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군 지도읍 감정리에 있는 신안중공업에서 근로자가 추락해 후송 4일 만에 사망했으나 회사 측이 이를 은폐하기 급급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실제로 영창중공업 계열 신안중공업은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 채용과 산재 발생으로 사법처리 등 파장이 커질 것을 염려한 나머지 사건이 발생한지 3일이 넘도록 관할 경찰서와 소방서·목포고용노동지청 등에 일체의 신고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다가 이 근로자는 대형병원으로 후송돼 응급 치료를 받다가 지난 22일 오전 3시께 병원에서 사망했다. 그러자 회사 측은 사건 발생 4일 만에 목포경찰서 지도읍파출소에 뒤늦게 신고했고 노동청에도 이날 오전 신고했다.
목포경찰서와 목포고용노동지청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3시께 신안중공업의 하청업체인 T사 소속 태국인 노동자 K씨(38·남)가 선박 블록 구조물 페인팅에 앞서 쇠구슬과 공기를 혼합해 분사하는 장치를 이용 녹을 제거하던 작업 중 노후화 된 직경 10cm 고압 고무파이프가 파손되면서 충격을 가하자 중심을 잃고 약 2.5m 높이의 작업대에서 머리부터 바닥으로 추락해 두개골 골절상을 입고 후송됐으나 결국 사망했다.
사고가 나자 회사 측이 은폐에 급급한 것은 물론 근로자가 추락해 의식이 없는 상태인데도 119에 신고해 인근에 있는 지도읍 소재 목포소방서 지도읍 119안전센터나 '응급의료 전용헬기' 통해 환자를 후송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직원들은 사고현장에서 6km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는 읍내 의원급 S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응급구조사를 동반한 경추 보호 등 초기 응급처치도 소홀했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특히 두개골이 함몰돼 의식마저 없어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를 인근 목포나 광주 소재 대형병원으로 30분에서 1시간 내 이송할 수 있는 응급헬기를 요청하지 않고, 병원을 전전하며 시간을 소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광주 소재 대형병원인 조선대병원으로 이송한 것으로 확인돼 치료 시기를 놓친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마저 들게 했다.
병원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9일 신안중공업에서 오후 3시께 추락 사건이 발생해 두개골 함몰로 뇌출혈 등이 의심되는 응급환자는 지도읍 S병원에서 도착했으나 상태가 위중하다고 판단한 의료진이 30여 km 떨어진 무안군의 M병원으로 오후 4시 12분께 다시 이송했다.
그러나 무안읍 소재 M병원 의료진은 CT 촬영 등 진료 후 두개골 골절로 상태가 위급한 것으로 판단, 도착 1시간이 지난 오후 5시 25분에 광주광역시 소재 조선대학교병원으로 병원 응급차를 이용해 이 외국인근로자 후송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응급의학 전문의와 간호사가 탑승한 '응급의료 전용헬기'가 30분 이내 현장에 도착해 환자를 후송할 수 있는 시스템이 지난해 9월 도입돼 현재 신안 등 도서 낙도지역에서 발생하는 응급환자를 활발히 후송하고 있는데도 이를 이용하지 않았다.
사건이 발생하자 태국대사관은 소속 직원을 광주로 급파해 유족을 위로하고 사태를 수습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락 사망한 태국인 근로자 K씨는 5년 전 한국으로 입국해 이 회사에서 일했다. 현재는 불법체류자 신분에 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씨의 혈육은 태국에 있는 9세 아들이 전부인 것으로 알려져 향후 유족 측과의 보상 문제 등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사건발생 4일 만에 신고가 들어오자 목포경찰서와 목포노동청은 22일 신안중공업 사망사고 현장을 방문 사태를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경찰의 현장 감식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신안중공업 측은 22일 오후 1시 40분께 현장을 방문한 취재진의 출입을 정문서부터 봉쇄했다. 안전관리부서는 전화 통화를 통해 "이번 사건과 관련된 관계자들이 바쁘고, 특별히 할 말도 없다"며 사실상 인터뷰를 거절했다.
신안중공업은 신안군 지도읍 감정리 산558번지 일원에 있으며, 선박 제조·조선소·해상교량·해상플랜트·강 구조물 제작 등을 제작하는 중형조선소다.
한편, 전남 서남권 조선소에서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는데 영암경찰서는 지난 10월 31일 발생한 대불산단 내 원당중공업 바지선 작업장에서 발생한 가스 폭발사고와 관련해 이중 과실이 큰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책임자급 5명을 형사입건했다.
영암경찰서는 원당중공업과 하청업체 관계자 14명을 상대로 도급계약 및 안전관리 준수 여부 등에 대해 수사를 벌인 결과 원당중공업 대표이사 김아무개(52)씨와 원당중공업 상무 이아무개(45)씨, 원당중공업 안전관리차장 김아무개(42)씨, 하청업체 민주ENG 대표 김아무개(41)씨, 민주ENG 팀장 강아무개(50)씨 등 5명을 형사입건했다.
영암 대불산단 가스폭발 사건은 지난 10월 31일 오전 8시 10분께 영암군 삼호읍 대불공단 원당중공업 바지선 작업장에서 발생해 외국인 근로자 등 2명이 사망하고 9명이 중경상을 입은 대형참사다.
이에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는 원당중공업과 노동부 목포지청 앞에서 원청 사업주 구속 등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조선소 등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안전사고에 대해 책임여부를 철저히 규명해 안전책임을 소홀히 하는 사업주 등에 대해서는 엄정한 사법처리가 뒤따라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신안신문과 폭로닷컴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