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조리실에서 일하는 J씨. 학생들에게 급식 한번 하려면 10kg 가량의 밥판을 하루에도 40차례 넘게 들어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해야 한다. 그렇게 밥을 짓고나면 이제 설거지를 할 차례. 밀려드는 식판을 허겁지겁 씻다보면 손가락 뼈마디가 다 아파온다. 하루이틀도 아닌 일이라 그냥 넘겼던 J씨의 손가락은 지금 휘어져 있다. 그렇더라도 J씨는 누구에게 하소연을 해야할지 막막하다.
중앙노동위원회가 부산시교육청을 J씨의 사용자라고 인정했지만 교육청은 묵묵부답이다. J씨와 같은 상황에 놓인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단체교섭을 신청했지만 그때마다 교육청은 이들의 요구에 응답하지 않았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7차례 요구했지만, 돌아온 건 27번의 묵살. 화가 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9일 하루 파업을 선언했다.
이날 오전 10시경부터 양정동 부산시교육청 앞에 모여든 학교비정규직노조과 전회련학교비정규직본부 조합원들은 400여명. 이 자리에서 참가자들 자신들은 교섭대상으로 인정하지 않는 부산시교육청을 향해 울분을 토해냈다.
특히 유치원 업자들로부터 고가의 옷을 받은 것이 문제가 돼 검찰 조사까지 받은 임혜경 교육감의 처신을 비판하는 참가자들이 많았다. 안지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산지부 정책실장은 "임 교육감이 받은 옷을 실수였다고 돌려주더니 이제는 입을 옷이 없어서 교섭장으로 못 나오시는 모양"이라고 교육감을 질책했다.
이런 비판에도 부산교육청은 비정규직노조와의 만남을 무성의로 일관했다. 노조 대표들이 임혜경 교육감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려하자 부산시교육청 측은 "임 교육감이 외부 일정으로 부재중"이라며 전희두 부교육감실로 이들을 인도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취재 결과 당시 임 교육감은 청사내 교육감실에서 울산지역의 한 언론사 간부를 만나 차를 마시고 있던 중이었다. '청사 내에 있는 교육감을 굳이 없다고 알린 이유가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교육감실은 "일정이 워낙에 많아서 만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교육감실의 해명도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았다. 기자가 '어떤 일정이 있나'고 재차 묻자 관계자는 "외부 일정이 있어 나가려고 했지만 집회를 하면서 출입구를 막아서 나가지 못했던 것"이라며 "우리도 나갈 방법을 찾고있다"고 밝혔다. 결국 교육감이 외부 일정을 출입문 봉쇄로 소화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청사 내에 머물렀지만 비정규직과의 만남은 피했다는 셈이다.
이는 부산교육청이 그동안 비정규직노조와의 대화를 극도로 피해왔던 모습과도 다르지 않다. 지난달 15일 부산지방고용노동청 국정감사에서도 교섭에 응하지 않는 부산교육청의 행동은 도마에 올랐다.
당시 한경애 민주통합당 의원은 "교육감을 소환해서 정확하게 질타하고 중앙노동위원회 결과에 대해 무시하는 것에 대해 강제이행부과금을 내게 하든지 해서 해결을 해야하지 않느냐"고 부산고용노동청에 감독 책임을 묻기도 했다. 하지만 한 달여가 다 되도록 부산교육청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임 교육감과 부산교육청의 행동에 다시 한번 분노했다. 김희정 학비노조 부산지부장은 "교육감을 만나려면 하다 못해 백화점가서 2만원짜리 옷이라도 하나 사올 걸 그랬다"며 교육감의 처신을 문제 삼았고 참가자들은 교육청을 향해 야유를 보냈다.
총파업 투쟁 선언문 낭독을 끝으로 교육청 앞에서의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부산시청까지 거리행진을 한 뒤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교육과학기술위)의 지역사무실을 방문해 항의 집회를 이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