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뒤 유방암으로 사망한 직원에게 산업재해 판정이 내려졌다.
14일 근로복지공단은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근무 후 퇴직한 상태에서 지난 3월 유방암으로 사망한 김아무개(여, 사망당시 36세)씨에 대해 산업재해 판정을 내렸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 후 백혈병 등 희귀질병으로 투병 중이거나 사망한 노동자들 가운데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것은 지난 4월 재생불량성빈혈 여성 피해자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에 산재를 인정받은 김씨는 지난 1995년 입사해 2000년 1월까지 4년 8개월 동안 근무 후 퇴직했다. 기흥공장에서 야간노동을 수반한 3교대 근무를 하면서 임플란트공정(이온주입공정)에서 방사선 발생장치를 취급했다. 또 벤젠, TCE 등 발암물질 및 다양한 유기용제(유기화합물)에 복합적이고 지속적으로 노출됐다.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유기용제, 방사선 노출이 인정되고, 노출은 시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암 발병률이 높으며, 일부 외국 사례에서 교대근무로 유방암 발병률이 높다는 보고 등의 자료를 근거로 복합적으로 판단할 때 유방암 발병이 과거 사업장에서의 근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근로복지공단은 이날 유가족들에게 지난 4월부터 지난달까지 밀린 유족급여 1600만 원과 장의비 1200여 만 원을 지급하고 앞으로 매달 약 200만 원의 유족 연금을 지급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번 산재 판정은 업무와 발병원인이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더라도 영향 가능성이나 정황만으로도 인정하는 추세가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의 백혈병 등 희귀질병에 대한 산재판정을 요구해 온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측은 "삼성의 주장과 달리 삼성반도체 직업병 피해가 명백한 사실이란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해주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고용노동부는 산재승인 결정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작업현장의 유해·위험요인인 야간노동 근절, 방사선 및 화학물질 취급 노동자 직업병 예방 보호대책 마련 등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