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인 우리 부부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 일찍부터 어린이집 그리고 유치원을 보냈습니다. 초등학교1학년부터 받아쓰기 시험을 본다는 사실을 알고 유치원에서 한글을 가르치겠지만, 우리 부부도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여 동화책도 많이 읽어주고, 벽에는 가나다라… 학습판에도 붙여놓고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하지만 유치원7세반인데도 한글을 가르치지 않자 불안한 마음이 들어 물어봤습니다. "선생님 한글은 언제 가르치나요?" 하니까 되돌아온 답변은 한글은 유치원에서 가르치지 않으니 집에서 가르치시던지 학습지 하나 하시라는 답변이 왔습니다. 물론 100% 모든 유치원이 이런다는 건 아니지만 90% 이상일 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제 주위에 학부모들이 다 같은 말을 하니까요.
영어는 비용을 내면 가르치는 유치원이 많습니다. 유치원명도 영어유치원. 그럼 한글유치원도 따로 있어야 하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초부터 받아쓰기 시험을 보는데 쉽지 않은 문제들이 나옵니다. 마침표, 쉼표 없으면 틀립니다. 저도 100점 맞기 어려울거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우리 아이는 가끔 50점을 받아왔습니다. 그러자 담임선생님 입에서 부진아 이야기가 나오고, 우리 부부는 좀 더 강도가 강한 학습지로 옮겨 타면서 '이게 맞는 건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쉼표는 어떨 때 써야 하는지 생각나세요? 물론 문법에 맞게 한글을 구사하는 능력은 중요하지만, 초등교육이 교육기관이 아닌 평가기관이 되고 학부모의 불안감때문에 각종 교육상품을 구매해야 하는 공포마케팅의 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나이가 40대 초반이고 금융기관에서 일을 합니다. 얼마 전에 우리 직원 한 분이 어떤수에 16승을 하면 0.8512가 나오는데 그 어떤수가 뭔지 엑셀같은 프로그램으로 어떻게 계산하는지 물었습니다. 좋은 대학교육까지 받으신 분이 어떻게 이런 문제를 모르지라는 생각도 했지만, 이게 우리나라 현실입니다.
제가 얼마 전에 직원들한테 새로나온 상품의 년복리 이자계산에 사용할려고 등비수열에 원리합계 내는 공식이 생각 안 나서 증명해서 공식을 도출하니까, 대단하다고 칭찬하는 것을 보면, 우리의 삶과 우리의 학문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비행기를 발명한 라이트형제가 연구소의 과학자가 아니라 자전거포 기술자였다는 사실 시민혁명이 바꾸어놓은 인류사등은 인류의 역사는 NGO의 역사라고 말하시는 도올 김용옥 선생님의 말씀처럼 너무도 와닿습니다.
지금 첫 애가 3학년 둘째가 1학년인 저한테는 대안학교를 고민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천천히 배우더라도 제대로 몸으로 배우는 교육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미래 우리의 분신 그리고 내 자신인 아이들이 편하고, 자유롭고, 행복하고, 두려움없는 공교육을 받게 되는 날이 빨리오기를 기원합니다.
덧붙이는 글 | 위문제의 답은 x^16 = 0.8512에서x=0.8512^(1/16) 입니다. 다들 생각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