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교육감 김상곤, 도교육청)이 도내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수 참여를 강요하고 학교 수업 등의 정상적인 교육 과정을 파행으로 유도해 교사들의 반발과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도교육청은 지난 7일 '2009 개정 교과 교육과정 및 경기도 교육과정 연수 계획 알림'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통해 새 교육과정에 대한 연수 실시 계획을 각 학교에 통보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교과별 도교육청 소속 중등 교사 전원 반드시 참석'을 요구하고 연수자료 역시 해당 교사가 직접 출력하여 지참하도록 한 것.
특히 중등(중·고등학교)은 '지역교육청 주관으로 지역별 전체 교사를 대상으로 직접 연수하라'고 지시했다. 여기에는 "연수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당일 교육 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라"는 지침도 들어있다.
이 때문에 도내 모든 중고교에서는 지정된 날짜에 맞춰 연수를 실시하기 위해 해당 일 수업 일정을 단축하고, 학사 일정도 변경·조정했다. 지역별로 연수가 지정된 날짜에 해당 지역 모든 중고교 교사들이 이 연수에 참여해야 하는 상황. 도교육청이 교육과정 연수를 이유로 학교 현장의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파행으로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도내 교사들에 따르면, 대부분의 학교에서 단축수업 등의 교육과정 파행은 물론 7교시 수업을 다른 날로 옮기거나 외부 강사를 초청해 동아리 활동을 진행하던 학교에서는 긴급히 이를 취소했다. 또 대입 수시 2차 지원 마감을 앞둔 고교에서는 고3 담임들마저 연수 참석을 강요해 "어쩌라는 것이냐" 등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도교육청이 성과를 만들어 내려고 무리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한 지역교육청 장학사는 지역 학교에 메신저를 보내 "연수를 기획한 도교육청에서 강사 공급 등 여러 어려움으로 처음 기획과 달라진 부분이 많아 지역청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단위 학교에서는 더욱 어려움이 있다"고 도교육청의 무리한 연수 추진을 인정하면서도, 교사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나섰다.
의정부의 한 중학교 교사는 "실제 학교에서 교육과정을 논의할 수 있는 구조가 안 돼 있는 상황에서 도교육청이 성급하게 교사들을 강제 동원함으로써 하향식 접근으로 이루어질까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학교 현장 교사들의 반발에 대해 도교육청 송호현 장학사는 "교육과정 연수로 인한 교육 과정 파행을 우리도 염려했다. 하지만 연수의 효율성을 높이고 학교에 교육과정 논의에 대한 여건을 마련하고자 중등 전 교사를 모은 것이다. 그러나 연수를 강제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생님들이 마음을 닫고 온다면 정상적인 연수가 어려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취지를 잘 설명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교사들의 문제제기는 이해하지만 도 교육청의 방침대로 연수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 연수는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높은 비중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사업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는데, 다음 달 3일까지 도내 전 지역에서 예정돼 있어 학생들의 수업 피해와 교사들의 불만 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같은 상황에서 도교육청의 교육과정 연수가 원래의 취지와 목적대로 운영될 수 있을 지도 미지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