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3일 오후 8시 20분. 지금까지의 정치판 이슈 중 가장 강력했던 '안철수'라는 카드가 사라진 시각이다.
박경철 원장과의 인연을 통해 '청춘콘서트'로 전국을 누볐고, 힐링이 필요한 젊은이들의 성원과 입소문을 통해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했었다. 그리고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강력한 후보로 나서는 듯 하였으나, 박원순 후보와의 회동 후 그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함으로써 이름도 크게 알려지지 않고 지지율도 보잘 것 없던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는데 일등공신이 되었다.
그 당시의 추측처럼 혹은 우리 사회의 열망에 의해 그가 대선후보로 나설 것이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예상이었다. 또한 대선후보라는 막중한 책임감에 서울시장 선거 때처럼 양보를 하는 단일화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정치경험이 없이 새로이 임하는 후보답게 그의 정책 마련엔 당연히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었고 정권교체를 강력히 희망하는 사람들에겐 기다림의 여유가 부족했었다. 그런 열망을 모를 리 없는 안 후보 측에서도 대선후보 등록일 이전 단일화를 이루겠다고 공언함으로써 일말의 불안감과 조급함을 잠재우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단일화의 방법이 문제였다. 지지층의 성격이 갈리다 보니 각자에게 유리한 방법을 채택시키고자 시간이 길어졌고 서로간의 입장차도 제대로 좁혀지질 못했다. 하지만 유시민 공동대표가 지적하였듯이 문 후보나 안 후보는 의인이 아니다. 권력의지를 가질 수밖에 없으며 온연히 공평한 방식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본인에게 유리한 방식을 가져가고자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러한 후보들에게 '아름다운 단일화'를 바란 것은 지지자들의 욕심이 아니었을까.
결국 단일화 협상이 순탄치 않게 되면서, 안철수 후보는 고심 끝에 '후보 사퇴' 카드를 꺼내들었다. 어찌보면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 과정이나 결과의 차이는 매우 크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안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에에서 '문 후보로의 단일화이며 문 후보에게 성원을 보내 달라', '백의종군하며 역사의 소명을 잊지 않고 온 몸을 던져 갈 것' 등의 표현을 통해 더이상의 불협화음을 원치 않으며 단일화 후보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할 것임을 선언하였다. 따라서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 지지자들의 표심이 분열되기 보단 안철수 후보도 지지층이 결집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구태정치를 넘어 새로운 정치를 하고자 노력을 하였던 안철수 후보. 분명한 것은 이번 대선은 끝이 아닌 시작이며, 새로운 정권에서 정치경험을 쌓는다면 차기 대선엔 가장 강력한 후보가 될 것이다. 안철수 후보라는 카드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더욱 강력한 카드로 돌아오기 위한 숨고르기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