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금융노조·보건의료노조 등이 참여하고 있는 '산별노조연석회의'와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는 '2012 노동 있는 민주주의와 노사관계개혁을 위한 연속기고 - 왜 다시 산별노조인가?' 연중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2012년 권력교체기, 한국 사회에서 노동 있는 민주주의 담론 확산과 산별노조운동 진전을 위한 실질적인 공론의 장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말]

올해는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과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사용자협의회)가 산별중앙교섭을 시작한 지 10년째 되는 해이다. 사용자협의회는 2002년 금속노사간 체결한 기본협약에 근거하여 2002년 10월부터 사용자단체 구성준비를 위한 전국노사실무위원회를 운영하였으며, 2004년∙2005년 산별중앙교섭 합의에 따라 사용자단체 구성을 위한 발기인대회, 창립총회를 거쳐 2006년 4월 24일 노동부(현 고용노동부)로부터 법인 설립허가를 받아 설립되었다.

그동안 산별중앙교섭의 참여 사업장은  [표1]에서와 같이 2003년 100개사(社)로 출발하였지만 매년 감소하다 2008년에 104개사(社)까지 증가한 이후, 다시 매년 감소하여 올해 현재 72개사가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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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협의회 소속 회원사의 조합원 규모를 살펴보면, 조합원수 200인 이하의 중소규모 사업장이 62%를 차지하고 있다. (조합원수가 총 10만 여명에 이르는 완성차 노조(지부)가 산별중앙교섭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한편 자동차 부품사의 비율이 7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외 전자∙반도체∙조선∙엘리베이터 제작 등 다양한 업종이 포함되어 있어 매년 산별중앙교섭 합의시 회원사 내부의 의견조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용자협의회의 노조법상 지위

사용자협의회는 정관에 따라 금속노조와의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 사업외에 회원사의 노사관계와 단체교섭 지도와 연구 및 교육, 홍보사업과 회원사로부터의 질의에 대한 회신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사용자협의회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조 제3호의 요건을 갖춘 사용자단체에 해당되지 않으며, 사용자협의회 소속 회원사들로부터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권을 위임받은 수임(受任)단체로서의 자격을 갖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사용자협의회가 노조법 제2조 제3호에서 규정한 "구성원인 사용자에 대한 조정 또는 규제 할 수 있는 권한"이 없음을 이유로 이와 같이 판단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사용자협의회는 매년 회원사로부터 산별중앙교섭 체결권에 대한 위임을 별도로 받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 정관에 산별노조와의 교섭과 협약체결을 목적사항으로 두고 있는 사용자단체는 (사)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와 (사)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있지만, 양측 모두 구성원에 대한 조정과 규제 권한을 갖고 있지 못하므로 노조법상의 요건을 갖춘 (완전한)사용자단체는 존재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산별노조와 사용자단체간의 교섭방식은 강학(講學)상 통일교섭의 형태이지만, 금속노조와 사용자협의회간의 교섭은 수년전부터 실무적으로 산별중앙교섭이라고 칭하고 있으며, 이는 금융노사와 보건의료노사간 교섭에서도 사용하고 있는바, 현행 법제하에서는 산별노조의 교섭상대인 사용자단체의 존재 유무와 관계없이 통용되고 있다.

사용자협의회가 구성원들의 단체교섭에 대한 수임단체의 성격에 머무르지 않고 노조법상의 사용자단체가 되기 위해서는 입법적인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본 기고문에서는 문제를 제기하는 선에서 마치고자 한다.

산별중앙교섭에 대한 사용자협의회의 입장과 금속노조에 바라는 점

산별중앙교섭에 참여하는 회원사의 수가 매년 감소하고 있는 것은 사용자협의회 내부의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그동안 금속노조가 사용자협의회 회원사에게 보여준 태도에 기인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금속노조와 산별교섭(중앙교섭)을 실시하기 위해 사용자협의회에 가입하고 있는 회사의 수는 [표1]에서와 같이 2008년 104개사를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특히 완성차들이 산별중앙교섭에 참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완성차를 제외한 사용자협의회 소속 회원사들이 금속노조의 파업에 전면 배치된 바 있으며, 과거 한미 FTA저지 파업 ∙ 광우병 쇠고기 파업 등 정치파업과 각종 연대파업을 감내했던 회원사들은 산별중앙교섭에 대한 회의와 참여의식이 날로 저하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2006년부터 2008년까지는 회원사가 일시적으로 증가한 경우도 있었으나, 이러한 현상은 금속노조가 대산별로 전환하고 현대․ 기아차를 비롯한 완성차를 산별교섭에 끌어들이기 위한 집중적인 노력에 기인한 것이였으며, 그후에는 회원사의 감소 추세가 눈에 띄게 나타났다.

소속 회원사가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한다는 의미는 금속노조와의 산별중앙교섭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금속노사의 산별교섭에 있어 사용자들은 아직도 산별교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소극적이며,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사용자협의회는 금속노조와 10여년간 산별중앙교섭을 진행해 오는 과정에서, 중앙교섭에서 나타난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에 대해 금속노조의 전향적인 변화와 개선을 주문해 왔다.

첫째, 3중 교섭구조의 문제다. 2003년부터 시작된 금속노사간 3중 교섭구조(중앙교섭-지부집단교섭-지회보충교섭)는 그동안 중층교섭으로 인한 교섭비용 증가와 교섭단위별 중복파업으로 인한 경제적인 손실과 부작용이 컸으며, 이로 인해 산별교섭의 효율성 저해를 초래하고 사용자들의 산별교섭 참여 회피로 이어졌다.

실제 사용자협의회 회원사 소속 임원의 경우 화요일에는 산별중앙교섭, 목요일에는 지부집단교섭, 금요일에는 사업장(지회) 보충교섭에 참석하여 한 주에 3일 동안 금속노조와의 교섭에 임해야 하는 실정이다. 사용자협의회 회원사의 대부분이 소규모 자동차 부품사로 구성되어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사업장에서 3중 교섭에 대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의 3중 교섭구조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문제는 사용자협의회 회원사 모두의 바람일 뿐만 아니라, 산별중앙교섭의 외연확대를 위해 시급한 과제이기도 하다.  

둘째, 사용자협의회 소속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해마다 되풀이 되는 파업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노동조합의 합법적인 쟁의권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으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파업을 하는 경우 회사가 이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근로조건과 무관한 정치파업, 연대파업과 집단행동에까지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까닭에 사용자협의회 회원사에서는 기업 경영의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

현재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은 대략 230개여개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사용자협의회 소속 회원사 72개사는 자의든 타의든 금속노조의 산별중앙교섭의 파트너로서 길게는 10년 동안 중앙교섭에 성실히 참여하고 있는 회사라는 점을 금속노조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산별중앙교섭이 15만 금속노조의 위상에 걸맞은 한국형 산별교섭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중앙교섭 참여 사업장에 대한 배려도 함께 고민하면서 외연확대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셋째, 산별중앙교섭 의제와 노동쟁의 조정신청 사전예고에 대한 문제점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금속노조는 해마다 중앙교섭에서 적지않은 요구안을 내 놓고 있으며 교섭의제 또한 인사경영권과 관련된 사항과 중앙교섭에서 일률적으로 다루기 힘든 요구가 많다. 또한 산별중앙교섭 의제와 지부집단 교섭 의제가 서로 중첩∙중복되어 각각의 교섭단위간 혼란과 갈등을 야기시키고 있다.

독일의 경우 초기부터 산별노조 중심의 노사관계가 형성되어 기업간 근로조건 격차가 크지 않아 통일적인 적용이 가능하나,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사용자협의회 소속 사업장의 경우 사업장 규모와 업종 그리고 경영여건이 다른 다양한 기업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근로조건 특히 임금이나 근로시간 변경 문제는 일률적으로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즉 기업별 교섭에서는 쉽게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안건의 경우라도, 산별중앙교섭에서는 각 회원사의 개별 사정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사용자협의회 회원사 내부의 의견조율 과정이 가장 어려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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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선진국들의 경우 신자유주의가 확산되면서 기업간 경쟁이 심화되고 근로조건의 격차가 벌어져 교섭집중화가 빠른 속도로 교섭분권화로 변화되고 있는 실정임을 비추어 볼 때, 기본급과 산별최저임금을 일률적으로 요구하는 금속노조의 태도에 대한 회원사의 우려가 크다. 

또한 금속노조는 매년초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노동쟁의조정신청 및 파업일정을 공지한 채 정해진 수순에 따라 파업을 진행하고 있는바, 교섭에 임하기 전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일자를 사전에 예고하는 것이 상대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수단이 될지는 모르지만, 이는 교섭 초반 노사양측 모두 형식적으로 교섭에 임하게 되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넷째, 산별교섭의 한 축인 사용자들이 산별교섭에 대한 메리트를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사용자협의회는 금속노조의 산별전환과 금속노조의 필요에 의해 조직이 강제된 태생적인 한계와 금속노조는 하나의 조직과 일체감을 갖는 데 반해 사용자협의회는 각 회원사들간 상호 경쟁적인 관계에 놓일 수 있다는 조직적인 한계가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산별교섭의 확대는 곧 사용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전제되어야 하며 산별교섭에 참여하는 사용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메리트를 노사 모두 적극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 언급한 중복교섭 및 중복파업의 문제, 인사·경영권 침해 소지가 있는 의제의 문제 등 사용자로서는 중앙교섭에 따른 부담감을 느낄 수 밖에 없으며, 중앙교섭으로 회사가 얻는 긍정적 측면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노사 모두가 중앙교섭 참여를 통한 교섭의 효율성 증대 방안과 산별교섭을 실시하는 회사에 대한 산별차원의 지원 또는 회원사들의 권익이 증대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현재 중앙교섭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지부, 지회 차원에서 노사가 중앙교섭 결과를 수용하기로 합의한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도 사용자협의회 회원사 감소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며, 이점은 금속노조도 개선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제는 외연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할 때

금속노조와 사용자협의회가 산별중앙교섭을 진행한지 10년째 되는 올해, 산별중앙교섭에 참여하는 회원사가 가장 적은 숫자로 줄어든 원인이 무엇인지? 현재 산별중앙교섭 참여사업장 소속 조합원수가 2만명 안팎인 점에 비추어 볼 때 현재의 산별중앙교섭이 15만 금속노조가 실현하고자 했던 산별교섭의 바람직한 상(像)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동안 사용자협의회의 요청이 금속노조가 고수하는 관행 등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은 부분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산별중앙교섭의 외연 확대를 위해 금속노조도 산별중앙교섭의 파트너인 사용자협의회의 요청에 귀 기울여야 할 때이며, 한국형 산별교섭의 정착을 위해 노사간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