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평택 쌍용자동차 노조원 3명이 쌍용차 사태 국정조사 실시와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송전탑 고공농성에 돌입한지 23일째를 맞는 12일, 경기지역 시민사회가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을 향해 즉각적인 국정조사 실시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경기지역 종교·노동·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20여 명은 이날 오후 수원시 영화동 새누리당 경기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은 대선 전에 즉각 쌍용차 국정조사와 해고자 복직문제 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2008년 사측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으로 시작된 쌍용차 사태는 노동자 23명의 죽음을 초래했고, 수많은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삶과 희망을 송두리째 빼앗아 갔다"며 "뒤늦게나마 지난 9월 쌍용차 사태의 진실규명을 위한 국회 청문회가 실시돼 고의부도·회계 조작·생산성 왜곡 등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4일 국회 환노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이 "대선 이후 쌍용차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쌍용차 노동자들의 피맺힌 절규에도 국정조사를 거부하던 새누리당이 갑자기 국정조사로 입장을 번복한 것은 대선을 앞두고 여론몰이용으로 이용하려는 '정치 쇼'에 불과하다"고 규정했다.
또한 "새누리당 내부의 합의조차 없는 상황에서 국정조사 실시를 발표한 것은 불리한 국민여론을 반전시키고, 박근혜 후보의 TV토론에 이용하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따라서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더 이상 쌍용차 노동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투쟁을 호도하지 말고, 즉각 국정조사 실시와 해고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앵무새처럼 말로만 약속을 반복한다면 이번 대선에서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천주교수원교구 양기석 신부는 "박근혜 대선 후보는 약속을 지키는 신뢰의 정치와 민생을 말하고 있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박 후보가 신뢰를 주는 정치인이라면 당장 국정조사를 실시하는데 협조하고, 힘없는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존권이 존중돼야 한다는 점을 몸소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만 쌍용차 문제에 뒷짐... 진정성 보여라"
이 자리에는 쌍용차 노조 김남섭 사무국장 등 노조 관계자 3명이 참석해 그동안 쌍용차 국정조사 실시를 위한 투쟁 상황 등을 전했다.
특히 김 사무국장은 "쌍용차 노동자들이 그동안 거리에서 농성을 진행하는 이유를 새누리당에서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2개월 넘게 노숙 농성을 하면서 국정조사를 요구했지만 새누리당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던 새누리당이 대선을 코앞에 두고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한다, 그것도 이한구 원내대표가 직접 밝힌 것도 아니고, 김성태 환노위 새누리당 간사가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했다"며 "그러나 우리는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회 각계각층에서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고 있으나 유독 새누리당만 쌍용차 문제에 대해 뒷짐만 지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진정성 있게 접근하면 좋겠다"며 "잘못된 구조조정 문제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책임자를 처벌이 이뤄지게 한 뒤 공장으로 돌아가 예전처럼 일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또한 기자회견에서는 쌍용차 공장 앞 송전탑 고공농성 현장과 휴대전화를 연결해 금속노조 문기주 정비지회장의 얘기를 듣는 순서도 마련됐다.
문 지회장은 전화 통화에서 "새누리당은 대선이 임박하자 갑자기 국정조사를 수용하겠다고 하는데, 진정성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일단은 환영한다"며 "그러나 쌍용차 국정조사는 대선이 끝나기 전에 이뤄져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문 지회장은 또 "새누리당은 지금까지 서민을 위한 복지를 얘기하면서도 전국에서 투쟁하고 있는 많은 노동자·서민들의 아픔들을 외면해왔다"면서 "이제는 정신 좀 차리고 노동자·농민·서민들의 아픔을 달래주고 이들을 위한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 지회장은 "힘들고 어렵지만 우리는 이곳에서 꿋꿋하게 버텨내겠다"며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정권을 교체해 노동자·농민·서민들이 잘사는 그런 사회를 한번 만들어보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한상균 전 지부장과 문기주 정비지회장·비정규직지회 복기성 부지회장은 지난 11월 20일 오전 4시께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 30미터 높이 송전탑에 올라 칼바람 속에서 23일째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국정조사가 이뤄질 때까지 내려가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들은 지난 11월 19일 김정우 쌍용차 노조 지부장이 단식농성 41일 만에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가자 투쟁을 이어가기 위해 고공농성을 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