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TV>에서 생중계하는 '대선올레!'는 지난 15일 오후 심상정 진보정의당 후보와 약 1시간 동안 인터뷰를 진행했다. 심 후보는 이날 인터뷰에서 자신을 '날쌘 돌고래' '완판녀'(완전 판매를 달성한 여자)로 불렀다. 심 후보는 "정권교체의 방향을 민심의 바다로 안내하는 것이 '날쌘 돌고래' 심상정의 역할"이라며 진보적 대선후보의 역할을 강조했다. 또한 박근혜·문재인·안철수로 지칭되는 유력 대선후보들이 심 후보가 만든 민생법안과 유사한 법안을 들고 나왔는데, 이를 두고 심 후보는 "제가 만든 법안이 다 팔린 셈"이라며 '완판녀'를 자칭했다.
그런데 민생법안의 '오리지널'이라 할 수 있는 심 후보의 지지율은 1%도 채 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언론이 그를 주목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날쌘 돌고래'라는 별명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 아니냐?" "(단일화의) 산파를 깨려는 거냐?"는 세간의 지적에 대한 심 후보의 대답이다. 그는 "군소정당후보들은 자기 지지세력을 위해 뛰는 게 1차적 목적"이라며 "결선투표제가 시행되면 진보정의당을 지지할 분도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5일에는 합정동 홈플러스 입점 예정지 앞에서 합정동 홈플러스 입점 저지 집회가 열렸다. 망원시장·광명시장 등에서 온 300여 명의 상인들이 집회를 연 가운데 심 후보는 연단에서 지지 연설을 하기도 했다. 심 후보의 지지 연설이 끝난 뒤 서교동의 한 간장게장집에서 '대선올레!' 공동진행자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와 서해성 작가가 심 후보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문재인·안철수라는 고래를 민심으로 이끌겠다"
인터뷰는 '야권단일화'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됐다. 심 후보는 문재인-안철수의 단일화 협의를 '착한 남자 경쟁'으로 규정했다. 그는 "당장 오늘 (합정동 홈플러스 저지) 집회 현장에서 나온 대형마트 문제만 봐도 대중들이 얼마나 크게 반발하는지 알 수 있다"며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나이브한 장밋빛 공약보다는 지난 5년간 이명박 정권이 국민에게 남긴 상처와 고통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권 후보들에게 보다 책임 있는 정치를 주문한 것.
1% 미만의 지지율에 대해 심 후보는 "올해 상반기 진보 정치가 국민에게 큰 실망을 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통합진보당 부정 경선 논란이 있은 뒤 분당에 이른 일련의 상황을 이야기했다. 그는 "그 일로 진보세력이 지쳐있지만, 지금 제 지지율이 진보 전체의 지지율은 아니다"라며 "많은 합리적 진보세력이 안철수 후보에게 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야권후보 단일화가 정권 교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반면 진보적 의제는 위축돼 있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심 후보는 그 '아쉬움'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았다. 그는 "그분들(문재인·안철수)을 민심의 바다로 안내하는 게 '날쌘 돌고래' 심상정의 역할"이라며 "(야권) 개혁에 책임성을 더해 진보적 정권교체에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심 후보는 박근혜·문재인·안철수의 공약을 본 뒤 "심상정이 진정한 '완판녀'(완전 판매를 이룬 여성)다, 제가 낸 공약이 완전히 팔려버렸다"고 평했다. 유력 대선후보들이 공약으로 내건 각종 복지 법안 등은 실제로 심상정 후보가 몸담았던 민주노동당·통합진보당에서, 멀게는 십수 년 전부터 추진됐던 것이다.
"국회의원일 때보다 TV에 못 나온다"
그런데 '완판녀' 심상정 후보도 팔지 못한 정책이 있었다. 심 후보는 "정치개혁 공약이 안 팔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일식 정당명부제도 중요하고 연합정치를 정상화하려면 결선투표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지역구 의원을 소선거구제로 뽑고 비례대표 의원을 정당 투표로 선출하되, 각 정당 총 의석수는 전국 정당 득표율에 따라 정하는 방식이다.
그는 "독일식 정당명부제에 대해서는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모두 말한 적이 있고, 보수·진보 성향의 신문 모두 사설로 다뤘다"며 "이만큼 공감대가 넓은 공약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당지지율이 의석수로 나타나는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국민의 의사를 보다 정확히 반영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야권의 두 후보가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다"며 "이번부터 시행되지 않더라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심 후보가 제안한 결선투표제가 도입돼 1차에서 1, 2등을 가린 뒤 2차에서 2명의 후보를 놓고 결선투표를 벌인다면 최소한 1차 투표에서 군소정당후보들도 '후보단일화' 프레임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후보 단일화' 바람에 묻힌 군소정당후보의 호소는 절절했다. 그는 "국회의원으로 국정감사에서 활동을 하면 TV 화면에 자주 나왔는데 대선후보가 된 이후에는 딱 끊겨버렸다"며 "7석의 원내 제3정당이면 단 10초라도 배정을 받아야 하는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현재 언론은 아예 그런 공정성에 대해 의식을 안 한다"며 "이 역시 이명박 정권 5년의 결과물 중 하나"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에 오연호 대표기자는 "<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가 7명인데 중요한 후보 캠프에 가 있느라..."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졸지에 심 후보가 중요하지 않은 후보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오 대표기자의 말에 좌중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심 후보가 웃으며 "저는 중요한 후보가 아닙니까?"라고 반문했다. 웃으며 넘어갔지만, 사실 오 대표기자가 무심코 한 말은 이번 대선에서 군소정당후보가 얼마나 소외돼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은 꾸준히 60%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후보단일화'에 국민의 관심이 쏠린 것도 사실이다. 지난 15일 '대선올레!'는 언론이 주목하지 않은 군소정당후보를 만났다는 데 의의가 있었다. 대선을 한 달여 앞둔 현시점에서 아무리 '후보단일화'가 중요하다고 해도 진보적 정치 의제를 이끌어 갈 정치 주체는 조명돼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