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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대 검찰총장이 11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사퇴를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한상대 검찰총장이 11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사퇴를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조재현

"칼로 흥한 자는 칼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이명박 정권 아래서 정치 검찰이 '정권의 앞잡이'로 칼을 휘둘러온 여러 악행들, 특히 '스폰서 검사', '벤츠 검사' 등에 이어 최근 '뇌물 검사' '성추행 검사' 등 온갖 추악한 모습에다, 한상대 검찰총장-최재경 중수부장 사이의 아귀다툼 같은 권력투쟁을 보면서 "검찰로 흥한 자, 검찰로 망한다"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치명적 시점에 터진 검찰 개혁 문제

그 추악한 모습이 시궁창 같다. 조직을 곪을 대로 곪게 만든 병균이 워낙 넓게 번져 있어 도려내야 할 환부조차 찾기 어려울 정도다. 특정 지역, 특정 출신교 중심의 인사 편중, 견제 없는 권력기관의 권력 남용과 부패, 수사권·공소권의 독점 같은 제도적 문제점 등 검찰의 모순이 이 정권 들어 아주 깊고 폭넓게 누적되어 왔다.

편중 인사의 예로, 법무부와 검찰의 핵심에 자리잡은 TK(대구-경북)와 고려대 출신 인사들의 독과점 체제를 보면 무슨 부족의 조직 같다. TK 인사편중 예만 한번 보자.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세 명의 법무장관이 있었는데, 초대 김경한 장관(경북 안동), 지금의 권재진 장관(경북 대구) 모두 TK 출신이다. 나의 배임죄 사건의 실무 책임자(당시 서울중앙지검 차장 검사)이자 지금 서울중앙지검장인 최교일 검사도 경북 영주 출신이고, 그의 선임자였던 노환균 지검장도 경북 상주 출신이다.

이러한 인사 편중과 그 혜택을 받아온 인물들 중심으로 진행되어 온 가혹한 정치 보복 수사와 철저한 보은 인사, 수사권·공소권의 독점 등으로 인한 구조적 문제 등 검찰의 모순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치명적 시점에 그 모순은 터지고 말았다. 바로 대선을 앞둔 시점이다.

오죽했으면 제 편인 검찰의 마음을 거스르지 않으려고 갖은 노력을 해온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조차 부랴부랴 나서서, 선거를 불과 2주일 정도 앞두고 그동안의 입장을 뒤집고 '검찰 개혁'을 주장하고 나섰겠는가. 그러한 태도의 표변은 그만큼 이 사안의 폭발성과 중대성이 엄중함을 반증해준다. 검찰에 의해 인간의 기본 권리가 짓밟힌 사람들이 어디 한둘뿐이겠는가.

나는 개인적으로 새누리당의 뿌리인 공화당과 한나라당 시절에 긴급조치 9호 위반(1978년 공화당 시절)과 배임죄(2008년 한나라당 시절)로 정치 검찰의 그 혹독함을 겪어보았다. 정치 검찰들은 박정희 시절에도 잘 살았고, 그리고 지금도 승승장구 잘 살고 있다.

이런 일들은 이명박 정권의 가치와 체제, 권력구조를 고스란히 승계하는 박근혜 정권이 성립되면 수구언론과 함께 고스란히 이어지게 되어 있다. 한 뿌리이고, 가치와 지향성에서 일란성 쌍둥이이고, 이익을 나누어 갖는 측면에서 동지적이기 때문이다.

노무현·한명숙·피디수첩·미네르바... 정치검찰의 '맹활약'

 2011년 10월 3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불법정치자금 9억여원 수수 혐의'에 대한 1심 선고에서 무죄를 받은 한명숙 전 총리가 법원을 떠나기전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2011년 10월 3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불법정치자금 9억여원 수수 혐의'에 대한 1심 선고에서 무죄를 받은 한명숙 전 총리가 법원을 떠나기전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 권우성

지난 5년 가까운 세월을 한번 둘러보자. 이 정권 들어 정치 검찰이 어떤 짓들을 해왔는지 그 목록을 펼치자면 끝이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표적수사, 피디수첩, 미네르바, 나의 배임 사건, 전교조 시국선언 및 교사 징계를 거부한 김상곤 경기교육감에 대한 직무유기 수사, 그리고 촛불 집회 참가자 처벌 등 정권수호를 위한 정치검찰의 활약은 맹렬했다. 정치적 반대자에 대해서는 그렇게도 혹독한 정치 검찰은 그러나 정권 핵심 또는 동조자에게는 너그럽기 그지없고, 자비롭기까지 했다.

시간이 흘러도 달라지지 않았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지난 10월 중순 발표한 '이명박 정부 4년 검찰 보고서'의 서문에는 이런 글이 담겨 있다.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의 검찰은 법과 정의를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정면에서 부정해왔다. 현 정부는 검찰을 집권의 수단으로 되돌려 검찰을 시민사회와 시민들을 통제하는 장치로 변질시켜버리고 말았다. (줄임)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과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형사사법의 족쇄로 옭아매었다. 정치적 반대세력에 대하여는 무리한 수사와 기소로 그 활동반경을 최대한 위축시키는 한편, 정치과정을 집권세력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변형, 왜곡시키는 정치검찰의 폐해까지도 서슴지 아니하였다.

반면, 집권세력이나 재벌 등 권력을 가진 자들의 부정과 부패에 대하여는 수사회피, 봐주기 수사 혹은 무한한 관용으로 그들의 징벌과 정의의 확립에는 더 없이 무능하고도 비열한 행태를 보여왔다. 여기에 검찰조직마저 '위장전입' 등 비리의 혐의를 가진 검사가 법무부와 검찰의 수장이 되고 연이은 스폰서 사건이 터지면서 내부적인 자정능력까지 상실해버린 검찰은 내·외적으로 법과 정의의 집행자가 아니라 권력과 비리·부정의 통로이자 그의 은폐·엄폐자로 자리매김되었다. 참여정부에 이르기까지 수차의 사법개혁을 통해 시민사회가 어렵게 이루어놓은 검찰개혁의 성과들을 일거에 무너뜨린 것도 모자라 스스로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에 종속되어 법과 정의를 오염시키는 반(反)법치의 첨병이 되어버린 것이다.

법과 정의를 오염시킨 반(反)법치의 주범

보고서는 이어 구체적으로 지난 1년간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몇 가지 사례들을 보여주었다.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한 고공농성과 희망버스 등의 사건에 대하여는 무리한 수사와 법적용으로 일관했던 반면, 내곡동 대통령사저부지 불법매입의혹, 불법사찰 관련 보복형 수사 등 정치권력의 불법·비리에 대해서 철저하게 부실수사, 꼬리 자르기 수사, 변죽수사 등의 방법으로 면죄부를 발부하기에 급급했다.

그리고 SK그룹을 비롯한 재벌범죄나 권력형 부정의 의혹이 있는 저축은행사건 등에 대해서도 봐주기 수사, 늑장수사, 축소수사의 혐의를 벗어나지 못하였다고 정치 검찰의 행태를 비판했다. 이런 추악한 정치 검찰에다 스폰서 검사, 벤츠 검사 등의 오명에 이어 최근 수억 원의 뇌물을 삼킨 '부패 검사', 피의자와 성관계를 맺은 '파렴치 검사'에 이르기까지 검찰 조직은 말 그대로 만신창이 정도가 아니라 시궁창처럼 되어버린 모습이다.

그런데 그걸로 끝이 아니다. 한상대 검찰총장과 최재경 중수부장 사이의 권력 다툼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이야기들을 보면, 이런 수준의 조직과 인물들이 공소건과 수사권을 독점하면서 우리들의 삶을 지배하고 인권을 침탈해왔는가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은 유진그룹 등으로부터 10여억 원이 넘은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수사를 받고 있던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에게 이런 '언론 대응 도움말'을 주었단다.

"'법에 어긋나는 일을 한 적이 없다, 사실과 다른 이야기다' 이렇게 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지 마세요."
"강하게 대처, 위축되지 말고."

 대검찰청 최재경 중수부장이 10월 1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대검찰청 최재경 중수부장이 10월 1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BBK 수사 뒤 출세가도를 달려왔다는 최재경 중수부장의 조언은 '무조건 오리발을 내밀라'는 것이었다. 그런가 하면 한상대 검찰총장은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그동안 어떻게 구체적으로 정치사건에 개입했는지가 다시 조명을 받게 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사건 수사 때는 핵심 피고발인인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에 대해 소환 조사 한 번 하지 않고 서면조사로 끝낸 뒤 관련자 전원을 무혐의 처리한 수사 과정의 주요 국면마다 그는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테니스 친구로 알려진 SK그룹 최태원 회장에게 수사를 맡아온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7년을 구형하려 했으나 그가 개입하여 4년으로 경감시켰다는 내용도 언론보도를 통해 폭로되었다.

12월 19일 투표 통해 '시궁창 검찰' 심판하자

시궁창 같은 검찰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어떻게 우리 사회의 정의를 세우고, 권력 남용으로 인한 인권 침해를 막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위한 토양을 만들 수 있을까.

세상이 그렇게 바뀌어야 된다고 믿는다면, 지금의 권력 구조와 세력이 그냥 연장되고, 승계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검찰, 새로운 세상으로 바뀌어야 된다고 믿는다면, 12월 19일 투표장으로 달려가 당신들의 뜻을 보여주면 된다. 아주 간단하고 쉽게, 검찰을 근본적으로 뜯어 고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정연주#정치 검찰#한상대#최재경#최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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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동아일보 기자, 한겨레 워싱턴 특파원, 논설주간, kbs 사장. 기록으로 역사에 증언하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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