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 4일 오전 8시 10분]
"아 즈거 머야? 어마~ 부끄어버라."웃으며 지나가던 시민의 한마디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카메라 앞에서 인터뷰하는 다른 시민을 보고 웃으며 지나간 것이었다. 사투리를 들으니 생전 처음 와보는 대구라는 게 실감이 났다. 바로 앞에서는 오마이TV '대선올레!-문재인 후보 대구 유세현장' 생방송이 촬영 중이었다.
어제(30일)부터 나는 오마이TV '대선올레!' 촬영준비를 돕고, 엄지뉴스에 촬영현장을 올리는 일을 맡았다. 이날 일정은 2시에 부산 부전시장에서 박근혜 후보 유세현장을 중계하고, 5시에 대구 대구백화점 앞에서 문재인 후보 유세현장을 중계하는 것이었다.
유세 현장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 사람이 많았다. 사람이 많은 장소를 일부러 고른 것이기도 했고, 후보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기도 했다. 후보 보자고 모인 것이다 보니 후보가 등장하면 인간파도가 생겼다. 후보를 향해 물결치듯 사람이 몰리는 것이다. 문재인 후보 대구 유세현장에서는 이 인간파도에 휩쓸려 미아가 될 뻔했다. 방송 인터뷰를 할 시민을 섭외해 카메라 앞으로 이동하다 사람들 사이에 대책없이 갇혀버린 것이었다. 어렵사리 섭외한 시민까지 사라져 더 당황스러웠다.
신기한 것은 유세장에서 인터뷰를 요청할 때의 반응이다. 부산 부전시장에서는 인터뷰가 술술 풀렸다. 카메라를 들이대며 바로 질문을 해도 인상을 찌푸리거나 등을 돌리는 사람들이 적었다. 말을 술술 잘하진 않아도 할 말이 많아 보였다. "당연히 봐야지", "당연히 응원해야지"라 말하는 듯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게 인터뷰한 시민들은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인터뷰하면 대개 "그냥", "모든 면을 봤을 때", "믿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대구 대구백화점 앞에서는 인터뷰할 시민을 찾아 헤매야 했다. 사람이 없어서는 아니었다. 오히려 유세현장에 있는 사람은 문재인 캠프 측에서 기대한 것보다 많은 편이었다.한 시민은 인터뷰 촬영을 지켜보며 "하고 싶은 말을 많은데 얼굴이 나오면 안돼. 목소리만 들어도 알만한 사람은 낸지 다 알텐데…"라 말했다. 인터뷰에 응해주는 경우에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은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만들 것 같다", "정직하게 살아도 그만큼 대접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사람 구성에 따라 달라지는 유세장 분위기
유세장에 온 시민들도 후보에 따라 미묘하게 달랐다. 박근혜 후보의 유세장에 모인 사람들은 대개 50대 이상의 장년층이었다. 50대 초반인 우리 부모님보다 다들 나이가 많아 보였다. 그러다보니 나를 박 후보 지지자로 착각한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저 서울에서 온 기잔데요. 인터뷰 좀…"까지 말하면 "아 저도 촬영 도우러 온 거예요"하며 어색하게 웃어야 했다. 지지자층 나이대가 높다보니 박 후보 측 선거운동원은 20대가 많아 보였다. 대학생들에게 유행인 야구잠바를 빨간색으로 제작해 입고 있어 더 어려 보였다.
반면 문재인 후보의 유세장에는 50대 이하 중년층이나 청년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백화점 앞에서 진행하다 보니 투표권 없는 10대들도 관심있게 유세장을 지켰다.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온 경우도 많았다. 아이를 안고, 아이와 함께 유세장을 지키는 사람들이 많았다. 문 후보 측 선거운동원들은 무대 위에서 노래에 맞춰 율동을 하는 사람은 20대가 중심이었지만 30~40대 여성들도 많이 보였다.
사람 구성에 따라 유세장 분위기도 달라졌다. 부산 유세장은 박수나 '와아', '오~'하는 환성이 주를 이뤘다. 시끌시끌하긴 했지만 사람에 비해 박근혜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는 소리는 작았다. 또 빨간 목도리나 패딩, 빨간 봉지처럼 빨간색으로 지지를 표하거나, 태극기를 들고 흔드는 사람이 많았다.
대구 유세장에서는 태극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노란색'으로 지지를 표하는 것보다 연설 중간중간 "문재인! 대통령!"이라 외치는 사람이 많았다. "맞습니까?"하고 물으면 "네~"하고 답했다. 휴대폰으로 현장 분위기를 담는 사람도 많았다.
사람에 둘러싸여 2시부터 7시까지 생중계를 지켜보다보니 진이 빠졌다. 카메라를 든 것도 아니고, 방송을 진행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쫓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체력이 달리는 촬영이었다. 이런 강행군 속에도 '별사탕'은 있었다. 생방송 중간에 만난 시민독자, 촬영현장을 보고 트윗을 날려준 시청자, 전세계에서 현장을 지켜보는 시청자. 이들이 있기에 대선이 끝나는 그날까지, 오마이TV '대선올레!'는 계속된다. 쭈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