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만에 망가진 내성천 거의 일년 만에 찾은 내성천은 참 많이 변해 있었다. 작년 가을까지만 해도 영주댐 공사 현장만 피하면 그래도 온전한 내성천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성천 중류 대부분이 공사판이다.
중앙선 철도이설 공사로 산에 터널이 뚫리고, 고가철길이 놓이는 등 말 그대로 공사판의 모습이었다.
낙동강에서 워낙 이런 모습을 많이 봐 왔던 터라, 내성천에서마저 이런 모습을 본다는 게 괴롭다. 낙동강에서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서 내성천을 찾곤 했는데 요즘은 낙동강에서보다 더한 아픔을 느낀다.
공사장이 된 중류를 좀 지나니 아름다운 내성천 상류가 나온다. 하류는 비록 모래가 많이 줄어 육화현상(모래 위에 다시 모래가 덮이지 않아, 풀마저 자라나 습지화가 진행되는 것)이 더러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름답고 평화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내성천을 처음으로 느꼈던 그날지난 10월 7일은 모래의 강 내성천을 처음으로 온전히 느껴본 날이었다. 그동안 구간 구간을 차로만 몇 차례 다녔지 내 두 발로 걸으며 체험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야말로 온몸으로 내성천을 체득한 것이다. 그렇게 내성천 모래강걷기 기행팀과 함께 두어 시간 걸었다.
전형적인 가을 날씨를 보인 그날, 하늘은 높고 푸르고, 바람은 선선했으며 공기는 맑았다. 신발을 벗자 발 아래로부터 모래의 감촉이 온 몸을타고 전해졌다. 협곡은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아이들은 모래강 위에 삼삼오오 모여 고기를 잡네, 다슬기를 잡네 하며 뛰어다닌다. 한 폭의 그림이며 평화 그 자체였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그 모든 상황이 너무 아름다웠다. '이것이 우리 강의 참 모습이구나. 이것이 예전 우리가 놀던, 유년의 추억이 가득한, 그 강의 모습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렇다. 강의 온전한 아름다움과 그로 인한 치유와 평화, 아니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힘을 내성천은 지니고 있었다. 우리가 반드시 보존해서 대대손손 물려줘야 할 귀한 유산이다. 이런 위대한 자연유산을 수몰시켜서는 안 된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그 자리에서 내성천을 국립공원으로 만들자는 결의가 모아졌다. 함께한 모래강걷기 기행팀과 함께 말이다. 이곳만은 지켜서 우리강의 참 모습을 아이들에게,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줘야 한다는 마음을 공명한 것이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 내성천 국립공원 청원운동이다.
내성천을 국립공원으로!우선 청원 서명을 위해 다음 아고라에 청원 글을 올리고, 메일 등으로 그 소식을 전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의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독려도 하고 있다.
1백만 명을 목표로 잡고 10월 23일부터 시작된 이 청원운동(바로 가기 ☞
내성천의 이 눈부신 가을을 정녕 수몰시키시렵니까?)은 현재 1000명 남짓(12월 3일 기준)의 서명을 받았다. 앞으로 99만9000명이 더 남았다. 아직 갈 길이 너무 멀다. 그러나 우리는 그 100만을 반드시 모아야 한다. 내성천 국립공원화를 외친 그 100만의 서명을 대선 후보에게 전달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내성천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이 아직 많다. 아니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올레길 걷기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내성천 모래강 걷기 체험을 통해 내성천의 가치를 느껴보길 권한다. 내성천의 온전한 아름다움을 희망하는 그대, 이 산하의 눈부신 아름다움을 기억하는 그대에게.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월간 <함께사는길> 12월호에도 함께 게재됩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쓴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오마이뉴스 독자 시민기자 여러분, 내성천 국립공원 청원운동에 적극 동참해주십시오. 100만이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