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7일 충청 공략을 시작으로 22일간의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현 대선 구도는 안철수 전 예비후보의 '단일화 사퇴'로 형성된 새누리당 박근혜·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의 양강 체제다. 안 전 후보의 사퇴 직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가 오차범위 내로 다소 앞서긴 하지만 초접전 양상이다. 결국 승패는 두 후보 중 누가 부동층 및 무당파를 더 많이 흡수하느냐에 달렸다.
급한 것은 박근혜 후보 쪽이다. 박 후보 측은 그동안 단일화 국면에서 보수층 결집에 애썼다. 경제민주화의 '아이콘'인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결별'을 하면서 정책적으로 오른쪽 깜빡이를 넣기 시작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 결과, 1987년 대선 이후 유례없는 '보수대연합' 구도가 완성됐다. 선진통일당과 합당했고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4월 총선 당시 창당했던 보수신당 국민생각도 새누리당에 합류했다. 반면, 새누리당이 4·11 총선을 전후해 추진했던 '외연 확장 전략'은 초라해진 실정이다.
게다가 현재 20% 안팎에 달하는 부동층 및 무당파는 안 전 후보의 사퇴에 기인한 바가 크다. '아름다운 단일화'는 아닐지라도 안 전 후보는 지난 23일 사퇴 당시 "이제 단일후보는 문재인 후보"라며 문 후보에 대한 성원을 부탁했다. 여기에 안 전 후보가 문 후보를 돕기 위해 본격적으로 행보한다면 현재의 부동층 및 무당파 중 상당수가 문 후보 쪽으로 쏠릴 수 있다.
이제 공식 선거운동이 개시된 만큼, 상대적으로 방치됐던 외연 확장 혹은 취약지대 공략을 부활시켜야 할 상황이다. 박 후보 측은 이에 공중전과 육상전으로 나눠 대응 중이다.
[공중전] 안철수 부르는 새누리... "문재인, 새 정치 수용 한계 보여"
안철수 전 후보가 '단일화 사퇴'로 무대에서 내려왔지만 새누리당은 그를 끊임없이 호명하고 있다. 안 전 후보의 사퇴 직후 두 배로 불어난 부동층을 잡기 위한 전략이다. 특히 이번 대선의 부동층은 기존의 정치적 무관심층이 아닌 '새 정치'를 바라는 적극적 유권자라는 특성을 갖는다.
이에 새누리당은 안철수의 새 정치와 박근혜의 정치쇄신이 다르지 않다고 강변하고 있다. 현재의 부동층 중 안 전 후보의 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한 전략이다. 실제로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안 전 후보의 쇄신안을 적극 보완, (새누리당의 정치쇄신공약에) 반영해 새 정치 열망을 이룰 것"이라며 "(안 전 후보 측 쇄신안과 우리의 쇄신안은) 70∼80%가 같은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한 선대위 고위 관계자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문재인 후보가 안 전 후보의 '새 정치' 프레임을 수용 못하고 있다, 한계가 보인다"며 "박 후보가 직접 안 전 후보의 정치개혁 아젠더를 수용하고 발전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직접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저격수들은 연일 문재인 후보를 때리면서 안 전 후보를 보듬고 있다. 안 전 후보의 지지층의 반박근혜 성향은 누그러뜨리고 비문재인 성향은 강화시키기 위한 갈라치기 전략이다. 안 전 후보의 사퇴 책임을 문 후보에게 지우는 한편, 문 후보를 안 전 후보가 손잡기 어려운 구태세력으로 몰아붙이는 양상이다.
정옥임 새누리당 대변인은 27일 문 후보의 '새 정치 위원회 구성' 방침에 대해 "민주통합당과 문재인 후보는 새 정치가 무색하게, 단일화 과정에만 연연하며 안철수 후보를 일방 사퇴하게 만들었다"며 "'영혼은 팔지 않았다'는 안철수 전 후보의 영혼마저도 빼앗으려는 '악마'의 모습, 그것만큼은 보여주지 않기를 바란다"고 비판했다.
이상일 대변인도 같은 날 논평에서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 후보에 대해 불통의 리더십이라고 공격했다"며 "안철수 전 후보와 소통을 다운 소통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아름다운 단일화'에 실패한 그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남에 대해 '불통'이라고 공격하는 것은 참 볼썽 사나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또 "(문 후보는) 그동안 (단일화) 협상과정에서 보여주었던 더티 플레이와 위선에 대해 진솔하게 사과부터 해야 할 것"이라며 "상대의 아픈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언행을 구사하고 있으니 참으로 신사답지 못하다"고 공격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공중전이 결과적으로 반작용만 낳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지금의 부동층은 안철수의 돌격 명령에 따를 수 있는 예비군이나 다름 아니다"며 "캠프에서 문재인-안철수 사이의 틈을 벌리려는 어설픈 공세를 하고 있는데 그건 오히려 안철수를 궁지에 몰아넣는 일"이라고 짚었다.
그는 "만약 이 구도에서 민주당이 정권교체에 실패하면 안철수가 야권의 대표주자가 쉽게 될 수 있겠나, 오히려 정권교체 실패의 주역으로 내몰릴 것"이라며 "안철수가 공을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 괜한 덤터기를 뒤집어쓰리라 보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또 "지금 우리 상대는 문재인이다, 문재인이 천안함·NLL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도대체 미래비전이 무엇인지를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육상전] 재래시장 행보로 강점 극대화... "생활정책 결합해야 시너지 효과"
공중전이 '문-안 갈라치기'라면 육상전은 박근혜 후보의 장기인 '폭풍유세'로 정의된다. 특히 열성 지지자가 많은 박 후보의 특성상 '세 몰이'가 가능하다. 또 박 후보가 지난 15년간 구축한 '원칙과 신뢰' 이미지가 지역별 공약과 결합할 때 큰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대선유세의 기본 컨셉트를 '준비된 여성대통령의 23일간의 세상을 바꾸는 약속 투어'로 정했다. 김학송 유세지원단장은 "어느 한 지역도 소외되는 곳이 없는 그물망 대통합 유세와 국민생활과 지역현안을 책임지는 국민행복 약속 유세를 진행할 것"이라며 "하루에 10여 차례씩 유세가 잡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중장년층이 대거 밀집한 지역 재래시장은 박 후보가 즐겨 찾는 코스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7일에도 박 후보의 재래시장 행보는 전체 유세의 절반에 달했다. 호의적인 반응이 쉽게 나오고 여론전파 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박 후보의 유세 현장을 주로 수행해온 조윤선 대변인은 박 후보의 재래시장 행보에 대해 "정말 밑바닥을 훑는 정치다, (박 후보가) 당을 2번이나 구한 게 공중전이 아닌 여기서 나온 것"이라고 높게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당내에선 박 후보 특유의 폭풍유세에 소소한 민생정책들이 결합돼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박 후보가 취약한 20·30·40대와 중도층을 돌려세우기 위해서다.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지역 유세를 다녀보면 세대별 반응이 확연히 다르다, 50·60대는 꼭 되야 한다는 분위기고 20·30대는 좀 썰렁하고 40대는 정말 반반으로 나뉜 것 같다"며 "40대 화이트칼라를 위한 정책들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30·40대가 캐스팅보트가 된 셈인데 이들은 고용불안을 겪는 화이트칼라이거나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비정규직 혹은 자영업자"라며 "근로시간 단축이나 정년 연장 등 40대가 가장 핵심적으로 원하는 정책들은 이미 '늘지오(좋은 일자리 늘리고 있는 일자리 지키고 삶의 질 올리기)' 정책으로 마련된 상황인만큼 이를 부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남경필 선대위 부위원장도 "26일 단독 방송토론에서 얘기한 가계부채대책 같은 것은 상당히 좋았다, 현장에서 유세를 해보면 즉각 반응이 오는 것들이 있다"면서 "큰 담론이 아닌 유권자들을 잘게 잘라 내놓은 정책들, '스몰딜'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또 "박 후보는 '약속을 지킨다'는 이미지가 굉장히 강하다"며 "실제 유권자들의 '니즈(요구)'에 맞는 정책을 밝히고 그걸 지키겠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