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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9일 오후 부산 남포동 피프광장을 방문해 한 지지자와 반갑게 포옹을 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9일 오후 부산 남포동 피프광장을 방문해 한 지지자와 반갑게 포옹을 하고 있다. ⓒ 권우성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9일 오후 부산 남포동 자갈치시장을 방문한 가운데 한 지지자가 '애국자의 딸 박근혜 하이팅'이 적힌 종이를 전해줬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9일 오후 부산 남포동 자갈치시장을 방문한 가운데 한 지지자가 '애국자의 딸 박근혜 하이팅'이 적힌 종이를 전해줬다. ⓒ 권우성

"하고 마, 사람이 너무 많아 갖고 얼굴도 제대로 못 봤다. 오늘은 연설 못한다고 카대. 하면 선거법 위반이라더라. 한 할아버지는 경호하는 사람 밀치고 막 난리났다 아이가. 젊은 사람들은 '뭔데 그카노' 했다가 박근혜라 카니깐 '에이 씨'하고 가더라."

'BIFF(부산국제영화제) 광장' 초입 돼지국밥집 여주인이 함께 일하는 아주머니들에게 '박근혜 관전평'을 늘어놨다. "경호를 그래 해갖고 뭔 일 생길지 모르겠다, 더 늘려야겠더라"는 여주인의 말에, 한 아주머니는 "맞다, 전두환 때는 저짝 주유소부터 주욱 (경호원이) 서 있었다 아이가, 군대 같더만"이라고 맞장구쳤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축사를 한 '국민행복을 위한 부산시민모임 초청 특강'이 열린 부경대에서 부산역으로 향하는 길, 택시기사 김아무개씨는 기자에게 "단일화되면 박근혜가 안 되겠더라, 젊은 사람들 태워갖고 얘기해보면 다르던데"라고 말했다.

"다들 '안철수' 카는데, 내가 운을 한 번 띄워봤다. '당도 없는 양반이 대통령되면 제대로 하겠나' 하니깐, 애들이 '아저씨, 박원순 보소'라고 카던데. 50대 이상은 80% 이상 박근혜 지지한다. 근데 여자대통령 아직 이르다는 사람도 있더라."

대선을 40일 앞둔 9일, 빨간 불이 켜진 부산 민심을 다독이기 위해 한 달여만에 다시 내려온 박근혜 후보를 바라보는 시선은 이렇게 조금씩 엇갈렸다. 흔들림 없이 아낌없는 애정을 보낸 이가 있는가 하면, "이번은 다르다"며 새로운 선택을 준비하는 이들도 있었다.

밀려드는 악수·사인 공세에 '큰 절'까지... 흔들리는 텃밭 맞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9일 오후 부산 남포동 자갈치시장을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많은 시민들이 시장 입구에 모여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9일 오후 부산 남포동 자갈치시장을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많은 시민들이 시장 입구에 모여 있다. ⓒ 권우성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9일 오후 부산 남포동 자갈치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9일 오후 부산 남포동 자갈치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권우성

박근혜 후보가 이날 오전 방문한 부산 중구 남포동 BIFF 광장과 자갈치시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박 후보가 부산 사상구를 지역구로 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부산 출신의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에게 양자 대결 시 밀린다는 최근 일부 여론조사 결과를 무색하게 할 정도였다.

박 후보가 도착하기 전부터 BIFF 광장의 아리랑 거리에는 약 100여 명의 사람들이 두 줄로 나뉘어 그를 기다렸다. 박 후보가 차에서 내리는 순간, 박수가 터지고 '박근혜' 연호가 이어졌다.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박 후보에게 다가가기 위해 경호원들과 뒤엉켰다. 후보 가까이 있던 기자의 겉옷이 경호원과 사람들의 실랑이로 찢기기도 했다. 박 후보가 맞은편에 위치한 자갈치시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사람들도 떠밀리듯 후보를 따라갔다.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이들도 있었다. 50·60대 중년 여성들은 박 후보에게 안기며 그를 반겼다. "대한민국 잘 살게 해주이소", "대통령 꼭 되이소"라고 뒤에서 소리를 지르는 이들도 있었다. 박 후보가 밀려드는 인파에 못 이겨 휘청거릴 정도였다. 박 후보가 자갈치시장에 이르자, 시장상인들은 좌판 위에 올라가 박수를 치며 그를 반겼다.

사인 공세도 이어졌다. 한 남성이 야구공을 내밀며 사인을 부탁하자, 주변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사인을 요청했다. 한 50대 남성은 "애국자의 딸, 박근혜 하(화)이팅"이라고 적힌 종이를 건네기도 했다. 한 여성은 박 후보에게 큰 절을 했다. 이에 박 후보는 난감해하며 같이 무릎을 꿇고 인사했다. 박 후보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G-Star 게임산업 채용박람회' 참석 중 한 60대 남성으로부터 장미꽃을 건네받기도 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9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리는 'G-STAR 2012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를 방문하고 나오며, 한 60대 남성이 전달한 장미꽃 한송이를 들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9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리는 'G-STAR 2012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를 방문하고 나오며, 한 60대 남성이 전달한 장미꽃 한송이를 들고 있다. ⓒ 권우성

BIFF 광장 인근에서 금은방을 하는 이연배(55)씨는 핸드폰을 이용해 박 후보의 뒷모습을 간신히 찍었다고 밝혔다. 그는 "박정희 그 분을 너무 좋아하다 보니 박근혜 후보도 좋다"며 "그 분이 못한 일도 있지만서도 그 분 때문에 우리나라 경제가 이만치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자갈치시장까지 후보를 쫓아온 김아무개(47)씨는 "30분이나 기다렸는데 얼굴도 제대로 못 봤다"면서 "박 후보는 탈렌트 아닌교"라고 반문했다. 그는 "실제로 한 번도 못 봐서 계속 기다린 것"이라며 "믿음직스럽다"고 말했다. "부산 민심이 상당히 흔들린다고 하던데"라고 되묻자 곁에 있던 50대 남성은 "부산 인구 중 30%가 호남 사람인데, 그 사람들은 술에 물탄 듯 그래 캅니더"라며 "우리 부산 토박이들은 안 그래에"라고 말했다.

"문재인, 안철수라면 몰라도 박근혜한테 자리 양보 못하겠다"

박 후보와 동행한 새누리당 인사들은 상당히 고무된 반응을 보였다.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은 기자의 찢어진 겉옷을 예로 들며 "이런 걸 기사로 써줘야 한다"면서 "이게 (부산의) 숨어 있는 60% 민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구애 공세'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은 BIFF 광장에서 자갈치시장까지 박 후보를 쫓아가며 "박근혜는 약속을 지키라"고 소리쳤다. 이들은 자갈치시장 인근에서 경찰들에 가로막혀 박 후보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김옥주 부산저축은행 피해자 비상대책위원장 등은 경찰들에게 "왜 막는데, 내가 뭘 방해하는데"라며 격렬히 저항했지만 후보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9일 오전 부산 남포동 피프광장에서 호떡을 사먹으며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9일 오전 부산 남포동 피프광장에서 호떡을 사먹으며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박 후보가 '씨앗호떡'을 구입하기로 한 노점상의 주인이 앞서 기다리고 있던 시민들에게 박 후보에게 순서를 양보해달라고 하자, 한 30대 여성은 "문재인이나 안철수라면 몰라도 박근혜한테는 양보를 못해주겠다"고 버티기도 했다.

BIFF 광장에서 만난 신윤흔(34)씨는 "얼굴이나 보려고 한다"면서 "난 (박 후보를) 별로 안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은 다 나랑 비슷하지 않겠나"라며 "과거사 문제도 있지만 팟캐스트 방송도 많아서 이제 뭐가 문제인지 알고 있다, 중장년층은 그냥 찍겠지만 우리 세대는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게임산업 채용박람회'에서 만난 이아무개(28)씨는 "이런 방문은 사진찍기용에 불과한 것 같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지금 모든 대학생들이 일자리 구하기가 어렵지만 게임업계도 그렇게 전망이 밝은 것만도 아니다"며 "대통령 후보란 사람이 고작 1시간도 안 머물고 스쳐 지나가는데 뭘 알겠나"라고 말했다.

박근혜 "부산 위해 일할 수 있도록 한 번 더 확실하게 도와달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9일 오후 부산 남구 부경대에서 열린 '국민행복을 위한 부산시민모임' 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단에 가려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지자들의 요청으로 박 후보가 받침대위에 올라가 축사를 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9일 오후 부산 남구 부경대에서 열린 '국민행복을 위한 부산시민모임' 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단에 가려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지자들의 요청으로 박 후보가 받침대위에 올라가 축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9일 오후 부산 남구 부경대에서 열린 '국민행복을 위한 부산시민모임' 행사에서 축사를 하는 가운데 지지자들이 '사랑해' '대통령' '큰언니'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9일 오후 부산 남구 부경대에서 열린 '국민행복을 위한 부산시민모임' 행사에서 축사를 하는 가운데 지지자들이 '사랑해' '대통령' '큰언니'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 권우성

한편, 박근혜 후보는 "저와 새누리당이 부산을 위해서 일할 수 있도록 한 번 더 확실하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날 오후 부경대 대학극장에서 열린 '국민행복을 위한 부산시민모임 초청 특강'에서 축사를 통해 "이번 대선에서 승리를 한다면 부산의 각종 현안들 해결하고 여러분의 어려움을 제대로 풀어내겠다, 부산 시민들에게 받은 은혜 꼭 보답해드리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부산 민심을 흔들고 있는 야권 후보에 대해서도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박 후보는 "내년에는 세계적인 경제 대위기가 올 것이란 경고도 여러 차례 나왔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오랜 정치경험과 확고한 국가관, 외교력이 있는 리더십이 요구된다"며 "그런 리더십은 단기간에 쌓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또 "대선이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도 후보가 결정 안 되고 있다"며 "권력 나눠먹기 단일화 이벤트로 국민이 판단하고 검증할 기회조차 안 주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 선택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어, "다들 정치쇄신을 얘기하지만 이런 것이야말로 정치쇄신에 역행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저와 새누리당은 우리의 이념은 민생이란 생각으로 지금까지 많은 공약과 정책을 내놨다, 과연 누가 부산과 대한민국을 위해 꼭 필요한 정치를 할 수 있을지 확실하게 알 수 있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박근혜#부산#야권단일화#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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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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