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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에서 열린 '낙동강보 붕괴 시작!' 기자회견에 박수현 민주통합당 의원과 박창근 관동대 교수가 참여하였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에서 열린 '낙동강보 붕괴 시작!' 기자회견에 박수현 민주통합당 의원과 박창근 관동대 교수가 참여하였다.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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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대형 보에서 붕괴현상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올해 초 대규모 세굴 현상(물살에 보의 바닥이 깎인 것)이 발견되면서 논란이 됐던 보의 안전성 문제가 실제로 드러난 것이다.

19일 민주통합당 4대강조사특별위원회와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로 구성된 4대강조사위원회는 환경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 칠곡보의 하류 방향 수중촬영영상을 공개했다. 4대강 공사 이후 강바닥의 모습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영상에서 강바닥에 깔린 콘크리트 구조물(물받이공)에 심각한 균열이 확인됐다. 물받이공은 수문을 열었을 때 떨어지는 물의 힘을 감소시켜 보를 떠받치는 지반이 침식되지 않게 한다. 보와 연결된 구조물로 보 본체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칠곡보의 물받이공은 강 좌안에서 우안까지 폭 400m, 하류 방향으로 길이 40m로 강바닥에 설치됐다. 민주당과 조사위원회가 확인한 물받이공의 균열 규모는 보의 중앙에서 우안 쪽으로 약 200m 가량 울퉁불퉁한 형태로 발생했다. 보 본체에서 하류방향으로 35m 가량 떨어진 곳에서 최대 50cm 벌어져 있었고, 측량용 막대자를 균열 사이로 집어넣자 2m30cm까지 들어가는 곳이 있었다. 콘크리트의 두께가 1m 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물받이공 아래에 1m30cm의 빈공간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 칠곡보 수중촬영 지난 12일 민주통합당과 4대강조사특별위원회가 수중촬영한 4대강 사업 낙동강 구간 칠곡보의 물받이공의 모습
ⓒ 민주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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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조사위원회는 원래 그 공간을 채우고 있던 지반이 침식되면서 물받이공이 수중에 떠 있게 돼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꺾인 것으로 보고 있다. 원인은 두 가지를 꼽았다. 우선 보 본체 밑으로 물이 흐르는 '파이핑 현상'이다. 본래 댐 구조물은 암반 위에 세우도록 돼 있지만, 4대강 사업의 경우 모래층이 두꺼운 곳에서는 '차수공'이라는 말뚝을 암반층까지 촘촘히 박아 그 위에 보를 고정시키는 공법을 사용했다. 이 말뚝이 물의 흐름을 완전히 차단하지 못하고 보 밑으로 물길이 생겨 모래가 쓸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보 하류부에 발생한 대규모 세굴현상도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 올해 초 발견된 낙동강 보 하류의 세굴현상은 수차례 걸친 보강 공사에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물받이공으로 떨어진 물이 세굴을 막기 위해 그 다음에 설치된 바닥보호공까지 밀쳐내고 강바닥을 계속 침식시키는 것이다. 함안보의 경우 지난 8월 측정결과 폭 약 180m, 길이 약 400m, 깊이 약 26m였던 세굴규모가 지난 11월 측정에서는 길이 500m까지 세굴이 확산됐다. 칠곡보도 세굴현상이 발생한 것이 확인됐고, 이것이 확대 되면서 물받이공 아래 지반을 침식했을 수 있다.

문제는 이 물받이공이 보 본체와 연결돼 있을 정도로 가깝다는 점이다. 파이핑현상이나 세굴현상이나 이러한 균열이 생겼다는 건 보 본체가 이미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리 암반층에 말뚝을 박고 그 위에 세웠다고 해도 보 아래 지반이 침식된다면 그 안전성을 장담할 수 없다. 칠곡보의 건설도면을 보면 전체 400m 정도의 보 구조물 가운데 하류방향 왼쪽의 절반가까이는 암반층 위에 있지만 나머지 절반은 7~8미터 정도의 모래층 위에 자리를 잡고 있다.

"공학적으로 이미 붕괴 시작됐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에서 열린 '낙동강보 붕괴 시작!' 기자회견에서 박창근 관동대 교수가 4대강 보의 붕괴모습을 자료 사진과 모형으로 설명하고 있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에서 열린 '낙동강보 붕괴 시작!' 기자회견에서 박창근 관동대 교수가 4대강 보의 붕괴모습을 자료 사진과 모형으로 설명하고 있다.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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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에서 '낙동강보 붕괴 시작!' 기자회견에서 박수현 민주통합당 의원과 박창근 관동대 교수가 4대강 보의 붕괴모습을 모형으로 설명하고 있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에서 '낙동강보 붕괴 시작!' 기자회견에서 박수현 민주통합당 의원과 박창근 관동대 교수가 4대강 보의 붕괴모습을 모형으로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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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근 관동대 교수(4대강조사위원장)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물받이공과 바닥보호공 같은 보의 주요 시설이 전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학적으로 이야기하면 4대강 보의 붕괴가 이미 시작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물받이공을 받치고 있던 모래가 쓸려나갔고, 바닥보호공도 크게 유실돼 보 본체도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라며 세굴현상으로 인한 균열 침하가 원인일 수 있지만 물이 보 본체를 통과해서 빠져나가는 '파이핑 현상'이 원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미경 민주당 의원(4대강조사특별위원장)은 "한국수자원공사와 국토해양부는 이런 문제제기가 있으면 같이 확인하면 되는데 안전하다는 변명만 하고 있다"며 "보 하나에 보강공사를 하는데 40억 가량이 든다고 한다, 발뺌만 할 것이 아니라 민관 합동 조사단을 꾸려 문제를 정확히 확인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박수현 의원도 "4대강 사업의 진상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국민들이 요구하고 있다"며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객관적인 조사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칠곡보의 물받이공 균열이외에 함안보와 합천보의 바닥보호공이 유실된 모습도 공개됐다. 차곡차곡 쌓는 식으로 바닥을 보호하는 섬유돌망태 안은 텅 비어 있었다. 그 안을 채우고 있어야 할 돌들이 다 빠져 나간 것. 겹겹이 쌓았던 2~4톤짜리 사석도 일부 유실됐고 함안보의 경우 보 본체(물받이공)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보이는 콘크리트 조각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9일 함안보, 10일 합천보, 12일 칠곡보 순으로 진행됐다.

공동조사요구에 귀 막은 국토부

19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에서 열린 '낙동강보 붕괴 시작!' 기자회견에서  박창근 관동대 교수가 낙동강 함안보의 지반침하현상을 그래프로 설명하고 있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에서 열린 '낙동강보 붕괴 시작!' 기자회견에서 박창근 관동대 교수가 낙동강 함안보의 지반침하현상을 그래프로 설명하고 있다.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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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국토해양부는 사실을 부인하며 보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같은 날 해명자료에서 "낙동강 8개보는 암반위에 직접 설치되어 있거나(직접기초), 말뚝으로 암반에 지지하고 보 하부지반의 상·하류측에 물이 통과할 수 없는 쉬트파일로 보호하고 있다"며 파이핑 현상으로 인한 침식 가능성을 일축했다. 또 "하상을 보호하기 위하여 보의 상·하류에 물받이공과 바닥보호공을 설치하나, 물받이공과 바닥보호공의 변형이 보 본체의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민주당과 조사위원회가 물받이공의 균열상태를 촬영한 것에도 "물받이공에는 균열 등의 피해가 전혀 없으며, 바닥보호공 보강을 위해 설치한 콘크리트 슬라브의 일부가 탈락되어 균열이 발생했다"며 "이는 금년도 홍수기를 거치면서 바닥보호공이 유실됨에 따라 하부 토사가 일부 세굴돼 발생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4월 국토부와 민간전문가들이 공동으로 벌인 4대강 사업 준공대비 특별점검보고서에서는 거의 모든 보의 물받이공과 바닥보호공의 보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이번 조사와 같이 수중다이버를 통한 현장조사도 실시되지 않았으며, 오직 국토부가 제출한 자료만을 놓고 검토가 진행돼 졸속 점검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국토부는 이번에도 민주당과 조사위원회의 문제제기를 반박하면서도 민관합동조사단을 통한 공동조사 요청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없었다.


태그:#4대강, #칠곡보, #이미경, #박창근, #4대강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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