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심상찮다' '부산이 흔들린다' 등 부산 민심 관련 기사가 많다. 그럴 만도 하다. 부산은 지난 90년 '3당 합당' 이후 보수성이 강해졌다. 하지만 올해 야권의 유력한 대선 후보는 모두 부산 출신이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정치적 고향은 부산이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부산에서 태어났다.
이런 탓에 일부 언론은 부산을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s. 경합주)라' 부른다. <부산일보>는 지난 12일자 신문에서 "지난 6일 미국 대선에서 '부동층 주'로 분류되는 오하이오와 플로리다 주 등을 움켜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듯이 한국 대선의 승부도 부산에서 결판 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부산 지역 20대는 이번 대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오마이뉴스>는 17일 오후 2시 부산 서면에서 20대들과 방담을 했다. 형식은 사회자 없는 자유토론이었다.
여기에 참석한 학생들은 "부산 민심이 과거에 비해 달라졌다고 해도 바닥 민심은 여전이 여권이 강세"며 "부산 민심은 뚜껑을 열어 봐야 안다"고 입을 모았다. 또 이들은 "PK 지역에서 박정희 향수가 짙다"는 점에도 동의했다.
이번 방담에서는 대선 후보가 내놓은 20대 관련 정책에 대한 의견이 주로 나왔다. 참석자들은 "대선 후보들이 20대 표심을 잡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일방적인 소통만 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래는 방담 요약이다.
"부산 민심, 세대 간 차이 분명하다"김다솜(23, 이하 다솜) : "다들 어느 후보를 지지하나. 나는 야권 단일후보에게 투표할 생각이다. 박근혜 후보 만큼은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김효정(27, 이하 효정) : "아직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 조금 더 지켜볼 생각이다."
임창현(27, 이하 창현) : "나 역시 지지하는 후보를 정하지 못 했다. 다들 개성이 없고, 공약도 비슷하다."
강신우(26, 이하 신우) : "사실 어떤 후보를 선호하기에 앞서 정치도 균형을 이뤄야 한다. 균형 차원에서 야권을 지지한다. 단일화가 된다는 전제 하에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
민소영(23, 이하 소영) : "나는 현실적으로 더 준비되어 있는 박근혜 후보에게 한 표를 던질 생각이다.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를 잇는 문재인 후보의 대북 정책에 반대한다."
임은희(26, 이하 은희) : "아직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
다솜 : "그렇다면, 우리 부모님 세대는 어떤 것 같나."
신우 : "하루는 친구들과 식당을 가니 아줌마들이 "안철수는 안 된다. 무조건 박근혜 찍어야 한다. 학생은 누굴 찍을 거냐"고 묻더라. 나는 "야권으로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줌마들이 "무조건 박근혜 찍어야 한다"고 했다."
소영 : "(부산에서) 박정희에 대한 향수가 짙은 게 사실이다."
신우 : "최근 하숙집 노부부와 저녁을 먹다가 정치 이야기가 나왔다. 할머니께선 여당을 지지하신다. 내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받는 노령연금 노통(노대통령) 때 만든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래도 "무조건 새누리당"이라고 하더라."
다솜 : "오마이TV에서 하는 대선 올레 부산 편에 참가한 적이 있다. 그때 인터뷰를 보면서 부산 어르신들의 태도에 깜짝 놀랐다. 전부 다 박수를 치며 "박근혜!"를 외치더라. 심지어 어떤 할머니는 '박근혜 핸드폰 고리'까지 달고 계셨다. 얼마 전에 구미시장이 박정희를 두고 "반인반신"이라고 한 걸 보고서 기겁했다. 하지만, 젊은 세대는 확실히 다른 듯하다."
"문재인-안철수, 정책 차이점을 모르겠다"신우 : "20대 취업 문제에 대해서는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후보 견해가 비슷한 것 같다. 나는 문재인 후보의 '블라인드 채용제(취업 지원 서류에 대학이름을 가리는 것)'를 높게 평가한다."
은희 : "박근혜 후보는 'K 무브'라는 정책을 냈다. 청년들의 해외 취업을 확대한다는 정책인데, 이를 실시하면 인재 유출이 염려된다."
소영 : "기업들이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해외 시장을 찾아 나서는 상황이다. 자본이 국경을 왔다 갔다 하는 게 자연스러운 시대다. 우리에게 투자하는 해외 기업도 있을 테니."
소영 : "껍데기보다 알맹이가 인정받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면 블라인드 채용제 도입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효정 : "친구가 A기업 인사팀에 근무 하고 있는데, 그 회사는 대학 (서열) 리스트가 있다더라."
은희 : "면접 볼 때 면접관들이 "블라인드라 학교 안 본다"고 말한다. 하지만 암묵적으로는 학교를 보지 않겠나."
신우 :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철저하게 블라인드 채용제를 실시했다. 이전에는 전부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가 뽑혔는데, 이게 웬 걸. 결과를 보니 지방대 학생들도 엄청 많이 합격했다더라. 학벌이 곧 실력은 아니라는 걸 증명한 사례다."
소영 : "'법대로 하자'라는 사회적 인식만 있다면, 논란의 여지가 있더라도 (블라인드 채용제) 시행할 수 있다. 법대로 안 해서 문제다."
창현 : "문재인의 지역 인재 채용 실시 공약이 좀 그렇다. 지방 대학 졸업생 30% 채용 자체가 역차별이 아닌가. 나머지 70%는 수도권에서 뽑겠다는 건데 역차별의 공고화로 볼 수 있다."
신우 :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정책적 차별점을 찾기 어렵다."
다솜 : "비단 20대 관련 정책만이 아니라 두 사람 공약이 거의 다 비슷하다. 그건 그렇고 등록금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은희 : "학교가 학생이 낸 등록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잘 공개를 하지 않기 때문에 등록금 문제가 자꾸 불거지는 게 아닐까. 등록금 사용 내역의 투명한 공개가 먼저라고 생각한다."
신우 : "국공립대부터 반값등록금을 실시하겠다는 문재인 후보 정책에 동의한다. 사실 반값등록금 이야기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공약이었다. 그런데 안 했다. 많은 사람은 박근혜 후보 (공약이) 가장 현실성 있다는데... (나는) 진정성 없는 정치인이라 생각한다."
"대선 후보들, 과거에 비해 20대와의 소통에 나서는데..."다솜 : "등록금 문제도 복지 문제로 볼 수 있기에 '선별'이냐 '보편'이냐가 논란인 듯하다."
창현 : "등록금 문제에서는 대출금과 빚이 화두다. 한국장학재단이 저금리로 대출한다지만, 그마저도 낼 돈이 없어서 빚에 허덕이는 학생이 많다."
신우 : "맞다. 차라리 모든 대학생들에게 일괄적으로 반값등록금을 주기 전에 정말 어렵고 가난한 학생들에게 전액 장학금과 생활비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
다솜 : "청년 주거 문제도 20대의 주요한 화두중 하나다. 다들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창현 : "대학 기숙사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안 된다. 가격도 비싸다. 학교에서 짓는 게 아니라 외주 업체에서 짓고 그 돈을 임대료로 갚아 나가는 방식이 많기 때문이다."
다솜 : "학교 기숙사는 입학생 유치를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1학년 땐 기숙사 생활을 하기 쉬워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통학 거리나 학점으로 떨어지는 일이 많다. 그래서 학교 주변에 원룸, 고시텔이 점점 늘고 있다."
신우 : "후보별로 따져보면 박근혜 후보가 저가 기숙사 2만4000가구를 포함해 20만 가구의 행복 주택을 짓겠다고 했고, 문재인은 대학생 공공원룸텔 5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한다. 안철수 후보 역시 공공임대주택을 매년 12만호씩 공급해, 공공임대주택 거주 가구 비율을 10%p 높이겠다는 정책을 내놨다."
효정 : "숫자로 보면 박근혜 후보가 제일 많네.(웃음)"
다솜 : "집값이 너무 비싸다. 때로는 월세가 감당이 안 된다. 나는 지금 보증금 1500만 원에 월세 15만 원 집에 산다. 관리비랑 전기세까지 합치면 월 20만 원 넘게 든다. 보증금을 많이 내 그나마 저렴한 편이지만, 그래도 부담이다."
소영 : "부산대도 그렇다. 장전동 언덕에 개인 주택 허물고 전부 원룸 세운다. 공급은 항상 느는 것 같다. 부산은 최소 보증금 500만 원 이상, 월세 30만 원 이상이 기본인 것 같다."
창현 : "서울에 비해 부산은 저렴한 편이다. 서울에서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이면, 5평도 안 되는 원룸 얻는다."
다솜 : "자취방 보증금 낼 목돈이 없어서 고시텔에 들어가는 학생도 많다. 근데 고시텔도 비싸다. 부산에서는 샤워실 있는 고시텔 방은 월 40만 원 정도다. 창문도 없는 방은 22만 원 하더라. 서울은 풀옵션에 50만 원이 넘는다. 창문 없는 방도 38만 원은 하는 것 같다. 공공임대 주택이든 뭐든 좋으니 빨리 해결되면 좋겠다."
은희 : "과거에 비해 요즘은 대선 후보들이 적극적으로 20대와의 소통에 나서는 것 같다."
소영 : "20대 표심이 변수로 작용하니 그런 것 같다. 근데, 대선 후보와의 소통이라는 게 다소 일방향적이다."
다솜 : "개인적으로 안철수 후보의 소통 방식에 마음이 간다. 강연을 통해 질의응답 시간도 많이 갖고 젊은이들의 의견을 많이 들으려 한다."
소영 : "각 정당에 청년 비례대표 등 '청년 정치인'이 있다. 이런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당내에서 목소리를 내 20대 정책을 만들었으면 한다."
효정 : "(각 정당에서) 과거에는 20대 정책을 잘 안 챙겼으니, '이번엔 챙긴다' 정도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 여야 대선후보 토론이 없다니..."다솜 : "보여주기 정도에서 끝나는 것 같다. "
효정 : "요즘은 구청장들도 '메니페스토'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공약을 얼마나 지켰나 따지는데, 대선 후보에게도 필요하다."
은희 : "우선 현실적인 공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예산을 어디서 확보해 어떤 정책에 사용하겠다는 식의 현실 가능성 높은 공약 말이다."
신우 : "좋은 정책을 내도 언론과 국민이 무관심하면 문제다. 국민부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소영 : "그런 의미에서 대선후보 토론이 있어야 한다. 서로 자기 진영의 스피커(대변인)을 통해서 이야기는 많이 하는데, 후보들 간 의견 개진이 없어서 아쉽다."
창현 : "TV 토론은 유권자들이 누가 대통령 적임자인지 판단할 수 있는 좋은 계기다. 지금까지 제대로 된 (여야 대선후보) 토론이 없다는 게 참 아쉽다."
소영 : "서로 토론을 피하는 것 같다. 대선 후보들이 그런식의 일방향식으로 소통하면서, '나는 소통을 하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솜 :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야권 단일화 토론을 하는데, 엄청 기대된다."
창현 : "차라리 끝장 토론을 했으면 좋겠다." (웃음)
덧붙이는 글 | 김다솜 기자는 <오마이뉴스> 3기 대학생 기자단 '오마이 프리덤'에서 활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