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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인 유세단
연예인 유세단 ⓒ 이종득

13일 낮. 사무실에서 점심은 뭘 먹을까 생각하는데 밖에서 대선후보 연설 소리가 시끄러웠다. 평소에는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잠잠하던 거리였다. 홍천 중앙시장이 있고, 사무실과 식당이 줄지어 있는 읍내 중심인데도 그랬다.

사실 요즘 대통령 선거 운동기간이구나 싶을 때는 장날 장터 앞에서 보는 유세 연설과 지난 11일 민주통합당 추미애 의원이 시장통에서 유세연설을 했을 때 말고는 없었다. 솔직히 그 흔한 대선후보 홍보 로고송도 자주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아침저녁에 터미널사거리와 홍천여고·홍천초교가 있는 중앙통 사거리에서 노란 옷과 빨간 옷을 입은 운동원들이 줄지어 서서 마치 조작되는 움직임으로 지지 인사를 하는 모습은 보지만 말이다.

오전 11시가 넘어서면서 연설자의 목소리가 고조됐다. 목이 쉰 듯하면서도 전문가 다운 연설이 이어졌다. 대선후보라도 오나 싶어서 카메라를 메고 나갔다. 사무실을 나오자 바로 교통 경찰차가 서 있었고, 시장통 사거리에서 차량을 통제하고 있었다. 단번에 박근혜 후보가 온다는 것을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홍천 중앙시장과 농협이 있고, 맞은 편에 꽃뫼공원이 있는 4차선 도로는 사실 홍천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다. 물론 교통량도 가장 많은 곳. 그런데 4차선 도로를 앞뒤로 차단하고 선거유세를 하고 있었다.

박근혜 걸어갈 길, 이미 닦여져 있었다

 박근혜 후보가 등장하기 전에 연예인 유세단이 먼저 분위기를 잡고 있다
박근혜 후보가 등장하기 전에 연예인 유세단이 먼저 분위기를 잡고 있다 ⓒ 이종득

 박근혜 후보가 연단으로 가는 길은 일찍부터 만들어져 있었다.
박근혜 후보가 연단으로 가는 길은 일찍부터 만들어져 있었다. ⓒ 이종득

유세차 앞으로 다가가 보니 연예인 유세단이 먼저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김진태씨를 비롯해 배우들과 가수들이 대거 무대에 올라왔다. 누군가는 "준비된 여성 대통령 박근혜" 구호를 외치기도 하고, 어떤 남성 가수는 자신의 노래 한 소절을 부르면서 청중을 모으고 있었다.

오전 11시 20분께가 되자 700~800여 명이 모였다. 4차선 도로 한복판을 가로 지르고 서 있는 유세차량을 중심으로 10m 정도가 사람으로 밀집돼 있었다. 무대에서는 황영철 홍천·횡성 지역구 국회의원이 역시 "준비된 여성 대통령" 구호를 연호했다. 다음은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가 소개됐고, 한기호 새누리당 강원도당 위원장이 연단에 올라 박근혜 후보 지지연설을 이어갔다.

박근혜 후보가 유세장에 나타난 것은 오전 11시 40분께. 건장한 청년들로 구성된 선거유세 관련자들은 카메라를 메고 좋은 사진 한 장 찍어보려고 자리를 잡은 기자에게 뒤로 물러나달라며, 강압적인 말투로 요구했다. 경호원들에게 떠밀릴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였다.

박근혜 후보는 건장한 청년들에 의해 확보돼 있는 길을 따라 연단에 올라섰다. 청중은 어느새 1000명 정도로 많아졌다. 그런데 홍천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횡성에서 온 사람들도 많았다. 기자는 지인 여섯 사람을 현장에서 만났는데 주변에 서성이는 지지자들은 대부분 횡성에서 온 이들이었다.

60대로 보이는 남성 두 명에게 다가가 명함을 건네며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런데 명함까지 돌려주며 완강히 거절했다. 손까지 설레설레 흔들면서. 그래도 다시 다가가 "횡성에서 일부러 오셨나요?"라고 묻자 두 남성은 돌아서서 먼 곳으로 갔다.

이정희 후보를 향한 날선 비판으로 연설 시작

 박근혜 후보가 연단으로 들어서고 있다.
박근혜 후보가 연단으로 들어서고 있다. ⓒ 이종득

 박근혜 후보 유세 중
박근혜 후보 유세 중 ⓒ 이종득

박근혜 후보가 연단에 오르자 머리가 희끗한 할머니 한 분이 황영철 의원과 같이 올라가 홍천 6년근 인삼을 박근혜 후보에게 선물했다. 박근혜 후보는 할머니와 인사를 나누며 잠시 대화를 나눴고 포옹을 했다.

박근혜 후보는 먼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를 향한 날 선 비판을 해 날선 비판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북한의 로켓 발사와 관련해 발언하면서 박근혜 후보는 통합진보당 국회의원들을 겨냥한 듯 "애국가도 부르지 않고, 국기에 대한 경례도 하지 않는 세력과 힘을 합치려는 문재인 후보는 안보 불안 세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앞에 있던 지지자 한 명은 "빨갱이는 다 죽여야 해!"라고 외쳤다.

박 후보는 이어 북한의 핵개발과 관련한 발언을 이어갔다. 박근혜 후보는 "이번에도 위성을 발사했다고 했지만, 조만간 대륙간 탄도탄을 운운하면서 협박할 것"이라며 "북한의 협박은 계속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확고한 안보 리더십과 외교력을 가진 세력이 나라를 맡아야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박근혜 후보는 문재인 후보를 겨냥한 듯 "천안함을 폭침이 아니라 침몰이라고 하면서 다시 조사해야 한다고 하고, NLL에 대해서도 애매한 표현을 반복하는 세력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에게 그런 행동으로는 얻을 게 없다는 것을 확실히 알려줘야 한다"며 "지킬 것은 지켜내며 제대로 된 남북 관계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여러분만 믿겠다"... 지지자들은 "대통령" 연호

 박근혜 후보 연설 중
박근혜 후보 연설 중 ⓒ 이종득

박근혜 후보의 연설은 이어졌다. 1000명가량의 지지자들은 연단에서 연설하는 박근혜 후보 뒤에 서 있는 황영철 후보의 손짓에 따라 손에 쥔 태극기를 흔들기도 하고 "대통령 박근혜"를 연호하기도 했다. 이날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50대 이상으로 보였고, 간혹 수능을 마친 고등학생들의 모습도 보였다.

박 후보는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을 흑색 선전으로 몰아붙이며 "민주주의는 결과 못지않게 과정도 중요하다"며 "또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는 제가 무슨 굿판을 벌였다고 흑색 선전을 했고, 토론회에서 갖고 있지도 않은 아이패드로 커닝을 했다 하더니, 이제는 애꿎은 국정원 여직원을 볼모로 잡고 있다"고 성토했다.

박 후보는 "아무 증거도 없이 28세 여직원을 일주일간 미행하고 사실상 감금을 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증거를 내놓든가, 아니라고 생각되면 국민 앞에 사과하고 즉각 감금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렇지 않으면 제2의 김대업 쇼를 다시 벌여 국민을 속이려고 한다는 생각밖에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어 부채 탕감에 관한 공약을 제시했다. 그는 비싼 이자를 내는 사람들에게 싼 이자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말을 하면서 "자율적 의지가 있는 분들에게는 부채 70%를 탕감해주겠다"고 공약했다. 또한 보육비와 관련해서는 "5세까지 책임지고 무상으로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정책에 관련해 "샛째 자녀에게는 대학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겠다, 그리고 맞벌이 부부 자녀들에게는 학교에서 오후 10시까지 돌봄이 교실을 운영하게 해 사교육비 부담을 덜게 하겠다"고 공약했다.

박 후보는 끝으로 "저는 여러분만 믿겠다"고 하자 지지자들은 "대통령 박근혜"를 연호했다. 이어 사회자는 박근혜 후보가 연단을 내려가기 바로 전, 횡성 장뇌삼과 홍천 6년근 인삼을 선물 받은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했고, 박근혜 후보는 다시 마이크를 잡고 횡성에서 온 지지자들에게 고맙다며 손을 흔들어주고 연단을 내려갔다.

60대 지지자에게 박근혜 지지 이유 물어보니...

 박근혜 후보 유세 중 후미의 모습
박근혜 후보 유세 중 후미의 모습 ⓒ 이종득

박근혜 후보의 연설이 끝나자 돌아가는 사람들 중 몇 사람을 통해 그들이 횡성에서 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일부러 오셨냐"는 질문에는 긍정이든 부정이든 대답을 하는 이는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60대 할머니에게 "박근혜 후보를 가까이서 보니까 어때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할머니는 "좋지, 1등이야, 1등"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할아버지는 "지난번에도 봤는데 젊어보여, 나하고 몇 살 차이 안 나거든"이라고 말했다.

"오늘 보니까 젊은 사람은 거의 없고 어르신들이 많잖아요, 왜 그렇다고 생각해요?"라고 묻자 그 할아버지는 "박근혜니까 그렇지, 젊었을 때 좀 예뻤간디"라며 "그런데 나이가 육십이 됐는데도 저렇게 예쁘잖아"라고 답했다.

나는 질문을 잘못 했나 싶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다시 물었다. "어르신, 지금 우리나라 대통령 뽑는 선거잖아요? 박근혜 후보가 왜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세요?"라고. 그러자 그 할아버지는 "그거? 나 몰라. 우리 같은 노인네가 그걸 어떻게 알어"라며 "아무튼 박근혜니까 하면 돼. 아빠 옆에서 다 배웠을 테니까"라고 답했다.

 유세장소에서 마주친 산타복장 청년
유세장소에서 마주친 산타복장 청년 ⓒ 이종득

덧붙이는 글 | 이종득 시민기자는 2012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박근혜후보#홍천 유세#국정원개입#유세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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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아재양념닭갈비를 가공 판매하는 소설 쓰는 노동자입니다. 두 딸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서로가 신뢰하는 대한민국의 본래 모습을 찾는데, 미력이나마 보태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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