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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레스타인 대표단이 유엔 표결 결과가 발표되자 환호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대표단이 유엔 표결 결과가 발표되자 환호하고 있다. ⓒ CNN

팔레스타인이 유엔의 '비회원 옵서버 국가' 지위를 얻었다.

유엔 총회는 30일(한국시각) 팔레스타인의 지위를 '옵서버 단체(entity)'에서 '옵서버 국가(state)'로 격상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총 193개 회원국 가운데 138개국이 찬성하는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시켰다. 반대와 기권은 각 9표, 41표에 그쳤다.

결의안을 제출한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은 표결에 앞서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싶다"며 "팔레스타인의 출생증명서를 발급해 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표결 결과가 발표되고 지위 승격이 확정되자 팔레스타인 대표단은 서로 껴안으며 기뻐했고, 광장에 모여 대형 화면을 통해 표결 과정을 숨죽여 지켜보던 팔레스타인 시민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행진을 벌였다.

반면 씁쓸한 웃음을 지은 론 프로서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결의안이 너무 일방적이어서(so one-sided) 오히려 평화 협상을 후퇴시킬 것"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팔레스타인, 65년 만에 얻은 '출생 신고서'

유엔 총회는 지난 1947년 영국이 위임 통치하던 팔레스타인 지역을 유대인 국가와 아랍 국가로 분리하자고 제안했고, 아랍권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를 통과시켰다.

1948년 이스라엘이 국가 수립을 선언하면서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됐고, 이스라엘은 수차례 무력 충돌을 통해 유엔 총회에서 결정된 것보다 더 넓은 지역을 차지하며 팔레스타인을 압박했다.

팔레스타인 역시 1974년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를 통해 유엔의 '비회원 옵서버 단체' 자격을 얻었고, 팔레스타인 독립을 선언하며 이스라엘과 끊임없는 마찰을 빚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2006년 총선에서 승리하며 가자 지구를 통치하기 시작했고,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의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을 보류해달라는 팔레스타인의 요청을 거부하며 협상도 교착 상태에 빠졌다.

최근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서 공습을 벌여 수많은 민간인이 죽거나 다치면서 우호적인 국제 여론이 형성되자 팔레스타인은 유엔 총회를 통해 지위 승격을 신청해 통과시켰다.

이스라엘·미국 강력 반발... 후폭풍 우려

이로써 팔레스타인은 유엔 정회원국은 아니지만 기존의 옵서버 단체보다 지위가 한 단계 높은 '비회원 옵서버 국가(non-member state)'로 승격됐다. 또 다른 비회원 국가로는 바티칸이 있다.

비회원 국가 지위를 얻게 되면 유엔 산하 기구와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원국으로 가입할 수 있다. 이럴 경우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을 ICC에 제소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유엔의 정회원국이 되는 길은 훨씬 험난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15개 이사국 가운데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최소 9개국 이상이 승인해야 한다.

이미 팔레스타인은 지난해 9월 정회원국 승격을 신청했지만 상임이사국 미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팔레스타인의 비회원 국가 승격에도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상원은 "팔레스타인이 비회원 국가 지위를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데 이용할 경우 즉각 재정 지원을 중단하고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워싱턴 사무실을 폐쇄할 것"이라며 이같은 법안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성명을 통해 "유엔의 결정은 근본적으로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며 "오히려 팔레스타인의 국가 수립을 더욱 멀어지게 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이스라엘#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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