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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사저부지 매입의혹 사건을 담당한 이광범 특별검사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수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사저부지 매입의혹 사건을 담당한 이광범 특별검사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수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 조재현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땅 헐값 매입 의혹을 수사했던 이광범 특검팀은 수사기간 단 30일로 역대 최단 특검이었지만 수사 결과와는 별개로 우리 사회에 인상 깊은 숙제를 남겼다.

제일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에 관한 문제다. 이는 좀더 직접적인 표현으로 '수사 대상자가 수사 기간에 개입해도 정당한가' 하는 물음이다.

12일 오후 이명박 대통령이 특검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거부한 것은 '역사적인 사건'이다. 물론 지난 2003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송두환 대북송금 특검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거부한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그때는 기본 수사기간이 70일이었다는 점과 대통령 자신이 수사대상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이번과는 차원이 다르다. 노 대통령도 자신이 잠재적 수사대상자가 될 수 있었던 2004년 측근비리 의혹 사건 특검 수사(김진흥 특별검사) 때는 수사기간 연장(30일)에 동의했다.


수사 대상자가 수사 기간을 통제한 역사적 사건

이번 사건은 기간 연장의 허가자를 대통령으로 명시했던 특검법의 태생적 한계다. 내곡동 특검 이전에 실시됐던 10번의 특검 모두 동일했다. 다만 지금까지는 특검의 직접적인 수사 대상자가 대통령이나 그 일가가 아니었을 뿐이다. 이번에는 하필 대통령 일가가 수사 대상이었고, 또 이 대통령이 주변의 시선을 아랑곳 하지 않은 채 그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비로소 한계가 노출된 것이다. 지난 9일 특검팀에서 기간 연장 요청서를 청와대에 제출한 날 이석수 특검보는 '수사 대상자에게 연장신청 하는 셈인데'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건 법에서 정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특검팀)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만약 그런 것이 우려가 됐다면, 법에서 승인할 사람을 별개의 주체로 하든지 하는 조치가 입법 당시에 고려가 됐어야지, 그것을 집행하는 특검 입장에서는 고려할 수 있는 옵션이 없다."

'수사 대상자가 수사 기간에 개입해도 되는가'와 동일한 맥락이 '수사 대상자가 수사 주체를 임명해도 되는가'라는 질문이다. 형식적으로는 특별검사의 임명권자가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권을 야당인 민주통합당에서 행사하는 방법으로 해소시켰다. 이런 방식으로 기간 연장도 미리 고려가 될 수 없었을까?

특검법을 대표 발의했던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입법 당시에는 특별검사 인선에 집중했기 때문에 기간 연장 문제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사례와 대통령제 국가라는 우리의 특성을 놓고 볼 때 (기간 연장 허가를 대통령이 아닌 다른 주체가 하는 것은) 굉장한 파격"이라고 말했다. 이럴 경우 여야 합의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야당의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은 최선인가

이번 특검에서는 상황이 특수했지만, 야당이 특별검사 후보 추천권을 행사한 것도 무조건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정치적 시비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지속적으로 특검 수사의 정당성을 공격해왔다. 청와대는 12일 연장 신청을 거부하면서 밝힌 발표문 마지막에 "이번 특검은 특검법안이 도입될 때부터 전례 없이 특정 정당에 의해 특검이 추천되고, 대선을 목전에 둔 시점에 수사가 이루어져 정치특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재의 요구해야 한다는 전문가들 의견이 많았다"라고 한마디 넣었다. 같은 날 이철우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좀더 노골적으로 "수사기간을 연장하겠다고 한다면 대선에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민주당의 입맛에 맞추기 위한 정치적 이벤트라는 국민적 오해를 불러올 것임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가지 꼭 짚어야 하는 것이 형사소송법 110조(군사상 비밀과 압수)와 111조(공무상 비밀과 압수)에 대한 문제다. 법조문은 이렇다.

제110조(군사상 비밀과 압수) ①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
② 전항의 책임자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
제111조(공무상 비밀과 압수) ①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에 관하여는 본인 또는 그 해당공무소가 직무상의 비밀에 관한 것임을 신고한 때에는 그 소속공무소 또는 당해감독관공서의 승낙 없이는 압수하지 못한다.
② 소속공무소 또는 당해감독관공서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

이 조항에 의해 사상 초유의 청와대 경호처 압수수색은 좌절됐다. 내곡동 사저 관련 자료가 과연 '국가의 중대한 이익'과 관련이 있는가는 잠시 논외로 하고, 사실 이 조항은 법원의 영장 발부 요건으로 해석하는 것이 학계와 법조계의 다수다. 즉, 판사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할 때 이미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가 아니다'라는 판단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책임자의 승낙을 또 얻어야 한다면, 즉 영장 집행 요건으로 해석한다면, 법원의 영장은 너무 쉽게 무력화된다. 예를 들어 청와대가 범죄 자료를 비밀로 정해놓으면 손 쓸 도리가 없게 되는 것이다.

이미 사례가 벌어졌다. 법조항을 좀더 명확히 고치든, 이번 일에 대해 법원의 판결을 구하든 하지 않으면,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13년 된 낡은 특별검사체제 개혁 필요

이런 여러 가지 한계들은 결국 권력형 비리를 상시적이고 안정적으로 감시하고 수사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 문제로 모아진다. 이번 내곡동 특검은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 부분에서 달라지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지난 1999년 처음 실시됐던 특별검사제도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특검이 도입된지도 벌써 13년이다.

대선을 코앞에 둔 지금 이미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상설적인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의 설치에 합의했다. 박근혜 후보 역시 그만큼은 아니지만 상설특별검사제를 들고 나왔다. 이름이야 어찌됐든 지금처럼 사건을 터졌을 때 정치적 합의에 의해 특검이 임명되는 방식이 이닌, 임기가 보장된 수사 주체가 상시적인 수사 인력을 구비하고, 수사 개시와 종료를 자체적으로 판단해서 운영한다면, 13년 된 낡은 특별검사체제에서 한발짝 나아갈 수 있다.

공은 다시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내곡동 특검#고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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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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