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서재> 기획팀은 시민단체나 정당의 소속이 아닌 일반 청년 및 대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난 9월, '우리가 직접 새로운 정치문화, 건강한 정치문화의 탄생을 기원하는 긍정의 힘을 가진 캠페인을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 하나로 시작하였습니다. 현재, 뜻에 공감하여주신 여러 기업과 단체들(알라딘, 아름다운가게, 느티나무도서관재단, 서울프린지네트워크, 상상네트워크자리, 유니버드, 커뮤니케이션북스, 성공가이드GET, 씽크카페, OO은대학연구소)에서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국민의 서재>는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책을 모아 청와대 국민의 도서관 건립을 추진하는 캠페인입니다. 추천하는 책에 그 이유, 대통령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적어 국민의 서재로 전달해 주세요. 자세한 참여방법과 국민들이 보내주신 책과 메시지는 국민의 서재 홈페이지(www.peoplebooks.kr)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생각과 철학이 담긴 '책'을 매개로 국민과 정치권이 양방향으로 소통하는 건강한 정치문화를 만들어갑니다. - 기자 말"내년에는 도시농업학교를 하려고 해요. 이제 퇴비 만들기부터 시작해야죠. 도시농업을 하기 좋은 장소로 도서관 만한 곳이 없는 것 같아요. 다양한 연령에 사람들이 모이기 쉽고, 수업할 공간도 있고, 관련된 자료도 많고요."11월의 마지막 월요일, 광진정보도서관 오지은 관장이 '도서관 친구들'에게 얼마 남지 않은 2013년의 도서관 사업 계획을 전달하고 있었다. 도서관의 내년 사업을 구상하게 된 계기부터 준비하기에 어려운 점, 세부적인 추진 방법까지, 사서도 관리자도 아닌 사람들에게 도서관 살림을 모두 이야기하는 것이 익숙한 모습은 아닐 터. 이름 그대로 도서관과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의 모임, '도서관 친구들'의 여희숙 대표를 국민의 서재가 만났다.
"'도서관 친구들'은 일반 이용자들의 모임이에요. 이용자가 그냥 이용만 하면 되지, 뭐 도울 것까지 있겠냐 생각하실 수도 있겠는데, 우리나라 공공도서관 현황이 그렇게 썩 좋은 편이 아니에요.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단계라고 생각해서, 도서관에 힘이 되어보자는 뜻에서 시작하게 됐어요. 자꾸 하다보니까 더 많은 일들을 하게 되고 참여하는 사람들도 늘어난 거죠. 또 그 만큼 일도 많이 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이어졌어요."
여 대표는 초등학교 교사로 22년을 지내다 광진구에 이사와, 책을 읽기 위해 광진정보도서관을자주 들르는 주민 중 한 사람이었다. 도서관 활동을 눈여겨보기 시작하고 이를 돕기위해 인근 주민 몇몇이 모인 것이 그 시작이었다. 그때가 2004년이다. 단순히 도서관의 업무를 보조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대상 독서 모임과 독서 토론회 개최, 정책 제안, 책 시장 운영 등 도서관에 필요한 다양한 활동을 찾아서 한다.
이 '도서관친구들' 활동을 보고 다른 지역 도서관 30여군데에서 동일한 모임까지 생겨났단다. 현재 후원 회원은 3190명, 작은 계기에서 시작했다고 하지만 긴 시간 동안 모인 힘이 적지 않다. 어떻게 오랫동안 활동을 유지할 수 있었을지 궁금했다.
"크게는 세 가지로 요약 가능할까요? 가장 핵심적인 것은, '도서관 친구들'은 모든 활동이 순수하게 '돕는 일만 한다'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사람들이 굉장히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재미나게 일할 수 있어요. 두 번째는 활동을 하면서 책을 함께 읽었어요. 그렇게 처음부터 지금까지 8년 동안이요. 처음에는 한 달에 한 권, 지금은 한 달에 두 권씩 꾸준히 함께 책을 읽는 게 활동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책을 읽으면서 저 자신의 성장도 경험하고요. 그리고 '도서관'이라고 하는 공간이 사람들에게 굉장히 매력있는 공간인 것 같아요. 그래서 도서관을 돕는 데에 대해서는 이견이 별로 없어요. 우스갯소리로 덧붙이자면, 우리가 상을 받지 않는 단체이기 때문이죠. 크게, 또 많이 잘하지 않아도 된다는 부담없는 생각이 활동을 오래 할 수 있게 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여 대표는 지난 11월 19일부터 23일까지 서울광장에서 운영했던 국민의 서재 부스를 방문하여 직접 쓴 <도서관 친구들 이야기>(여희숙 저. 서해문집, 2010)를 전달했다.'도서관 친구들 이야기'에는 모임의 성격에 대해 오해를 받아 오히려 도서관에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닌지 고민했던 어려움부터 작은 일을 하나씩 해나가며 느낀 즐거움까지, '도서관 친구들'의 지난 활동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서울시에서 '서울도서관네트워크'라는 모임을 만들었어요. 서울시 도서관 정책을 관과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협치의 과정이에요. 서울도서관 이용훈 관장님이 '국민의 서재'라는 캠페인을 하고 있는데 아주 좋은 것 같다, 참여해보시는 게 어떻겠냐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서울도서관에서 회의를 할 때 책을 가져갔죠. '도서관 친구들 이야기'를 전달한 게 자칫하면 도서관 친구들을 홍보하기 위해서라고 생각을 하실 수도 있겠어요. 하지만 그것보다는 대통령에게 '우리가 도서관 친구들이 되어 도서관을 돕는 것처럼 대통령을 돕겠다, 친구가 되어드릴테니 열심히 하시라'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국민의 서재 캠페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대통령이 어떤 책을 읽는가가 우리나라에 정말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명언처럼 내가 읽어온 책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많거든요. 제가 책읽기를 특히 좋아하기도 했지만, 문제나 어려움이 생기면 책에서 길을 찾으려고 해왔어요. 그래서 누구한테라도 좋은 책이 있으면 권해서 읽게 하고 싶고 알리고 싶은데, 국민들이 그렇게 책에 마음을 담아 대통령에게 전달한다면 굉장히 큰 의미가 되겠죠."
여 대표의 책에 대한 애정과 생각은 국민의 서재 기획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보를 얻는 수단과 시각적인 자극을 줄 수 있는 매체가 책 이외에도 너무 많다. 책이 그다지 필요하지않는 환경이 되었지만 책과 책이 모여 있는 공간에서 느껴지는 정서는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정서가 사라지고 있다는 안타까움이 국민의 서재 캠페인을 기획하고 지속하는 데에 큰 동력이 되고 있다. 여 대표에게서도 그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특히 전자기기에 익숙한 세대들에 대한 고민도 멈추지 않았다.
"도서관 친구들은 일단 책을 읽는 게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인식을 갖고 있고, 젊은 친구들이 책 읽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어요. 예외적인 몇 사람들 아니고서는 어릴 때부터 꾸준히 지속적으로 긴 시간 동안 책읽기를 하면서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요즘은 그게 부족한 것 같아요. 젊은 친구들이 책에 익숙해질 때까지 좋은 독서교육을 받지 않아요. 그런 독서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어떤 환경을 만들어야할까, 그런 고민을 하고 있어요.""우리 세대는 종이책에 익숙한 세대라 전자책,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책을 보는 것에 대해 큰 일 나는 것 아닌가 걱정을 하기도 하는데, 아직 확실히는 모르겠어요. 소크라테스도 책이 처음에 나왔을 때 문자로 뭔가를 기록한다는 것을 반대했다고 해요. 생각은 계속 변화하니 기록 한다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또 기록을 하게 되면 생각을 안 하게 되니까 큰 일난다 하면서 반대 하다 죽었대요. 그러나 지금은 책이 없이는 문화의계승이나 전승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잖아요. 오히려 책이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것을 기억하지 않아도 되어서 사람들이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고 하기도 하거든요. 손 안에 도서관 한 개를 넣어 다닐 수도 있고 또 어떤 매체로 보든 문자로 쓰여진 문서를 읽는다는 것은 같은 의미지만, 그래도 종이책을 읽는 것을 병행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책이라는 건 물성이 조금 다르더라고요. 그리고 책이 있는 공간이 주는 또 특별한 느낌도 있고요."
누군가의 삶이 담겨 다른 누군가의 인생의 길이 되기도 하는 책. 국민들이 전달한 책에 둘러싸여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을 펼쳐보는 대통령의 모습을 상상하며 '국민의 서재'를 시작했다. 2013년, 공공도서관이 '도서관 친구들'과 함께 지역 커뮤니티 공간, 주민들의 활동의 기반이 되는 문화 공간으로 모습을 단단히 갖춰 나가기를, 또 '국민의 서재'와 함께 국민들의 온 마음이 모여 지난 5년보다 더 나은 5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