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파 사고의 끔찍한 기억은 아직도 우리의 가슴 속에 생생하게 살아있다. 원전사고는 일본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큰 충격을 주었다. 원전과 석유 등 화학 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사고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그 날 이후, 태양열과 지열, 풍력, 수력발전과 축분 등을 이용한 바이오 가스를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대체 에너지를 연구개발하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언제까지나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전북 완주군은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지역, 환경, 에너지 문제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14, 15일 '제4회 커뮤니티 비즈니스 한일 포럼'을 개최했다.
한일 포럼은 2009년부터 시작되어 매년 희망제작소와 함께 진행되는 사업으로, 커뮤니티 비즈니스 전반에 관한 한일 양국 간 학문적 교류는 물론 인적 교류를 통해 대내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 포럼은 특히 농민의 실질적인 고민인 '에너지'에 관한 주제로 진행돼 어느 때보다 관심이 뜨거웠다.
포럼 1일차에는 완주군청 신청사 내 문화예술회관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에너지 자립의 대안을 모색하다'라는 주제로 한-일 지역에너지의 동향 및 향후 방향에 대한 논의와 함께 한-일 에너지 자립을 위한 사례 및 종합토론, 질의응답 등의 시간을 가졌다. 2일차에는 완주군지역경제순환센터에서 '지속가능한 농촌, 적정기술로 에너지 자립을 실천한다'는 주제 아래 지역의 자원을 활용한 지역 에너지 만들기, 비전력, 저에너지로 살아가기 적정기술 체험 및 전시가 이뤄졌다.
전시장에서는 에너지에 대한 같은 고민을 가진 각 지역의 사람들이 모여 그들이 직접 고안한 '자전거를 이용한 온풍기', '공기식 태양열 난방 시스템인 햇빛 온풍기', '폐드럼통을 활용한 난로', '친환경 주택인 스트로베일' 등을 선보였다. 그 중에서도 불노리 영농조합이 선보인 적은 양의 잡목으로 열효율을 극대화 시킨 폐드럼통 난로는 주변의 재료로 누구나 쉽게 응용해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참가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불노리 영농조합 김생현 대표는 "농사꾼만 30년이다. 하지만 지역 내 에너지 문제에 관심이 있어서 주변의 재료를 활용해 에너지원으로 쓸 수 없을까 고민했다"면서 "폐드럼통에 LP가스통과 발열제를 채워 넣은 3중 열기통로의 화목난로를 만들게 되었는데, 발열제 대신 돌이나 벽돌을 넣으면 열기가 12시간 동안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스트로베일 주택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 시켰다. '스트로베일'이란 짚과 다발을 의미하는데 쉽게 말해, 가축의 사료로 쓰기 위해 묶어 놓은 짚단이라고 할 수 있다. 추수가 끝난 논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압축 짚단을 벽돌처럼 쌓아서 표면을 미장하는 방식이 바로, 스트로베일 주택을 짓는 방식이다.
전북 완주군 고산면 삼기리 463번지 작은 마을에서 이처럼 국제적인 포럼을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짐작컨대,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 희망제작소의 협조 그리고 임정엽 완주군수의 혁신적인 마인드가 세발자전거처럼 균형을 이루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임정엽 군수는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배워 가면 되는 것"이라면서 "대체 에너지 분야의 앞선 기술을 배움으로써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농촌은 난방비용이 지출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와 희망제작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포럼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호응도 대단했다. 완주군은 '지속가능한 농촌, 에너지 자립은 가능하다'라는 슬로건을 자신 있게 내걸고 있는데 실제로 '에너지 자립 마을'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