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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깔난 남도의 게미가 가득한 고흥식당의 1인 밥상이다.
맛깔난 남도의 게미가 가득한 고흥식당의 1인 밥상이다. ⓒ 조찬현

맛은 추억이다. 고향집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상이 세상에서 제일이다. 그 추억의 맛을 찾아 맛의 본고장 남도로 필자와 함께 떠나보자. 광주에 가면 자주 찾아가는 곳이 있다. 수수부꾸미와 쑥찹쌀부꾸미를 판매하는 남광주시장의 '전집'이다.

부꾸미는 기름에 지진 떡이다. 수수를 한껏 품은 수수부꾸미와 쑥 향이 느껴지는 쑥찹쌀부꾸미가 제법 먹음직스럽다. "부꾸미는 추억의 맛으로 먹는 거여, 파란 건 쑥이여, 쑥하고 찹쌀하고 들어갔어." 투박한 손으로 지져내 건네주는 할머니의 손이 정겹다.

 부꾸미는 기름에 지진 떡이다.
부꾸미는 기름에 지진 떡이다. ⓒ 조찬현

 국밥 한 그릇에 3천원 하는 벌교시장 국밥이다.
국밥 한 그릇에 3천원 하는 벌교시장 국밥이다. ⓒ 조찬현

이렇듯 남도에는 추억의 맛이 가득하다. 국밥 한 그릇에 3천원의 착한 가격인데도 얼마 전 값을 올려 그게 늘 미안하다는 벌교시장의 국밥집 노부부도 그리운 얼굴이다. 가게에 커다랗게 내걸린 어느 시인의 "아야 밥은 묵고 댕기냐"는 글귀가 가슴에 와 닿는 곳이다. 

나주의 곰탕도 빼놓을 수가 없다. 젊은 층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하얀집', 중장년층이 즐겨 찾는 '노안집'과 더불어 '남평할매집'이 나주 곰탕의 자존심을 지켜가고 있다. 예부터 곰탕만큼 우리의 입맛에 친숙한 음식도 아마 드물게다.

 광양 중마시장 길호찹쌀호떡집의 맛있는 호떡이다.
광양 중마시장 길호찹쌀호떡집의 맛있는 호떡이다. ⓒ 조찬현

남도의 맛은 추억이고 정이다

광양 중마시장에 가면 담장도 없는 맛있는 이웃이 있다. 국수집에서 호떡을 함께 먹을 수 있는 곳이다. 호떡 배달을 해주기 때문이다. 사실 배달이래야 팔만 길게 뻗으면 되지만 정말 정겨운 풍경이다. 광양중마시장의 53호 '시장국수방'에서 잔치국수를 먹는 동안 호떡집 아주머니가 접시에 호떡 2개를 얌전히 담아 받쳐 들고 배달을 해줬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남도음식은 값이 착하다. 날마다 찌개가 바뀌는 4천원의 놀라운 백반상차림도 있다. 혼자 찾아가도 웃음으로 대해준다. 이리 베풀고도 어찌 이문이 남을까 의아할 정도다. 사실 '4천 원짜리가 별거 있겠어, 그 밥에 그 나물이지' 잠시라도 이런 생각을 했다는 자체가 부끄러웠던 광주 '금소반'의 밥상이다. 순천 아랫장의 '시장통짜장'집에 가면 라면보다 싸고 맛있는 대단한 짬뽕(3.500원)도 있다.

 라면보다 싸고 맛있는 대단한 짬뽕(3.500원)이다.
라면보다 싸고 맛있는 대단한 짬뽕(3.500원)이다. ⓒ 조찬현

이뿐만이 아니다. 광주광역시 말바우시장의 '왕팥죽'집에서는 단돈 2천원에 배 두드리고 나오는데 팥죽 맛도 끝내준다. 이 맛에 산다. 값이 착해도 무지 착하다. 남도의 맛집을 자주 찾는 이유 중에 하나가 이런 오지고 푸진 맛을 종종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놀랍다. 홀을 가득 메운 손님들도 그렇고 음식 또한 정말 놀랍다. 천정부지로 치솟기만 하는 게 요즘의 음식 값인데 단돈 6천원에 이 정도라니. 과연 소문난 맛집답다. 광주광역시의 '원조용전식육식당'과 '유명회관'이다.

남도음식은 오지고 푸짐하다

7천원에 차려낸 밥상이 양념게장과 생굴무침까지 무려 17찬이나 된다. 이거 정말 대단하다. 남도의 어설픈 한정식은 이 백반 앞에서 그저 울고 갈 지경이다. 백반 상차림이 어설픈 한정식보다 훨씬 낫다. 목포의 '남경회관'과 20찬에 철따라 반찬이 바뀌는 광주광역시의 '정애네집'이다. 백반 한상에 상을 두 번 차려내는 여수의 '대추나무집'도 빼놓을 수가 없다.

 섬진강 다슬기를 이용한 화순 사평다슬기의 다슬기수제비다.
섬진강 다슬기를 이용한 화순 사평다슬기의 다슬기수제비다. ⓒ 조찬현

남도음식은 건강식이다. 주당들의 탄성을 자아낸 화순 사평 다슬기수제비는 속풀이에 아주 딱이다. 고단백이어서 몸이 허할 때 먹으면 원기회복에 좋은 보양식이다. 다슬기는 우리 몸의 간과 쓸개, 위와 신장에 좋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주당들이어 사평으로 가라. 속풀이 해장에 다슬기수제비가 아주 그만이란다.

세 번을 허탕치고 되돌아왔던 맛집에 다시 찾아가 감동했던 적도 있다. 명불허전, 이 단어에 걸 맞는 맛집도 가봤다. 두 곳 다 순천에서 동네방네 소문난 곳이다. 한곳은 그동안 이집과 인연이 없었는지 세 번을 찾아갔었지만 매번 허탕을 치고 되돌아왔던 곳이다. 점심 식사만하는 순천시청 근처의 '고흥식당'과 쌈밥으로 유명한 '지리산식당'이다.

 광주광역시의 ‘정애네집’  밥상이다.
광주광역시의 ‘정애네집’ 밥상이다. ⓒ 조찬현

전라도 음식에는 게미가 있다

세월도 멈춰선 그곳 인심은 넘쳐흘러 밥 두 그릇 주는 여수 율촌에서 만난 '진미식당'도 있다.  방짜유기에 담겨 영혼의 미각을 일깨우는 기막힌 맛의 광주 '금탑소머리국밥'도 잊을 수가 없다. 이렇듯 남도에는 맛집들이 즐비하다.

전라도 잔칫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 있다. 홍어다. 홍어는 회나 무침 탕으로 즐겨먹는데 발효과정을 거쳐 톡 쏘는 알싸한 향을 즐긴다. 영산포 홍어1번지 홍어의 거리에 위치한 '금일홍어'의 홍어애탕은 정말 빼어난 맛이다.

전라도 음식에는 게미가 있다. '게미'란 음식 속에 녹아있는 남도만의 독특한 맛이다. 남도의 모든 음식에는 남도만의 특별한 맛이 살아있다. 정성이 듬뿍 담긴 남도 음식에서 남도만의 독특한 맛과 풍성하고 훈훈한 정을 느껴보면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와 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남도맛집#오지고 푸진 맛#맛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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