 조 교수는 "시민의 참여가 배제된 단일화는 승리와 개혁을 지속시킬 수 없다"며 "공중파·인터넷 TV를 통해 토론을 하면,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단일화 열기도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명림 교수 역시 "시민의 열망이나 참여가 단일화에서 배제된 채 진행될 경우 성공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국기비전·가치의 연합 등 핵심문제를 놓고 두 사람이 TV 토론에서 논쟁을 벌여가는 과정에서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근본적으로는 단일화를 통한 정치연합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중-김종필 연합' '노무현-정몽준 연합'은 개별 정치인 연합에 불과했다. 또한 보수세력과의 연합이었기 때문에 개혁정책을 집행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문재인-안철수 연합'의 성격은 달라야 한다. 안 후보로 대표되는 중도세력과 문 후보로 대표되는 개혁세력이 연대해 궁극적으로는 사회협약·복지연대로 나아갔으면 한다."박 교수는 '한국판 뉴딜'을 정치연합의 내용으로 제시했다. 1932년대공황 속에서 집권한 미국 민주당 루즈벨트 대통령은 노동자·흑인·빈곤층 등의 새로운 세력과 손잡고 광범위한 자유주의 연합을 탄생시킨 바 있다. 이른바 '뉴딜연합'이다. 이들은 사회보장법이 주축이 된 '뉴딜정책'을 적극 시행하면서 미국정치세력의 교체를 낳았다.
'제 2의 뉴딜연합'이 한국사회에서 재현돼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박 교수는 "뉴딜연합이 미국사회에서 배제된 세력들과 연대했기 때문에 국민의 지지를 받으면서 미국의 힘이 두 배로 성장했다"며 "우리도 정치협약에서 사회협약, 이념·가치협약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예도 들었다. 그는 "1949년 독일의 아데나워 정부는 방어적 민주세력과 보수세력이 14년 동안 공동집권하면서 사회시장경제의 틀을 만들었고, 이후 정권에도 이어졌다"며 "문·안 두 후보가 공동정부를 구성해 복지정책을 추진하면 다음 정부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뉴딜연합, 30년 동안 국가 틀 바꿔"... '한국형 뉴딜' 강조
이에 조 교수도 "문재인·안철수의 만남은 세력 간 연대의 문제"라며 "미국 뉴딜연합이 30년 동안 집권하면서 국가의 틀을 바꾸었듯이, 문·안 단일화로 정권교체를 이뤄 2013년 이후 몇 십 년 동안 개혁을 해나가야 한다"고 거들었다.
마지막으로 두 교수는 '문재인·안철수 정치연합'을 통해 1990년 3당 합당 이후 '우편향'된 한국사회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을 공유했다.
조 교수는 "문·안 두 후보가 합쳐 '3당 합당' 이전으로 보수와 진보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3당 합당'으로 해체된 민주 연대를 회복하면서 동시에 그때 놓쳤던 사회연대를 추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