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 정권교체를 위해서 백의종군을 선언합니다."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의 말이 끝나는 순간, 민주통합당 당사는 탄성에 휩싸였다. 안 후보의 기자회견이 예정된 시각인 23일 오후 8시 20분, 민주당 당직자 등 관계자들은 TV 모니터 앞에서 안 후보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긴장감이 최고조로 달한 순간, 안 후보의 '백의종군' 선언이 나왔다. 당초 안 후보의 '후보 간 담판' 제안을 예상한 캠프는 놀람을 감추지 못하는 듯 했다.
안 후보가 "이제 단일후보는 문재인 후보입니다"라고 말하자, 두 번째 탄성이 터져 나왔다. 캠프 관계자들은 말을 잇지 못한 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몇몇 관계자들은 "아름다운 결단"이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문재인 후보는 오후 8시 40분께 자신의 트위터에 "안 후보님과 안 후보님을 지지하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미안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문 후보는 빠른 시일 내에 안 후보의 결단에 예를 갖추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이날 중으로 안 후보를 찾아가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문 후보의 입장도 따로 밝힐 계획이다.
이낙연 선대위원장은 "안 후보를 지지하는 국민의 심경을 깊은 아픔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정치적 효과를 노리고 먼저가는 건 안 된다"며 "가슴으로 더 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리가 안 될 정도로 충격적 감동이다, 생각한 걸 뛰어 넘는 결심"이라며 "안 후보의 결심은 우리에게 숙제를 줬다"고 덧붙였다.
문 후보 캠프 진성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안철수 후보가 정권교체를 위해 큰 결단을 해줬다, 우리 모두가 안 후보께 큰 빚을 졌다"며 "미안하고 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안철수 후보는 새정치와 정권교체의 국민적 열망을 단지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들어왔다, 우리는 안 후보와 그를 지지한 모든 국민과 함께 힘을 모아서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룩하고 새정치와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겠다"고 말했다. 진 대변인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문 후보 캠프 분위기도 내려앉았다. 안 후보의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속속들이 모인 선대위원장단 등 고위 관계자들은 오후 10시께 모두 캠프를 떠났다. 김부겸 선대위원장은 "말을 아끼자는 입장"이라며 "안 후보의 결단에 감사하지만, 교만한 자세를 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