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내리기 싫다?""누가 뭐래, 더 있어.""그러다 우리 기차 놓친다. 차도 마시자면서. 얼른 내려와.""아니야 이번 기차 놓치면 다음 기차 타면 되지."요람을 탄 친구들이 늑장을 부린다. 여행 3일째 되는 날, 제주자연돌문화공원을 나와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 있는 에코랜드를 찾았다.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한 이곳은 들어갈 때부터 아지자기한 분위기. 꼬마기차를 보자 왠지 모를 들뜬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마치 동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도 들었다. 친구들도 마찬가지 기분이 들었나 보다. 꼬마기차를 타고 정거장에 내려 그곳을 구경한 다음, 다시 기차를 타고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 그 정거장 주변을 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조금 기다리자 기차가 왔다. 우린 서로 먼저 타려고 몸을 재빠르게 놀렸다. 기차에 타자마자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왕이면 얼굴 좀 작게 나오는 각도로 찍어봐", "아니 다시 다시 웃을 때 찍어" 하며 깔깔거리며 마냥 즐거워 했다. 한동안 그러고 있는데 옆에 한 남성이 "아이고 이 아주머니들 너무 떠든다" 하는 것이 아닌가.
"어머 죄송합니다. 얘들아 우리 이러다 쫓겨날라. 조용히 하자."우린 그제야 우리만 생각하고 마냥 떠든 것이 미안했다. 모두 조용히 하라고 "쉬~"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또 다시 우린 입을 막으면서 까지 웃음 삼매경에 빠지고 말았다. 그 남성분도 포기했는지, 아님 내릴 곳이 얼마 안 남아서인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12명의 아줌마들이 모였으니 오죽하랴. 모처럼의 여행이고 그날 그날 주어진 프로그램을 아낌없이 즐기고 싶은 마음뿐이었으니.
첫 번째 정거장에서 내렸다. 그곳에 잠시 머물렀다. 흐르는 강물 속에 외롭게 홀로 피어 있는 하얀 꽃 한송이, 바람개비를 쫓아 산책을 하였다.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이곳저곳에서 사진들 찍느라 바쁘다.
난 이번에 사진에 주력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여 작은 카메라를 가지고 왔다. 사진을 찍다보면 주변의 풍광과 가이드의 설명을 놓칠 때가 많았던지라 이번에는 좀 더 여행에 충실할 생각이었다. 그때 그때 필요한 부분만 찍기로 했던 것이다. 하니 마음에 여유가 생기는 듯했다. 도착하는 기차 시간에 맞추어 다시 기차를 타고 다음 정거장에서 내렸다.
곶자왈 숲이 있는 정거장이었다. 신비의 숲이라고 하는 그곳을 거닐었다. 조용히 거니니 들리듯 말듯 바람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금새 새가 날아올 것만 같은 숲길이었다. 맑은공기가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해준다. 30분 이상 걸으니 '에코로드 무인카페'가 나왔다. 카페앞에는 흔들흔들 요람이 있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친구들은 그곳에 몸을 맡겼다.
정말 편한지 그곳에서 쉽사리 나오지 않는다. 나도 그곳에 몸을 맡겨보니 진짜 나오기 싫었다. 기차 놓치겠다고 했지만 누구 한 명 서두르지 않았다. 요람에서 나와 무인찻집에서 각자 취향대로 차도 한 잔씩 마시고 다시 느긋하게 정거장으로 향했다.
아직 정거장에 도착하지 않았는데 저만치에서 꼬마기차가 들어오는 것이 보인다.
"뛰자, 이러다 놓치겠다.""천천히 가자. 다음 차 타면 되지."모두가 그말에 동의. 다시 천천히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