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 영업을 바라는 상인들과 공원 조성을 꿈꾸는 부산 사상구청의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못하고 있다. 양측의 갈등은 부산시가 서부시외터미널 일대 공원 조성을 위해 인근에서 영업 해오던 노점의 철거를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부산시와 사상구청의 철거 방침에 노점상들은 자신들의 생존권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공원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13일에는 부산을 비롯한 수도권, 충청, 대구 지역 등 민주노점상 전국연합 소속 노점상 350여 명이 부산 사상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오후 3시부터 시작된 투쟁결의대회에서 노점상들은 결의문을 통해 "갑자기 부산시와 사상구에서는 명품 공원을 만든다는 이유로 부산시민 혈세 2억5천만 원으로 용역깡패를 고용하여 노점상을 싹쓸이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그동안 사상구청 측과 여러 차례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려 했으나 구청장이 약속한 사항을 손바닥 뒤집듯 어기는 모습에 이제 더 이상 사상구청에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자신들이 시민들을 위한 공원 조성을 방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공원화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가진 자들만의 명품거리가 아니라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며 서민들과 어우러지는 공간을 요구하는 것"이란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이들은 자신들이 "주위가 우범화 되는 것을 막아왔으며 어두운 거리를 그나마 밝히는 가로등 역할을 해왔다"며 "사상구청이 노점상들의 순기능은 무시한 채 오로지 아무도 다니지 않은 곳으로 우리를 내몰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점상들은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대듯 우리는 목숨을 걸고 저항할 것"이라며 행정대집행 즉각 철회와 부산시와 구청의 전향적 자세 등을 주문했다. 노점 대표들은 구청 측에도 이같은 요구안을 전달했다.
이들은 요구 안에서 "무조건 현 자리에서 장사를 하겠다"며 "이전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못을 박았다. 대신 이들은 "공원화 사업과 어울릴 수 있는 영업방식을 취하겠다"며 박스형태와 차량 이동 형태 등을 제시했다. 또 전기 및 상·하수도 지원을 요구하며 사용료를 지불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외에도 자율질서를 준수하겠다는 서약을 곁들였다.
하지만 사상구청은 노점의 이전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어 양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사상구청 도시안전과 관계자는 "50억 원이나 들여 만든 공원을 노점들에게 내어줄 수는 없다"며 "시가 시민들을 위해 돈을 들여 조성한 공원이 노점들의 장사에 이용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행정대집행 영장통지를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할 계획"이라며 "행정 대집행은 최소 일주일 뒤에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사상구청 측은 "행정 대집행 전까지 계속 대화 창구를 열어두겠다"는 뜻을 밝혀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